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부활… 자동차와 함께 한국 경제 ‘쌍끌이’

정한국 기자 2024. 4. 2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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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현대차 1분기 최대 매출
그래픽=양인성

한국 경제의 두 축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대표 기업들이 올 1분기(1~3월) 모처럼 나란히 좋은 성과를 냈다. 각 분야 대표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가 25일 각각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는 등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실적을 발표한 것이다. 삼성전자도 이달 초 영업이익이 6조원대를 회복했다는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는 미중 갈등 속 공급망 재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등 여러 외부 변수 속에서 사실상 자동차 산업이 홀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다. 작년 반도체 수출이 2022년보다 24% 줄어 부진했지만 전체 수출이 비교적 괜찮은 것은 자동차가 연 709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세워 버팀목 역할을 한 덕이다.

올해는 다르다. 자동차 산업이 작년 못지않게 견고한 데다 반도체가 본격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둘이 합해 우리 수출에서 30% 안팎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반도체발(發) 훈풍이 투자와 고용, 소비 등에서 선순환을 만들어 우리 경제 회복세를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 기록한 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1~3월)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또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웃돈 것은 2022년 2분기 이후 일곱 분기 만이다. 네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이날 SK하이닉스 실적을 두고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란 반응이 잇따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으로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 비결이란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 가격이 하락을 멈추고 상승 전환했다”며 “D램뿐 아니라 낸드 역시 흑자 전환에 성공해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대만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은 올 1분기 평균 판매 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최고 20%, 낸드는 22~28% 올랐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게 실적에 반영됐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만드는 제품인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HBM3)을 독점 공급한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아이오닉5 로보택시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비관론 뛰어넘은 현대차

현대차도 여러 우려를 불식할 만한 실적을 냈다. 지난해에 역대 최상급 성적표를 받았는데 올 1분기에도 매출 40조6585억원으로 1분기 기준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3조5574억원으로 작년 1분기와 비교해 2.3%만 감소하며 영업이익률이 8.7%였다. 전기차 아이콘 테슬라의 1분기 이익률(5.5%)을 넘어선다. 1분기는 연식 변경과 함께 차 가격이 오르는 일이 많고 야외 활동이 적어 보통 비수기로 꼽힌다. 현대차 안팎에선 이 시기에 괜찮은 실적을 올린 것은 의미가 크다는 반응이 많다.

현대차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강해지고 있는 것도 비결로 꼽힌다. 전 세계 판매량은 100만6767대로 작년 동기 대비 1.5% 줄었지만 고급차, SUV 등과 같이 단가가 높고 수익성이 좋은 차의 판매 비율이 커졌다. 작년 동기 대비 고급차 ‘제네시스’는 5.1%에서 5.6%로, SUV는 53.2%에서 57.2%가 됐다.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지만 그랜저·싼타페 등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늘었고 친환경차 판매 비율도 1분기 15.2%로 작년(15.8%)과 엇비슷했다.

◇반도체는 상승세, 차는 선전할 듯

1분기 실적을 계기로 재계 안팎에서는 ‘반도체의 봄’은 완연해지고, 자동차도 선전하는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는 메모리 가격이 상승 추세이고 AI용 메모리 수요도 계속 늘어나리라는 신호가 이어진다.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도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금융권도 이 분야 실적 전망치를 높이는 추세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비관론을 돌파하는 일이 과제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하이브리드 제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위기 대응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미국·인도 등 해외 주요 시장의 차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 작년의 기록적 실적만큼은 아니어도 가파른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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