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골목에서 펼쳐진 느슨한 연대의 장 [책&생각]

한겨레 2024. 4. 2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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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독서모임 안내가 여러 장 붙어 있는 책방 겸 카페 '소원책담'에 이르게 된다.

소원책담은 매주 여러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이 열리는 모임 전문 책방이다.

소원책담에서는 모임을 이끄는 진행자를 '책방 정원사'라 부른다.

회원과 책방 정원사가 함께 고민한 책방의 여러 모임은 소원책담의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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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 │ 소원책담
소원책담에서 현재 열리고 있는 모임들. 기획중인 다른 모임도 있다.

혜화동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독서모임 안내가 여러 장 붙어 있는 책방 겸 카페 ‘소원책담’에 이르게 된다. 소원책담은 매주 여러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이 열리는 모임 전문 책방이다. 책방 일정이 없는 날에는 다른 독서 모임에도 장소를 제공한다. 각 모임에 개성이 드러나도록 이름을 붙였다. 회원들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다. 가독성 좋은 신간을 훑어보는 ‘구렁이 독서회’, 필사와 낭독모임 ‘손끝 독서회’, 세계문학을 토론하는 ‘문학정원’, 철학 독서모임 ‘철인삼목’, 검증된 스테디셀러로 토론하는 ‘소목회’가 그것이다. 과학, 젠더, 기후, 역사 등 다른 독서모임도 기획 중이라 책방 모임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소원책담에서는 모임을 이끄는 진행자를 ‘책방 정원사’라 부른다. 이들은 지역 도서관이나 학교, 기관에서 토론을 진행하거나 관련 강의를 하는 전문 강사다. 토론 도서의 선정부터 진행이 짜임새를 갖추도록, 모든 참여자가 골고루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한다. 책방 정원사는 소원책담의 큰 자랑거리이자 자산이다.

독서모임을 이끄는 책방 정원사들.

소원책담에서 독서모임을 한번 경험한 회원들은 자연히 다른 모임에 관심 갖게 된다. 그런 회원들을 위해 ‘모임 구독’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회원은 영화, 방송,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를 서비스 받듯, 일정 기간 회비를 지불하면 책방의 모든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회원들이 원서 읽기 모임이나 걷기 모임 등 새로운 모임을 요청할 때도 있다. 회원과 책방 정원사가 함께 고민한 책방의 여러 모임은 소원책담의 정체성이다.

2021년 6월 코로나가 한창인 시절에 소원책담을 열었다. 주위에서 좋은 곳이라고 덕담을 해줬지만,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독서인구가 줄었고, 인터넷 서점의 할인정책과 대형 서점의 물량 공세에 밀려 동네 책방의 존립은 여전히 험난하다. 그런 시기에도 홀로 지키던 책방에 많은 분이 문을 열고 들어와 안부를 물어주었다. 책방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함께 책을 읽으면 더 넓고 깊게 읽을 수 있듯, 같이 꾸리는 책방이라면 오래 지속될 것 같았다. 2023년부터 여러 회원과 진행자가 뜻을 모아 소원책담을 함께 꾸려 가기로 했다. 긴 회의와 고민 끝에 올해 3월부터 ‘소원책담 협동조합’이 출범했고 그렇게 책방은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다양한 독서모임 책들.
소원책담 내부 모습.
혜화동 골목을 밝히는 소원책담.

취미와 취향을 나누는 소모임이 활성화되는 요즘이다. 다양성이 존중받고 소수의 취향이 널리 소비되는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눈을 조금만 돌려도 무료로 진행되는 독서모임이 즐비한데 책방의 유료 모임을 누가 찾겠느냐, 책방의 경제성이나 전망이 좋을 리 없다고 걱정 반, 염려 반 섞인 말을 보태곤 한다. 어느 정도는 맞고 일정 부분은 틀렸다. 분명 책방의 운영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미래를 어떻게 함부로 예측할 수 있겠는가. 소원책담이 협동조합으로 변신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함께하고 나니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겠다는 ‘우리’에 대한 믿음도 생겼다. 동네 책방은 사람과 사람, 이야기와 이야기가 연결되는 느슨한 연대의 장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곳, 소원책담은 앞으로도 혜화동의 골목 안, 일상의 바로 곁에 오래 자리할 것이다.

글·사진 이재호 소원책담 책방지기·한낮의 정원사 이인경

소원책담

서울 종로구 혜화로6길 17 101호(혜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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