“교과서적인 경제 성장”…물가 자극할 추경 필요성 줄어
25일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로 1.3%를 발표하면서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출은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개선세가 이어지며 0.9% 늘어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예상보다 큰 폭으로 튀어오르며 ‘깜짝 성장’한 부문은 소비와 건설투자를 비롯한 내수다. 당초 1분기 GDP가 0.5~0.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가 크게 엇나간 지점도 내수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사태 이후 위축됐던 건물·토목 건설이 동반 회복되면서 전분기 대비 2.7% 늘었다. 코로나19 국면 이전인 2019년 4분기(4.1%) 이후 최고 증가율이다.
1분기 경제 성적표를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이 같은 흐름이 더 확연해진다. 1분기 성장률(1.3%) 중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를 비롯한 내수 기여도는 0.7%포인트로, 순수출 기여도(0.6%포인트)를 따라잡았다. 1분기 성장 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내수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내수 성장 기여도가 -0.4%포인트로 수출이 일군 성장(1.0%포인트)을 대부분 깎아먹었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반영한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1분기 2.5%를 기록해 GDP 성장률을 웃돌았다. 반도체를 포함한 수출품목 가격 상승폭이 원유를 비롯한 수입품목을 웃돌며 교역 조건이 개선된 영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재정주도가 아니라, 민간이 전체 성장률에 온전히 기여했다는 점에서 민간주도 성장”이라며 “전기대비 1.3% 성장률 가운데 민간 기여도가 1.3% 포인트 전체를 차지하고, 정부 기여도는 0% 포인트”라고 말했다.
관건은 이 같은 회복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다. 최대 변수는 국제 유가다. 한은은 올해 배럴당 83달러 수준의 국제 유가를 상정해 성장률과 물가전망(2.6%)을 짰다. 유가 변수에 따라 성장과 물가 전망 경로도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83달러를 기록했지만, 이란·이스라엘 충돌이 격화한 4월 들어서는 89.3달러로 7.6% 급등했다. 유가 상승에 취약한 한국경제 약점이 노출되며 달러당 원화값 하락세가 겹쳤다는 것도 부담이다. 소비회복이 올해 최대 경기변수인데, 원화값 하락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 국민들 실질 구매력이 하락해 재차 내수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물가안정을 꼽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고, 수출도 회복세를 보이며, 민간 소비도 증가했기 때문에 이제 물가 안정이 정책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민간소비 둔화의 주요 원인을 물가 안정으로 이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연간 성장률 상향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때문에 경기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편성의 필요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물가를 자칫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 성장률 목표 달성과는 별개로 올해 이후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매일경제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중기 성장전망 데이터 분석 결과 2029년까지 중기 성장률은 이미 미국에 역전됐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가 2.3% 성장한 후 2.2~2.3%를 넘나들다 2029년 2.0%까지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은 올해 2.7%를 기록한 후 내년 1%대(1.9%)로 일시적으로 낮아지지만 꾸준히 2% 초반 성장률을 보이며 2029년 2.1%로 한국보다 나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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