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로 하자" "우린 목동"…내 맘대로 아파트 '택갈이' 문제없다?[부릿지]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재개발 아파트가 단지 명에 '서반포'를 붙이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행정구역이 다른 데다 서울에 존재하지 않는 서반포라는 지명까지 붙이면서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집값 상승을 노린 '꼼수 작명'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시공사와 측은 단지명과 관련, "아직 결정된 것은 없으며 분양 전 조합과 협의해 이름을 정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시공사가 입지 홍보를 위해 입찰 제안서에 '서반포'라는 용어를 사용한 건 맞지만 이를 정식 단지 이름으로 검토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조합 측도 이같은 이름을 투표에 붙이거나 거론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당 구역에서 단지 명에 서반포를 붙인다고 해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실제로 신월동, 신정동이나 행당동 등에는 인근 상급지나 명소인 목동, 서울숲을 붙여 이름을 짓는 단지들을 왕왕 볼 수 있는데,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부릿지'가 그 이유를 알아봤다.
안녕하세요, 부릿지 김효정입니다. 오늘 제가 나온 곳은 동작구 흑석동입니다.
부릿지가 얼마 전 너무 어려운 요즘 아파트 이름들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죠. 제대로 부르지도 못할 만큼 길어서 문제였는데, 최근에 새로운 문제가 또 불거졌습니다. 바로 지명입니다.
그동안 여러 단지에서 집값을 띄우기 위해 가까운 상급지나 도보권 밖 명소 이름을 붙이는 등 이른바 아파트 '택갈이'를 시도해왔죠. 이번에는 아예 없는 지명을 만들어낸 단지가 등장하면서 아파트 이름 짓기가 다시 도마에 올랐는데요.
조합에서 논의 중인 이 단지의 이름은 '서반포 써밋 더힐'입니다. 동작역이 반포와 접해있긴 하지만 생활권을 공유하지 않는 흑석동에 반포 지명을 넣은 거죠. 심지어 '서반포'라는 지명은 서울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단지가 들어서는 재개발 사업지인데요. 모순적이게도 바로 앞에는 흑석동 주민센터가 있습니다. 단지와 붙어 있는 아파트들의 이름이 흑석한강 푸르지오, 흑석한강 센트레빌인 것과도 대조적이죠.
인근 부동산에서는 아파트 이름에 '서반포'가 들어갈 경우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오히려 인근 다른 아파트들이 이름을 따라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는데요.
논란은 있는데 하겠다면 할 것 같아요. 자기 이름 자기가 짓겠다는데 어떻게 해. 목동 쪽에 가면 사실 목동이 목동이 아니잖아요. 근데 그게 (집값에) 영향이 있긴 있을 것 같아요. 이름 딱 들었을 때. 덩달아서 다른 데도 이름 바꿀지도 몰라요.
성동구 일대에는 이름에 서울숲이 붙은 단지들이 많죠. 그런데 서울숲과 중랑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금호동, 응봉동 아파트에도 서울숲 이름을 붙인 단지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왕십리역 인근인 행당동 아파트에도 서울숲 이름이 붙었습니다.
목동도 마찬가지입니다. 1980년대 신시가지 개발계획에 따라 목동신시가지 아파트가 들어섰는데요. 1단지부터 14단지에 이르는 대단지다보니 양천구 목동과 신정동에 걸쳐 형성됐습니다. 이후 신정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들에 목동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신월동까지 목동이라는 지명을 사용한 아파트들이 세워졌죠.
덕은지구 내 모든 아파트 이름에는 DMC(디지털미디어시티)가 붙습니다. 덕은지구는 경기도 고양시, DMC는 마포구 상암동입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긴 하지만 엄연히 행정구역이 다른 데다, 지하철 DMC역에서 덕은지구 내 가장 가까운 단지까지 도보거리는 4km에 달합니다.
아파트에 지명을 붙일 때 기준이 될 수 있는 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신정뉴타운 롯데캐슬' 입주민들은 2020년 단지명을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로 바꾸는 신청서를 양천구청에 제출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아파트 이름을 바꿀 때는 지자체 승인을 받아야 해서죠.
그러나 양천구청은 신월동에 있는 아파트 단지명을 목동으로 표시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명칭 변경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입주민들은 양천구청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구청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단지가 목동과 멀리 떨어져 있고, 신월동과 목동이 행정구역상 명백히 구분되는데도 상관없는 행정동 이름을 아파트 명칭에 사용하는 것을 승인할 경우 '목동'이 무분별하게 사용돼 경계가 모호해지고 위치 파악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짓는 아파트 이름을 정하는 데는 특별한 규정이 없습니다. 조합과 시공사가 단지와 관계없는 지명을 넣거나 어려운 이름을 붙여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거죠.
[동작구청 관계자]
이게 별도로 아파트 이름 자체를 승인을 받는 과정은 없고요. 변경 절차 같은 경우에는 대지 현황에 맞게 지어야 된다는 법률이 있긴 한데 처음 작명하는 거에 대해서는 딱히 법 조항이 없거든요.
흑석11구역 단지명이 아직 서반포 써밋 더힐로 확정된 건 아닙니다. 시공사 측은 아직까지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으며 정확한 단지명은 분양 시점에 조합과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안에 분양할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는데요.
논란이 거센 만큼 흑석동의 반포 편입 시도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도한 상급지 진입 시도는 집값 상승이 아닌 수요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죠.
실제로 지역명을 포함한 아파트 명칭 변경이 집값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 결과도 있는데요. 이번 일을 계기로 행정구역과 고유지명을 무색하게 하는 무분별한 아파트 지역 세탁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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