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온천천 두꺼비

이흥곤 기자 2024. 4.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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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년 전 호주에 소와 양이 들어오면서 큰 문제가 생겼다.

캥거루나 코알라의 적은 양의 배설물에 익숙한 쇠똥구리가 소와 양의 엄청난 배설물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꺼비는 겨울잠을 깨는 3월 경칩을 전후해 온천천 연못으로 이동해 알을 낳고, 이곳에서 부화한 2만여 마리 새끼 두꺼비는 이달 말에서 내달 초까지 뭍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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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년 전 호주에 소와 양이 들어오면서 큰 문제가 생겼다. 캥거루나 코알라의 적은 양의 배설물에 익숙한 쇠똥구리가 소와 양의 엄청난 배설물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파리가 들끓어 위생문제가 대두됐고 햇볕에 말라붙은 똥 무더기 근처엔 풀도 자라지 않았다. 1960년대 배설물 문제가 극에 달하자 정부는 쇠똥구리를 수입해 이를 해결했다. 쇠똥구리는 똥을 땅 속으로 운반, 그 안에서 먹고 배설한다. 쇠똥구리 똥은 충분히 소화된 상태여서 미생물이 분해해 흙을 기름지게 한다. 이렇게 고마운 쇠똥구리는 호주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사료에 함유된 항생제 탓이다. 항생제 투성이 똥을 먹고 살아남을 재간이 없다.


지렁이는 느릿해 보여도 끈적끈적한 분비물로 땅 속에서 하루 최대 4㎞까지 이동한다. 낙엽 등 유기물을 섭취한 후 배설물로 땅을 비옥하게 해준다. 지렁이 통로에는 공기가 유입돼 식물이 뿌리를 내리기 쉽다. 비가 오면 빗물이 이 통로로 스며들어 피해를 줄여준다. 하지만 인간은 농작물 보호를 명목으로 농약과 살충제를 마구 뿌려 지렁이를 힘들게 한다. 쇠똥구리와 지렁이가 먹이사슬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모르면서.

부산 온천천 두꺼비가 봄 산란을 위해 이동할 때마다 로드킬이 반복되자 연제구가 보호 대책에 나섰다. 두꺼비는 겨울잠을 깨는 3월 경칩을 전후해 온천천 연못으로 이동해 알을 낳고, 이곳에서 부화한 2만여 마리 새끼 두꺼비는 이달 말에서 내달 초까지 뭍으로 이동한다. 이때 사람이나 차량에 압사하는 일이 속출한다. 온천천 일부 도로 통제나 생태 통로 및 유도울타리 설치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두꺼비는 특히 비가 내릴 때 대거 이동한다고 전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두꺼비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환경단체 등이 합심해 보호운동에 나선 지역은 창원 대구 순천 전주 광양 등 50여 곳으로 알려졌다.

쇠똥구리와 지렁이는 생태 개념이 부족할 때 인간의 무관심 속에서 이미 쇠락했거나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두꺼비는 환경변화에 민감한 생태 환경 지표종으로 보존가치가 높다. 도심하천인 온천천에서 두꺼비가 산다는 건 그만큼 온천천이 환경적으로 건강하다는 의미다. 인간이 좀 불편하더라도 먹이사슬의 중간자로서 생태계 허리 역할을 하는 두꺼비가 온전하게 보호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꺼비가 사라진 뒤 온천천에 생태학적으로 무슨 변화가 생길지 누가 아는가. 적극적인 주민 도움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흥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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