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보직’ 국토위… 10명 중 7명, 다시 금배지 달았다

이범수 2024. 4. 26.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OC사업 총괄’ 상임위 최고 인기
19~21대, 의원 평균보다 생환 높아
상당수가 ‘지역민원 해결사’ 자처
22대 당선인 4명 중 1명꼴 국토위 선호
“지역개발에만 관심 쏟는 의원들 큰 문제”

제19~21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0명 중 7명꼴로 다음 총선에서 당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현역 의원의 생환율과 비교해 약 1.5배 높은 수준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을 포함해 대규모 예산 사업을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한 효과로 분석되는데, 제22대 국회에서도 국토교통위원회 쏠림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상임위 쏠림 현상은 국회의 입법 능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입법 활동이 아닌 지역민원 해결 능력으로만 의원을 판단하는 정치 풍토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5일 서울신문이 19~21대 국토위 소속 하반기 의원(불출마자·비례대표 의원 제외)의 생환율을 분석한 결과 총 79명 가운데 55명(69.6%)이 차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전체 국회의원의 생환율(46.7%)보다 22.9% 포인트 높다.

총선별로 보면 19대 국토위원의 생환율이 76.9%(26명 중 20명)였고 20대 국회가 63.0%(27명 중 17명), 21대 국회가 69.2%(26명 중 18명)였다. 전체 국회의원의 생환율이 19대 48.6%, 20대 41.7%, 21대 49.8%였던 것에 비해 크게 높다.

특히 정부와 협력하는 여당 국토위원의 생환율은 야당에 비해 훨씬 높았다. 19대 국회에서 여당(새누리당) 국토위원의 생환율은 78.6%(14명 중 11명)였고 20대 국회의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토위원 11명 중 9명(90.9%)이 다시 당선됐다. 21대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국토위원의 생환율은 72.7%(11명 중 8명)였다. 야당 국토위원의 생환율은 19대 72.7%, 20대 50.0%, 21대 66.7%로 여당에 비해 낮았다. 다만 이때에도 야당 국토위원의 생환율이 전체 의원의 생환율보다는 높았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5층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판이 걸려 있다. 19~21대 국회에서 국토위 소속 현역 국회의원의 총선 생환율은 약 70%로, 전체 현역 국회의원 생환율인 46.7%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안주영 전문기자

여당 국토위원들의 당선 가능성이 야당보다 더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SOC 사업의 경우 대규모 예산을 수반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정부·여당의 의지에 따라 유치 여부가 좌지우지되는데, 이런 상황이 표심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위 입성을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2대 국회 당선인 254명에게 ‘선호 상임위원회 1~3순위’를 물은 결과 응답 440건(복수 응답) 중 국토위가 104건(23.6%)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67건(15.2%), 행정안전위원회 39건(8.9%) 순이었다. 2019년 국토위원으로 보임된 조응천 개혁신당(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은 “누구나 오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올 수 없는 곳에 오게 됐다”고 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곧 원내대표가 확정되면 지역과 선수들을 검토해 (상임위를) 안배할 텐데 의원들이 친소 관계로 막 밀고 들어온다”며 치열한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국토위의 정원 수는 30명(21대 국회 하반기 기준)으로 17개 상임위 가운데 산자위와 함께 가장 많다. 인기가 없는 환경노동위원회, 국방위원회의 정원이 각각 16명, 17명인 것과 비교하면 1.8배 많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통화에서 “의원들이 국토위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도로 등의 예산을 유치하기가 쉽기 때문”이라며 “특히 김포, 동탄 같은 신도시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져야 도시가 발전하니까 국토위를 희망하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인프라가 깔리면 유권자들이 굉장히 빨리 반응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국회가 지역 민원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는 게 현실이고 10년 동안 비판해 왔지만 변하는 게 없다”면서 “현재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법들이 필요한데 의원들이 이런 것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지역 개발에만 눈길이 쏠려 있어 사회에 큰 위험으로 다가올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지방정부가 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든가 외국처럼 국토개발 관련 논의를 집중적으로 할 국가위원회를 만들어 의원들이 민원을 외면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범수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