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나를 제외하고 가장 훌륭한 사람

관리자 2024. 4.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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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형석 교수님을 모시고 강의를 들었다.

"나를 제외하고 지금 상황에서 어떤 교수가 교무처장을 맡으면 가장 잘할까?" 이렇게 심사숙고한 후 최적임자를 추천했다고 한다.

누구나 가장 공이 큰 도산 선생이 조직의 대표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나를 제외하고 가장 흘륭한 인물'을 천거한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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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교수 등
항상 조직 위해 최적임자 추천
능력보다 더 큰 감투 쓰게되면
본인 망하고 임명권자도 피해
‘인사가 망사’ 되는 경우 생겨나

얼마 전 김형석 교수님을 모시고 강의를 들었다. 올해 104세가 되셨는데 논리 정연하게 강의하시는 모습을 보며 다시 감탄했다.

김 교수님은 평생 연세대학교에서 철학교수로 봉직하셨다. 총장이 바뀔 때마다 보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김 교수님이 이번에 교무처장을 맡아 저를 도와주세요.” 신임 총장으로부터 이런 요청을 받으면 잘 생각해보겠노라고 답변하고 집에 와서 심사숙고를 했다고 한다. “나를 제외하고 지금 상황에서 어떤 교수가 교무처장을 맡으면 가장 잘할까?” 이렇게 심사숙고한 후 최적임자를 추천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면 대개 그분을 임명했다고 한다.

총장이 바뀔 때마다 처장·대학원장·부총장 등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나를 제외한 최적임자’ 를 찾아서 추천했다고 한다. 100세가 넘어서 돌아봐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신다. 첫째는 좋은 분을 추천해서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됐고, 둘째는 내가 추천한 분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으며 평생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하신다. 그런데 이런 일을 실천하며 사신 것은 도산 안창호 선생에게서 배운 것이었다.

도산 선생은 독립운동가이며 사상가이고 교육자다. 수많은 독립단체를 조직하고 자금을 모아 발족시켰다. 누구나 가장 공이 큰 도산 선생이 조직의 대표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때마다 도산 선생은 ‘나를 제외한 최적임자’를 찾아서 그분을 대표로 모셨다. 모두 도산 선생의 말씀을 따르고 화합을 한 것은 바로 이런 비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님은 10대 후반에 동네 교회에서 도산 선생의 연설을 들으며 개인보다 민족과 세상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깨달았고 중학교 교사 시절 교장으로 모셨던 인촌 김성수 선생의 이타적 삶과 언행일치를 보며 인생관을 다듬었다고 하신다.

나는 평생 군 부대를 찾아다니며 강의하고 다니다보니 비화 같은 인사 이야기를 듣게 됐다. 10여년 전 당시 대통령이 합참의장감을 내정하고 청와대로 불렀다. 대통령과 비서실장만 있는 자리에서 이런 당부를 했다고 한다. “합참의장을 맡아서 강한 군대 그리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군대로 잘 이끌어 주세요.”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대통령님 저로서는 영광입니다만 제 동기생 중에 모든 면에서 더 탁월한 대장이 있습니다. 그 장군을 추천드립니다.”

추천한 장군을 다시 알아봤더니 역시 훌륭한 인물이어서 합참의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른 후 당시 비서실장에게서 들은 비화다. 이분은 합참의장으로서 큰 성과를 냈고 현역 때나 예편한 이후에나 많은 후배 장병들이 존경하고 있다. 합참의장은 군 서열 1위의 막중한 자리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맡아달라는데 이를 사양하고 동기생을 추천한 장군 역시 참으로 훌륭한 인물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임명권자는 좋은 인재를 발탁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반면에 중요한 자리는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때로는 모함하거나 무고하기도 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가장 무서운 벌은 능력보다 더 큰 감투를 씌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높은 자리를 맡게 되면 역량뿐만 아니라 인성 그릇, 사생활, 심지어는 학폭까지 모두 드러난다. 지나친 욕심으로 너무 큰 자리를 차지하면 결국 본인도 망하고 임명권자도 피해를 입는다.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되는 경우다.

‘나를 제외하고 가장 흘륭한 인물’을 천거한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이분들 덕분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해온 게 아닐까.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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