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푸집서 기둥-보-지붕 제작… 레고 조립하듯 아파트 짓는다
건설업계 인건비 급등-고령화 심각
날씨 영향 안받고 인건비 절감 가능
“재정 지원-공공주택 발주 등 중요”
근로자의 고령화와 인건비 급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건설업계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건설업 생산성은 주요국 대비 60% 수준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모듈러 공법, PC 공법 등 탈(脫)현장 공법(OSC·Off-Site Construction)이 부상하고 있다.
● PC공법 아파트 현장에는 숙련 근로자 7명만
이 현장에는 PC 공법을 잘 아는 숙련 근로자 6, 7명이 일하고 있다. 기존의 현장 위주 공법으로 건설할 경우 하루에 필요한 근로자 수는 20∼25명이다. 콘크리트 타설이나 철근 배근 등 복잡한 과정이 없어 필요 근로자 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비나 눈이 오면 콘크리트 타설을 중단해야 하는 일반 공법과 달리 외부 영향도 적게 받는다.
평택 건설 현장에 쓰이는 건설 부재는 기둥, 보, 지붕 등 2100여 개. 앞서 방문한 아산 PC 공장은 생산량 기준으로 하루 400여 개 부재를 만든다. 해당 아파트 전체 부재를 만드는 데 1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 셈이다. 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 이범식 연구위원은 “PC 공법 건물은 건물 터를 닦는 동안 부재를 미리 제작해 놓기 때문에 원자재 수급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없다”라며 “탈현장 공법은 기존 공법 대비 공기를 20∼50%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탈현장 공법에 대한 인센티브 필요”
국내의 경우 모듈러 건축 수주액은 지난해 3609억 원으로 10년 전인 2014년 692억 원 대비 5배로 성장했다. 철강협회가 2022년 발간한 ‘모듈러 건축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모듈러 건축 시장 전체 공사비 규모는 2030년엔 시나리오에 따라 최소 1조1000억 원, 최대 4조4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LH는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안산신길2 A-5블록 아파트를 PC 공법으로 2025년 착공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전체 단지 중 1개 동만 PC 공법으로 짓는 기존 사업과 달리 447채 규모 전체 단지를 PC 공법으로 짓는다.
탈현장 공법은 인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로 인한 건설 현장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다. 한국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은 50.8세에 이른다. 2004년 37.5세에 불과했는데, 급격히 고령화된 것이다.
해외에서도 모듈러 공법이나 PC 공법 도입에 적극적이다. 미국의 경우 2018년 모듈러 건축의 전체 공사비용을 공제 가능하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미국 전체 건설업체의 90% 이상이 탈현장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도 탈현장 공법 관련법을 개정해 인증 절차를 간소화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이미 2016년 4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모듈러 건축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탈현장 공법 확대를 위해 재정 지원 및 인센티브 제공 등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용한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전기차 확대 시 보조금을 줬던 것처럼 탈현장 공법 확대를 위한 정부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초기 사업성 확보를 위해 LH 등이 탈현장 공법을 활용한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주택을 발주하는 등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듈러 공법 |
외벽체, 창호, 배관 등 건설 자재와 부품을 외부 공장에서 박스 형태로 사전 제작해 건설 현장에 들여와 설치하는 대표적인 탈현장 건설공법.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 기둥, 보, 지붕, 벽체 등 콘크리트 부재를 외부 공장에서 생산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 |
평택·아산=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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