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종식’ 했다더니... 모란시장 암암리 거래 [개식용종식법 100일 下]

김보람 기자 2024. 4. 26. 05:0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변화의 바람’ 불었지만…‘흑염소’ 식당 간판 걸고 보신탕 판매
市 “비법적 영역… 단속·금지 한계”
특별법 정착 위해 인식 개선 급선무
모란시장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이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한울기자

 

‘개식용종식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앞서 개고기 판매 근절에 나섰던 성남시의 ‘모란시장’ 사례를 보면 결국 사회적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개식용이 종식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3대 개시장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모란시장’에서 개고기가 유통되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다. 시장이 형성되면서 들어서기 시작한 개고기 취급 업소는 2001년 54곳까지 늘어나며 시장 곳곳에서 ‘살아있는 개’를 진열하고, 도축·판매하며 성업했다.

이후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개고기 소비가 주춤해져 점포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2017년까지 20여곳 업체에서 거래된 식용개가 연간 8만마리에 달하며 전국 최대 규모의 개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모란시장에 변화가 분 시점은 지난 2016년.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모란시장의 식육견 논쟁을 없애겠다’며 개 도축 시설을 폐쇄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당시 성남시는 ‘모란시장 환경정비 사업’을 추진, 시장에서 개를 보관하거나 전시하고 도살하는 행위를 중단하게 했다.

개고기 취급 업소의 상인들이 업종을 전환하는 대신, 시는 상인들이 전업에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알선하고, 식당 종사자의 재취업을 돕거나 비가림막을 설치해주는 등 시장의 환경정비에 나섰다.

성남시는 “모란시장의 개 도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의 모범을 만들어가겠다”고 성과를 홍보했다.

모란시장 가축거리에서 상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한울기자

그렇다면 모란시장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25일 기획취재팀이 모란시장을 확인한 결과, 여전히 20여곳의 업체가 ‘개고기’를 팔고 있었다. 가축거리 어디에도 ‘개고기’ 글자는 보이지 않지만, 흑염소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메뉴엔 ‘보신탕’이 있다. 건강원 등에서도 개고기를 내놓고 팔고 있었다.

김용북 모란시장 가축상인회장은 “성남시가 8년 전 개 도축시설을 가져가면서까지 개고기를 못 팔게 했지만, 일부 상인들이 단골 고객 등에게 개고기를 팔다가 점점 개취급 업체가 늘어났다”며 “여전히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업주들이 도축된 개고기를 들여와 보신탕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성남시는 모란시장상인회와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해 개 도축시설을 자진 철거하게 했지만, 개식용과 유통까지 전면 금지하진 못했다. 개식용을 금지할 법과 조례 등이 없다 보니 단속, 처벌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소음과 악취 때문에 민원이 쏟아지니,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인회와 소통하고 설득한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면서도 “개식용이 ‘비법적’ 영역에 있어 금지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가 나서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특별법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개식용 금지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개고기를 찾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파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며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동물 학대 등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동물 보호와 개식용 금지에 대한 교육·캠페인 등을 벌여 국민의 인식을 개선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특별법 처벌이 이뤄지는 3년 뒤에 개고기가 암암리에 거래되지 않도록 법망을 촘촘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김한울 기자 dahan810@kyeonggi.com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