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숲과 여성, 마을을 모두 살리는 길, ‘축복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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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 여자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나무 111그루를 심어 환영해 줍시다."
인도 라자스탄 지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순다르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를 존중하는 건 전통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마을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축복 나무 111그루'는 인도의 피플란트리 마을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담은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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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공장에 사라진 숲
여성 교육 없이 가난한 마을
“여자아이 태어나면 나무 심자”
축복 나무 111그루
리나 싱 지음, 마리안느 페레 그림, 이계순 옮김 l 고래이야기 l 1만6000원
“우리 마을에 여자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나무 111그루를 심어 환영해 줍시다.”
인도 라자스탄 지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순다르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를 존중하는 건 전통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마을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게다가 나무 111그루를 심자니. 마을 사람들은 순다르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순다르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근처에 있는 대리석 공장이 주변 땅을 얼마나 망가트렸는지 보여줬다. 그리고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를 대신해 직접 나무를 심어주겠다고 제안했다. 부모에겐 딸을 학교에 보내고 열여덟살이 될 때까지 결혼을 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축복 나무 111그루’는 인도의 피플란트리 마을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담은 동화책이다. 이 마을 주변은 대리석을 캐내기 위해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땅을 파헤친 뒤 숲이 없어졌다. 숲이 사라지자 물도 없어졌다. 마을 여성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더 먼 곳에 있는 우물까지 걸어다녀야 했다. 대리석 공장이 있어도 마을은 더 가난해졌고, 가난한 집은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마을 촌장이 된 순다르의 111그루 심기 제안은 지역-환경-여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방법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피플란트리 마을에는 현재 25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있다고 한다. 해마다 여름이 끝날 때쯤 여자아이들은 나무에 신성한 실을 묶고, 나무와 맺어진 끈끈한 정을 이어가고 있다.
책 말미엔 오래된 관습을 뒤엎은 ‘에코페미니스트’ 순다르의 여정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설명을 담았다. 특히 여자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한 노력 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성 불평등’에 대해 부모와 아이가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환경을 보호하고 성 평등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세계 여러 단체 소개도 덧붙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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