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어도어 ‘경영권 갈등’… ‘컴백’ 뉴진스 발목 잡을까

이복진 2024. 4.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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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 물증 확보”
민희진 “하이브가 날 뽑아먹고 배신”
하이브, 어도어 관련자 배임 고발
뉴진스 계약 해지 등 모의 정황 파악
“BTS 병역 등 무속인과 의논” 주장도
민희진, 기자회견 열고 격정 토로
'하이브, 푸념·사담을 매도… 프레임 씌워
뉴진스는 내 새끼… 부모들 날 응원” 눈물
5월 컴백 앞둔 뉴진스 행보 주목
하이브 “멤버들 보호… 활동 차질 없을 것”
업계 “K팝 악영향… 양측 관계정리 관건”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국내 최대 K팝 기업 하이브와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자회사(레이블) 어도어의 갈등이 가요계를 흔들고 있다. 하이브의 감사 중간 결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하이브로부터 경영권을 탈취해 독립하려 했다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이에 대해 민 대표도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근 사태가 뉴진스의 행보와 K팝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진스(왼쪽), 아일릿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주술 경영까지”

하이브는 25일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하이브는 민 대표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감사 대상자들은 ‘어도어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서 데리고 나간다’고 하거나 뉴진스 계약 해지 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대상자 중 한 명은 조사 과정에서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자산을 증거로 제출하고 이를 위해 하이브 공격용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인정했다.

대면 조사와 제출된 정보자산 속 대화록 등에 따르면 민 대표는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아티스트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 민 대표와 하이브 간 계약을 무효화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또한 ‘글로벌 자금을 당겨와서 하이브랑 딜하자’, ‘하이브가 하는 모든 것에 대해 크리티컬하게 어필하라’, ‘하이브를 괴롭힐 방법을 생각하라’는 대화도 오갔다. 하이브는 해당 자료들을 근거로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 등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특히 하이브는 민 대표와 A씨가 4일 나눈 대화 이미지 파일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하이브가 A씨로 지목한 인물이 “이런 방법도 있어요”라며 △2025년 1월 2일에 풋옵션 행사 엑시트(Exit) △어도어는 빈 껍데기 됨 △재무적 투자자를 구함 △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적당한 가격에 매각 △민 대표님은 어도어 대표이사 + 캐시 아웃(Cash Out)한 돈으로 어도어 지분 취득 등의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돼 있다. 하이브가 민 대표라고 지목한 대화 상대방은 이에 “대박”이라고 답했다. 
하이브는 이에 더해 새로운 중요한 사실이 발견됐다며 긴급 보도자료를 추가로 배포했다. 민 대표가 무속인에게 회사 경영 사항을 코치받는 ‘주술 경영’을 했다는 내용이다. 무속인은 2021년 대화에서 민 대표에게 “3년 만에 (민 대표가 설립할 신규 레이블을) 기업합병되듯 가져오는 거야, 딱 3년 안에 모든 것을 해낼 거임”이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안, 스톡옵션, 신규 레이블 설립 방안 등을 무속인에게 검토받았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 시점이 무당이 코치한 시점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밝힐 수 없는 범죄행위를 포함해 더 이상 경영활동을 맡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이 계속 발견되는데도 민 대표가 해임요구 등에 일체 응하지 않아 어도어 경영 정상화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민희진, “실컷 뽑아 먹고 찍어누르려 해”

민 대표도 이날 서울 서초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거론된 의혹에 대해 격정적으로 반박했다. 민 대표는 “(제가 나눈) 사담을 진지한 것으로 포장해 저를 매도한 의도가 궁금하다”며 “내가 하이브를 배신한 게 아니라 하이브가 날 배신한 것이다.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고 찍어 누르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A씨와 나눈 대화 중 경영권 탈취와 관련해 “직장이 마음에 안 들 때도 있고, 그러다 직장에 대해 푸념할 수 있다”며 “부대표와 나눈 대화가 진지한 대화인지 웃긴 대화인지 구분하는 감이 없다. 희대의 촌극”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나는 그런 의도(경영권 찬탈)도 없고 한 적도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하이브의 주장처럼) 배임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히려 하이브(방시혁)가 자신을 괴롭히고 배신했다면서 “내부 고발로 문제 제기하니 그 답이 ‘감사’다. 그냥 (어도어로) 쳐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내가 하이브와 이상한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나한테는 올무다. (계약에서) 팔지 못하게 묶어둔 (내 지분) 18%로 경영권을 찬탈한다고 X소리를 하고 있는데, 그게 노예계약처럼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계약 때문에 내가 하이브를 영원히 못 벗어날 수 있다고 압박받는 상황에서 뉴진스를 카피한 아일릿까지 나왔다. 나를 말려 죽이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소연했다.

2시간여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는 감정이 북받쳐올라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와 나의 관계는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며 “뉴진스는 내 새끼 같다. 오늘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니까 뉴진스 멤버 부모님이 문자를 주셔서 응원해 주셨다”며 뉴진스 멤버 어머니와 나눈 문자메시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희진 대표이사를 비롯해 어도어 경영진 3인의 단체 대화방에서 지난 4일 오간 대화 내용, 부대표 A의 구상에 민 대표가 답하고 있다.
◆뉴진스 행보는 어떻게 되나

한편 양측의 입장 발표로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 달 컴백을 예고한 이들이 제대로 노래를 내놓을 수 있는지, 하이브를 떠나는 것은 아닌지 등이다.

뉴진스는 당장 27일 신곡 ‘버블 검(Bubble Gum)’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다음 달 24일에는 새 싱글 ‘하우 스위트(How Sweet)’를 발매한다. 6월21일에는 일본 정식 데뷔 싱글을 발매한다. 특히 6월26∼27일 일본 도쿄 돔에서 대규모 팬 미팅도 열고, 하반기 새 앨범과 내년 월드투어도 계획 중이다. 

일단 하이브는 뉴진스는 최대한 보호해 활동에 차질이 없게 한다는 입장이다. 하이브 빅지원 최고경영자(CEO)는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심리적·정서적 케어(돌봄)와 성공적인 컴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면서 “멤버들의 법정대리인과 조속히 만나 멤버들을 보호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민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한테는 뉴진스가 중요하다. 어느 회사든 경영권 찬탈을 할 생각이 없다. 내가 주인이 아니어도 된다. 내가 뉴진스와 하려던 걸 하면 된다”고 밝힌 만큼 뉴진스의 컴백에는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시혁 의장(왼쪽), 민희진 대표이사
업계 일각에서는 민 대표와 방 의장이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정민갑 대중문화 평론가도 “양측의 싸움은 팬들에게는 큰 실망감을 줄 것이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지금 양측이 서로 양보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임희윤 대중문화 평론가도 “현 상황이 굉장히 기괴한 건 맞지만, 민 대표의 제작 역량이나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 등을 부인할 수도 없다”며 “K팝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지 않도록 서로 타협하는 분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하이브와 민 대표의 관계 정리가 관건이다. 민 대표는 대표에 물러나더라도 자율성만 주면 된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난 듯 보였다. 하이브는 이러한 민 대표의 입장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시점을 뒤섞는 방식으로 논점을 호도하고, 특유의 굴절된 해석기재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발표했다”면서 “당사는 민 대표가 거짓말을 중단하고 정보자산을 반납하고 신속히 감사에 응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이는 등 타협의 여지를 내주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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