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영수회담 칼자루 잡은 이재명, 그럼 윤 대통령 긁어부스럼?

은현탁 기자 2024. 4. 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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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앞두고 있는데요. 윤 대통령은 그동안 '형사 피의자'라는 이유로 이 대표의 회담 제안을 번번이 거절했죠. 그런데 총선에서 참패하고 지지율이 추락하자 만나기로 했습니다. 칼자루는 총선에서 승리한 이 대표가 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역대 정권의 영수회담을 살펴보고, 윤 대통령의 승부수가 먹힐지 예측해 보도록 하죠.

◇여론조사 20%대 발표 후 급선회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다수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서 30% 아래로 추락했는데요.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무선전화면접)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긍정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11%p 하락한 23%로 나타났습니다. 일주일 후인 23-25일 1001명 대상(무선전화면접) 조사에서는 24%로 1%p 만회하는 데 그쳤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 조사 기준 2022년 5월 취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인데요. 이 정도면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수준입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6년 10월 1주 차에 29%를 기록해 취임 후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했고, 한 달 만인 11월 1주 차 조사에선 5%까지 급락한 바 있죠.

윤 대통령의 영수회담 제안은 레임덕 위기에서 돌파구를 찾고 지지율 반등을 도모하기 위한 카드입니다. 총선 패배 직후만 하더라도 국정 기조를 바꾸려 하지 않다가 지지율 급락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영수회담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잘해야 본전이고 잘못하면 긁어 부스럼이에요. 진영 간 대결이 극심한 상황에서 주고받고 양보하는 그림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죠. 양측이 25일까지 두 차례 준비회동을 했지만 시기와 의제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어차피 칼자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쥐고 있고 윤 대통령은 방어를 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지원금, 제2 양곡관리법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특검법,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등 야당이 꺼낸 의제를 보면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게 하나도 없어요.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2일 YTN라디오 '이슈 & 피플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더 이상 떨어지는 거는 막을 수 있겠는데 이제 올라가느냐 여부는 영수회담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 "과거에 영수회담 한 이후에 좋은 결과보다는 안 좋은 결과들이 많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굳은 표정 짓는 홍철호 정무수석. 연합뉴스,

◇국힘, 윤 대통령 변화에 기대감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등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는데요. 여권은 반전의 기회로 보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화성을 당선인-"윤석열 대통령 제가 너무 많이 겪어봤잖아요. 대선 때도 질 것 같으면 와가지고 90도 인사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그리고 다급해지면 말을 듣는 척한다, 이런 게 있기 때문에 그래도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위기를 인식한 것 자체가 그나마 대한민국에는 다행이다."(2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매주 1회 정도는 진솔하게 좀 도어스테핑 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의견. 그렇게 해서 정말로 큰 똥볼만 차지 않으시면 지지율은 올라갈 거라고 봅니다."(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강승규 국민의힘 홍성·예산 당선인-"아마 대통령께서 정치하는 스타일을 바꾸는 것 같습니다. 정치를 조금 더 집중하시려는 것 같고요. 국민 입장에서 완전 반전의 계기로 삼는 그런 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2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제야말로 정식 기자회견을 해야 될 때가 아닌가. 그래서 지금까지의 나름대로의 소회나 잘못했던 점들에 대한 그런 자기반성의 말씀을 하시고, 앞으로는 국정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겠다 그렇게 청사진을 내놓으시고~."(2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지금까지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보였던 입장을 보면 마치 야당의 대표를 만나주는 것이 큰 무슨 변화인 것처럼, 또 큰 무슨 은전이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또 제한 없이 얘기를 많이 듣겠다 뭐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야당의 주장이 무엇인지를 몰라서, 또 국민의 요구가 뭔지를 몰라서 듣겠다고 하는 것입니까?"(2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민주당,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 8회 영수회담

영수회담은 2000년대 초반까지 정당에 총재가 있던 시절 당수들의 만남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직을 겸직하고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여야 영수회담'이라는 말이 어울렸는데요. 지금은 당 총재는 사라졌고, 현직 대통령이 여당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당적만 갖고 있는 상태입니다.

영수회담은 과거 김영삼(YS), 김대중(DJ), 김종필(JP) 총재 등 '3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 정치를 풍미했던 3김 씨는 당을 확실히 장악하고 막판에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나갔습니다. 문민정부 시절 YS의 '칼국수 회동'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어요. 3김 시대 이후의 영수회담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

①김대중 정부-야당과 가장 많이 소통한 정부인데요.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중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7번, 조순 총재와 1번 등 8차례 영수회담을 했습니다. 2000년 6월 당시 이회창 총재와의 회담은 의약분업 사태에 물꼬를 텄죠. 영수회담에서 약사의 임의조제 금지를 포함한 약사법 개정에 의견을 모았고 이후 의료계, 약계, 정부의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김 대통령은 이밖에도 영수회담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미국 9·11 테러에 따른 민생 안정 조치 등에서 초당적 협력을 이뤄냈습니다.

②노무현 정부-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2005년 9월 영수회담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죠. 노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 개편을 전제로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 임명권을 여당에 넘기는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박 대표는 거절했습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도 2007년 2월 9일 1시간 30분 동안 회동했는데 합의 사항은 없었어요. 단지 대학등록금 경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공감한다는 수준의 '대변인 공동발표문'을 내는데 그쳤습니다.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영수회담. 사진=청와대 제공

③이명박 정부-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1 야당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두 차례, 정세균 대표와 한 차례 영수회담을 했습니다. 2008년 5월 손 대표와 만났지만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였어요. 2008년 9월에는 정 대표와 만났지만 종합부동산세 등을 놓고 이견만 확인했죠. 2011년 6월 손 대표와의 두 번째 회담에서도 대학등록금 인하방안, 추경예산 편성, 한미 FTA 재재협상 요구 등 쟁점 현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④박근혜 정부-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영수회담을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2015년 3월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회담한 뒤 3자 회담 정례화에 합의했지만 추가 회담은 이뤄지지 않았어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2016년 11월 15일 청와대에서 갖기로 했던 단독회담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따른 민주당 안팎의 거센 반대에 밀려 결국 무산됐습니다.

⑤문재인 정부-문재인 대통령은 딱 한번 영수회담을 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보름 앞둔 지난 2018년 4월 12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1시간 20분 동안 청와대에서 만났는데요.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초당적 협조를 당부했고, 홍 대표는 북핵 폐기를 주장했습니다. 청와대발 개헌안, 야당에 대한 정치 보복성 수사, 적폐청산 논란 등 국내 현안에 대해서는 평행선만 그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기주장만 하다 나와 실패한 회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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