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동시 외인 감독 선임…쇠퇴한 韓 배구, 부흥 이끌까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2024. 4.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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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촬영하는 남녀 배구 국가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암흑기에 빠진 한국 배구가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다.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동시에 남녀 대표팀 사령탑으로 각각 선임했다.

앞서 여자 대표팀은 두 차례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하지만 남자 대표팀까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감독 체제의 여자 대표팀은 지난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루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후임 세사르 곤살레스 에르난데스(스페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급격히 쇠퇴했다.

여자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태극마크를 반납한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황금세대'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세대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과도기가 따르기 마련이지만,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2년 연속 전패 수모를 겪는 등 부진한 모습으로 큰 실망감을 안겼다.

특히 한국 배구를 존중하지 않는 듯한 세사르 감독의 태도는 더 큰 논란을 빚었다. 튀르키예 여자 배구 바키프방크 코치직과 한국 여자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느라 본인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고, 선수 차출 문제로 V리그 구단과 갈등을 일으키는 등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불성실한 태도 탓에 최악의 성적이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9월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5위로 마치면서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노메달에 그쳤다. 결국 대한배구협회는 대회 종료 후 세사르 감독과 결별을 선택했다.

남자 배구 역시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 3위, 아시아선수권대회 5위 등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역대 최악의 성적인 7위에 머물면서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61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이에 대한배구협회는 반등을 위해 변화를 택했다. 남녀 대표팀으로 사령탑으로 브라질 출신 이사나예 라미레스(40) 감독, 푸에르토리코 출신 페르난도 모랄레스(42) 감독을 각각 선임했고,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첫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두 감독 모두 세사르 감독처럼 겸임이 아닌 전임 감독이다. 한국 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인물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이다.

질문 답하는 라미레스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새롭게 남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라미레스 감독은 브라질, 바레인, 파키스탄 등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국제 배구에 대한 경험이 많은 지도자다. 특히 파키스탄 감독 시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3대0으로 완파하기도 했다.

한국을 상대팀으로 만났던 만큼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국내 선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라미레스 감독은 "현대 배구에서는 미들 블로커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한데, 한국은 이 부분을 잘 활용하지 않았다"면서 "또 하이볼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배구의 약점을 꿰뚫고 있었다.

남자 대표팀은 6월 2일부터 9일까지 바레인에서 열릴 2024 AVC 챌린지컵에 출전한다. 라미레스 감독은 첫 국제 대회 시험대에 오른다.

이에 앞서 5월 1일 소집돼 강화 훈련을 실시할 예정인데, 선수층의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 30대 선수가 없다는 것이 눈에 띈다. 1995년생으로 만 29세인 정지석(대한항공)이 최고참이고, 막내는 최근 이탈리아 남자 배구 1부 리그 베로 발리 몬자와 정식 계약을 맺은 2005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이우진(18)이다.

유일하게 대학생 신분으로 합류하는 최준혁(인하대)의 이름도 눈길을 끈다. 라미레스 감독은 첫 소집부터 과감히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그는 "최준혁과 이우진을 선발한 것은 미래를 보고 결정한 것"이라면서 "어린 선수들이 세대교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아시아 팀을 맡아봤고, 한국 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이미 기술이 좋고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랄레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모랄레스 감독은 세사르 전 감독이 실패로 남기고 떠난 여자대표팀의 세대교체 임무를 이어받았다. 푸에르토리코 감독 시절 세대교체로 전력이 약화된 대표팀을 세계랭킹 16위까지 끌어올린 만큼 기대가 크다. 특히 지난해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예선에서는 4승3패로 선전했다.

여자 대표팀은 '배구 여제' 김연경 은퇴 후 과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모랄레스 감독은 "세대교체에는 적응 과정과 과도기가 따르기 마련이다"라면서도 "지난 2년 동안 과도기를 겪었는데, 3년 차인 올해는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실시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연경이 없지만 한 팀으로 뭉친다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모랄레스 감독은 박정아(페퍼저축은행), 표승주(정관장) 등 고참급 선수들을 중심으로 리빌딩에 나선다. 그는 "두 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빌딩을 하는 과정에서 코트 외적인 부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책에 대한 부담도 당당히 맞서겠다는 각오다. 모랄레스 감독은 "푸에르토리코에서도 세대교체에 대한 부담이 컸다"면서 "도전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녀 대표팀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란히 '소통'을 강조했다. 과거 V리그 구단과 선수 차출을 놓고 마찰을 빚은 세사르 전 여자 대표팀 감독과 상반되는 태도다.

여자 대표팀 모랄레스 감독은 "코치와 선수 사이에서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번에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이 있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대표팀에 오고 싶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각 구단 감독님들은 진천 선수촌을 방문해 훈련을 보실 예정이다. 감독님들과 친해져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자 대표팀 라미레스 감독은 "선수들을 관찰하면서 각 구단 감독님들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한국에 온지 2~3일 정도 됐는데, 한국 배구 문화를 빠르게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어필했다. 이어 "유소년 선수 육성을 위해 연령별 대표팀 감독님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두 감독은 국제 대회 호성적을 약속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AVC 챌린지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팀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모랄레스 감독은 "세계 랭킹을 끌어 올리고, 국제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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