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축구, 골 넣고 세리머니 할때인가 [이재호의 할말하자]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후반 39분 극적인 동점골. 경기내내 밀리며 1-2로 지던 상황에서 마음 졸였던 한국 팬들을 환호케 하기 충분한 골이었다.
그런데 선수들은 그러면 안됐다. 가뜩이나 이영준의 퇴장으로 10대11의 수적 열세 싸움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시간을 끌면 불리한건 한국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동점골에 그저 기뻐 세리머니하기 바빴다. 브라질을 상대로 골을 넣은 것도 아니고 단 한번도 진적 없던 인도네시아에게 골을 넣고 세리머니하느라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한 한국 축구. 왜 선배들이 9회 연속 나갔던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2시 30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 8강 인도네시아전에서 2-2로 정규시간을 마친 후 연장전을 그대로 끝낸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지며 8강 탈락했다.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가던 한국은 전반 15분 인도네시아가 장거리 슈팅 때린 것이 수비 맞고 나오자 박스 바로 밖 왼쪽 하프스페이스에서 라파엘 스트라이크가 때린 오른발 감아차는 슈팅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실점 후에도 인도네시아에게 많은 기회를 내주며 위험했던 한국은 전반 45분 오른쪽에서 크로스때 공격수 엄지성이 문전에서 다이빙 헤딩 패스를 한 것이 수비 맞고 굴절돼 자책골로 연결되는 행운의 동점골을 얻었다.
그러나 안도도 잠시 3분뒤인 전반 추가시간 3분 평범한 롱볼에 한국의 이강희가 골키퍼에게 공을 미루며 공격수만 막다가 공이 애매하게 튀었고 박스안에서 스트라이크가 왼발슈팅으로 다시 인도네시아가 앞서가며 전반전이 종료됐다.
후반 25분 한국의 핵심 공격수 이영준이 상대 발을 밟아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한국은 후반 39분 역습 기회에서 홍윤상이 드리블 후 내준 패스를 이어받은 정상빈이 박스 안 왼쪽 하프스페이스에서 침착하게 반대편 골망을 보고 오른발 낮은 슈팅으로 극적인 2-2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갔다.
연장전을 실점없이 버틴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12번키커까지 가는 접전 끝에 끝내 12번 키커 이강희가 막히며 10-11로 패하며 8강에서 탈락하며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질만했다. 경기력이 내내 밀렸고 슈팅 숫자도 8-21로 뒤졌다. 처참한 경기였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이 정말 이기려는 간절함을 가진 마음가짐이었는지 의문이다.
한국은 후반 25분 이영준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 속에 경기했다. 가뜩이나 경기내용도 뒤지고 스코어도 1-2로 뒤지던 상황에서 최악의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점을 만들어야했고 후반 39분 정상빈이 정말 극적인 동점골을 넣다보니 기쁨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쁨은 팬들만 누려야했다. 경기장에 있는 선수들은 골에 대한 '기쁨'이 아닌 '안도'를 느껴야했고 이 골을 계기로 역전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하지만 골을 넣은 정상빈부터 선수들은 골 세리머니를 하기 바빴다. 인도네시아에게 끌려가다 후반 막판 골을 넣고 좋아하는 모습. 게다가 수적 열세라 흐름을 탔을 때 5분여 밖에 남지 않은 정규시간 안에 경기를 끝내야한다는 생각이 없어 보이는 세리머니였다.
이건 마음가짐의 문제다. 동점에 만족하느냐, 이기기 위해 역전골까지 넣겠는가의 마음은 한끗 차이지만 승패를 결정하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시간만 끌면 한국이 더 힘들어지는 경기였다. 골에 대한 기쁨이 아니라 빨리 한 골 더 넣어 이겨야한다는 마음을 가지지 못한 한국 축구가 선배들이 일궈놓았던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역사를 망친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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