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의대 증원 제외한 모든 논의 가능”

안준용 기자 2024. 4. 2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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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일정상 올해 조정은 불가능
내년 증원 규모는 재논의” 확인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정부는 25일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일정상 조정이 불가능한 2025학년도 정원을 제외하면 어떤 논의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의료계가 합리적·과학적 근거에 따라 통일된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누차 언급한 바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료계가 단일 증원안을 갖고 오면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증원 규모는 의료계와 함께 재논의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또 “25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의료 인력 수급 조정 메커니즘을 안건으로 다루는 만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금이라도 의료 개혁 특위에 참여해 합리적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정부 위원 6명, 민간 위원 20명 등 총 27명으로 꾸려진 의료개혁 특위는 이날 첫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의사 단체인 의협과 대전협, 대한의학회는 특위 불참을 선언한 뒤 이날 회의에도 나오지 않았다. 의협은 “의대 증원 등은 정부와 의료계가 일대일로 만나 풀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래픽=김하경

노연홍 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특위는 의료 체계와 제도 개혁을 조금 더 큰 틀에서 논의하는 기구”라며 “특위에서 의료 인력 수급 조정 메커니즘에 관해선 의견을 나눌 수 있지만, (당장의) 구체적인 의대 정원을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특위에선 주기적으로 미래에 필요한 의사 수를 조사·연구하는 협의체 구성 방안을 논의하고, 이 협의체에서 나온 ‘필요 의사 수’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의사를 몇 명 늘리고 줄일 것인지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 위원장은 그러면서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의료 사고 안전망 강화 등 4대 의료 개혁 과제의 구체적 로드맵을 상반기 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우선 중증응급·중증정신·소아·분만 등 중증·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수가(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를 대폭 올리고, 경증 환자 등은 상급종합병원(대형 3차 병원)이 아닌 1·2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약 40%에 달하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비율을 20%로 낮추면서 전공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또 과잉 비급여 진료를 부추기는 실손보험 개편, 필수 진료과 의사의 소송 부담을 낮추는 의료사고특례법 제정도 본격 논의할 전망이다. 노 위원장은 “의료 개혁 동반자로서 의협·대전협의 조속한 특위 참여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의료개혁 특위가 이날 출범했지만, 의정 갈등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별 자율 증원’ ‘2026학년도부터 증원 재논의’로 한발 물러선 반면 의사 단체와 의대 교수들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동결 및 증원 방침 백지화’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2025학년도 동결 및 원점 재검토’와 관련해 “합리적 대안이라 보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25일은 가장 먼저 사직서를 낸 의대 교수들의 민법상 ‘자동 사직’이 시작되는 날이다. 의대 교수들은 “민법상 사직서 제출 한 달이 지나면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정년 보장이 되는 의대 전임 교수는 민법에 우선하는 국가공무원법 등 특별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자동 사직’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사표 수리가 안 되면 병원을 임의로 떠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사표 수리와 관계없이 다음 달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교수들은 ‘준법 투쟁’의 수위도 점점 높여가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주 52시간 진료’, 이달 1일부터는 ‘외래 진료 최소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다음 주부터는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 등 상당수 대학 병원 교수들이 주 1회 휴진에 들어갈 수 있다. 30일 휴진하기로 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조만간 주 1회 휴진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30일,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한다.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계속되는 진료와 당직으로 육아에도 문제가 발생했다”며 “교수들이 한 달에서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을 신청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사직서 효력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육아휴직을 쓰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출범 - 노연홍(오른쪽에서 넷째)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특위 첫 회의를 앞두고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 등 의사 단체는 참여를 거부했다. /남강호 기자

환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의료계를 향해 “그동안 응급·중증 환자가 치료 지연으로 겪은 불안감과 피해, 환자 가족의 당혹감과 분노는 상상 이상”이라며 “부디 의료 현장에 남아달라”고 했다.

정부는 의료개혁 특위 논의와는 별도로 당장 시급한 필수의료 지원부터 대폭 강화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올해만 필수의료 분야 지원에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복지부는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고위험 임산부 입원 환자 1인당 하루 20만원씩 최대 7일간 지원하는 ‘고위험 임산부 정책수가’를 신설하는 등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20곳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국민건강보험 종합 계획에 따른 2024년도 시행계획안도 심의했다. 이에 따라 1분기에 분만·소아·중증응급 등 분야에 1조12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데 이어, 2분기에는 고난도 외과계 수술료 등을 인상한다. 또 3분기엔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료 등을 인상하고, 4분기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 보상 등을 실시한다. 필수의료 지원을 확대하는 대신 7월부터는 연간 365회를 초과해 외래 진료를 받는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90%로 올리는 등 건보 재정 관리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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