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겸업 여유부리더니…'아시아 얕본' 대가→파리 올림픽에서 못 본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한국 23살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끝난 2024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대회에서 정상에 섰다.
그런데 정작 시상식에 황선홍 감독은 없었다. 황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당한 뒤 대한축구협회 요청을 받아들여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태국과 2연전을 위해 23세 이하 대표팀을 떠나 있었다.
서아시아축구연맹 대회인 만큼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서아시아 국가들이 출전하는 대회이지만 한국은 초청팀 자격으로 호주와 함께 이 대회에 나섰다.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대비하는 '모의고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황선홍 감독이 A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맡게 되면서 명재용 수석코치 대행 체제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
황 감독은 23세 이하 아시안컵 조추첨 이후 "두 차례 소집 훈련만 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대회는 대표팀이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좋은 기회였지만 정작 황 감독은 이 자리에 없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을 정상에 올려놓은 주축은 단연 배준호(스토크시티)를 비롯해 김지수(브렌트포드), 양현준(셀틱FC) 등 해외파였다. 배준호가 결승전을 앞두고 소속팀 요청으로 팀을 떠났지만 결승전에선 김지수와 양현준이 선발 출전해 호주 격파에 앞장섰다.
그런데 정작 올림픽 진출권을 위해 출항한 이번 23세 이하 아시안컵 대표팀엔 해외파 주축이 모두 빠졌다. 유럽 축구가 리그 일정 중이었기 때문에 차출 협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배준호는 소속팀에서 핵심 전력으로 꼽히며 김지수와 양현준 역시 백업 또는 로테이션 멤버로 소속팀이 필요로 했다. 이번 대회에 합류한 해외파는 김민우(뒤셀도르프),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 단 두 명이었다. 그러면서 대체 선수를 발탁했다는 소식만 연일 전해졌다.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까지 더해진 결과 전문 중앙 수비수가 세 명뿐인 아이러니한 대표팀이 구성됐다. 무엇보다 세 번째 수비수였던 조위제(부천FC)가 부상으로 빠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대표팀 구성을 고민해야 할 시간을 황 감독은 A대표팀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무한 크로스' 전술은 실속이 떨어졌고 부족한 수비 뎁스는 결국 일을 냈다. 전문 센터백 서명관이 조별리그 2차전에서 부상으로 결장했고 파트너인 변준수는 경고 누적 징계로 일본과 3차전엔 전문 수비수 없이 스리백으로 나섰다. 일본을 1-0으로 이기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경기력은 의문이었다.
서명관의 햄스트링 부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26일 인도네시아와 8강전에 황 감독은 다시 스리백을 꺼내들었다. 변준수를 오른쪽 수비수로 배치한 가운데 왼쪽 측면 수비수인 조현택을 왼쪽 중앙 수비수, 그리고 미드필더 이강희를 한 칸 내려 포어 리베로를 맡겼다.
조직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스리백은 이날 경기에서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수비진이 흔들리면서 전반전에만 라파엘 스트라윅에게 두 골을 허용했다. 첫 번째 실점은 수비 위치 선정 실패가 드러났고 두 번째 실점은 수비진 호흡이 맞지 않아 일어났다.
이영준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한국은 후반 39분 정상빈의 극적인 2-2 동점골에 힘입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에서도 실점하지 않으면서 승부차기까지 향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10-11로 무릎을 꿇으면서 이번 대회와 파리 올림픽을 향한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에선 비록 퇴장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답답한 경기력은 조별리그가 시작이었다. 아랍에미레티트와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이영준의 결승골로 승점 3점을 챙겼지만 득점이 나오기 전까지 무려 20개가 넘는 크로스가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받았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중국과 경기에선 중국의 압박에 실점 위기를 맞고 주도권을 내주는 그간 중국과 국제 대항전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 만들어졌다. 해외파 차출이 불발됐을 경우 플랜B를 세워뒀을지 의문이 남는 경기력이다. 대표팀 구성 단계부터 돌아봤을 때 이번 대회를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A 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고려했을 때 올림픽 예선을 목전에 둔 황 감독에게 SOS를 요청했을지도 의문이다. 아시안컵에서 서아시아 팀들과 동남아시아 팀들은 높아진 수준을 증명했으며 23세 이하 대표팀으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도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지난 도쿄 올림픽까지 9회 연속 대회 본선에 진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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