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꺼내온 희망과 사랑… 오지윤, 물의 도시를 홀리다 [Weekend 문화]

유선준 2024. 4. 26. 04: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니스비엔날레 파빌리온 전시
지난해 로마아트 통해 초청 기회
해가 지지 않는 바다 시리즈 선봬
바다의 생동감, 감정으로 재해석
마당 비질 자국서 부조의 결 영감
오지윤 작가가 지난 18일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해외 파빌리온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2462#72 해가 지지 않는 바다'(왼쪽)와 '2362#91 존엄'을 살펴보고 있다.

【베니스(이탈리아)=유선준 기자】 오지윤 작가가 올해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해외 파빌리온(방글라데시 국가관) 초청 작가로 참여해 유럽 관람객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대표작인 '해가 지지 않는 바다' 시리즈로 바다의 생동감을 인간 삶의 다양한 감정으로 재해석해 '물의 도시' 베니스의 이미지에 부합시킨 것이 성공 요인이라는 평가다.

앞서 오 작가는 지난해 이탈리아 로마 아트 엑스포에서 초대 전시 도중에 베니스비엔날레 큐레이터의 눈에 띄어 이번 해외 파빌리온 작가로 공식 초청을 받았다.

그는 이번 전시에 출품한 '해가 지지 않는 바다' 시리즈 등을 통해 '바다 위, 바다 아래, 자연과 인간의 형이상학적 인연에 따라 소리도 빛깔도 결도 모두 다르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오 작가는 겹겹이 쌓은 부조물과 색채의 중첩을 통해 불평등한 인간 삶의 번민을 수행하듯 작품을 만든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도 수도승이 수행하듯 반복되는 기법을 통해 삶을 성찰한다. 파도 같은 부조(浮彫)의 결은 수년 전 사찰 초대전을 통해 새벽녘 어린 동자(童子)가 마당을 쓰는 싸리빗자루 자국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오 작가는 설명한다.

그는 "바다는 태초에 모든 생명체를 탄생시켰고,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생명들을 나게 하고 성장시키는 곳이다. 여섯 대륙을 감싸 안으며 이 대륙의 거대한 강들과 이름 모를 작은 실개천까지 모든 물은 바다로 바다로 향하고 이곳에서 만나 다시 하나가 된다"며 "모든 대륙을 포용하는 넉넉함을 가지고 있는 바다는 인간적인 이해와 예측을 넘어 거침과 고요함을 간직하기 때문에 저에게 바다는 하나의 신앙처럼 경의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오 작가의 말처럼 '해가 지지 않는 바다' 시리즈는 같은 바다라도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풍부함과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가고 밀려오지만 똑같은 높이가 반복되지는 않기 때문에 작품에서 음과 양의 조화로운 반복으로 전체 화면을 구축했다. 또 바다 역시 깊이와 태양빛에 따라 빛깔을 달리하기 때문에 오 작가의 감성대로 색을 골라 표현했다.

순금, 다이아, 진주 가루 등을 재료로 작업하는 오 작가는 "태양의 빛을 가장 많이 머금은 금박을 단색으로 처리된 바다 위에 입힌다"며 "이 색들은 스스로 빛을 내기에 나의 바다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지윤 '2360#70 해가 지지 않는 바다'

'해가 지지 않는 바다' 시리즈 가운데 대표작인 '2360#70 해가 지지 않는 바다'는 밝은 햇살을 받은 바다를 상징한다. 작품의 바탕색들은 희망과 사랑을 의미하며, 깊은 수면 속의 평화로운 바다를 상징한다.

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와 파도가 거세더라도 희망과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힘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오지윤 '2361#11 해가 지지 않는 바다'

또 다른 대표작인 '2361#11 해가 지지 않는 바다'는 생동하는 삶 속에서도 고요함 속 별빛이 비치는 밤바다를 상징한다. 이처럼 우주는 늘 인간 내면의 형이상학적 가치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오지윤 '2461#8 해가 지지 않는 바다'

이밖에 '2461#8 해가 지지 않는 바다'는 위 아래로 흐르는 햇빛을 표현해 우리의 삶이 언제나 움직임과 변화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작품 속의 햇빛은 우리를 따뜻하게 비추지만 동시에 위 아래로 자유롭게 흐르는 모양은 우리에게 한계 없는 가능성과 개방된 마음을 내포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무한한 활력과 자유를 가져다주며, 삶의 여정에서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전달한다.

오 작가의 이번 베니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비비아나 바누치는 "한국 미술의 장인정신은 서양 미술보다 두드러진 특색을 가지고 있다"면서 "오지윤 작가의 작품은 마치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시처럼 은유와 성찰이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또 베니스비엔날레 본부 큐레이터인 나탈리아 그리니우크는 "수도하듯 반복되는 오 작가의 그림에는 수행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며 "유럽의 미술사학자나 큐레이터들도 오 작가의 작품에서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특징들을 발견해내곤 한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