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국가적 절실함 부족…글로벌사우스(남반구 국가) 외교 확대를”

이병욱 기자 2024. 4.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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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엑스포 후속 전략 토론회- 기조발표 서헌주 ㈜이퀘이션 대표

- “사우디, 국가 명운 걸고 유치전
- 우리는 만능론·무용론 혼재 속
- 경제 효과 분석에 초점 맞춰져

- 남반구 국가 단기간 외교 한계
- 장기적 동반자 관계 구축 필요
- 국가 생존전략의 유치 접근을”

“지난해 2030 엑스포 유치전은 ‘엑스포가 꼭 필요한 도시’가 ‘엑스포를 꼭 하고 싶었던 도시’에 승리한 결과를 낳았다. 만약 부산이 엑스포 유치에 재도전하려면 철저한 패인 분석과 시민 의견 수렴, 치밀한 유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25일 열린 ‘부산엑스포 후속 전략 긴급 토론회’에서 ‘부산의 미래, 전략적 옵션으로서 엑스포’를 주제로 기조발표에 나선 서헌주(사진) ㈜이퀘이션 대표는 부산의 실패 원인을 짚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해 재도전에 나설 경우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지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쳤다.

▮ ‘절실함’과 ‘필요성’이 성패 좌우

서 대표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원인으로 크게 네 가지를 꼽았다. 이는 반대로 부산이 실패한 원인이기도 하다.

첫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경쟁 후보국이던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유치전에서 빠지면서 이들 국가의 지지표 대부분이 사우디로 쏠렸다는 것이다. 둘째, 전쟁으로 인한 석유자원 안정화에 대한 우려가 큰 국제 정세가 사우디의 입지를 강화시켜 교섭력을 더욱 높였다. 또 대표적인 보수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가 개방과 여성 권리 향상을 위한 움직임을 보인 점이 서방 국가에 크게 어필했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명운을 건 ‘네옴시티 프로젝트’ 성공 등을 위해 반드시 엑스포를 유치해야 하는 ‘절박함’이 워낙 강했다.

서 대표는 “사우디의 관점에서 2030엑스포는 반드시 유치해야 하고, 성공시켜야 한다는 국가적 절실함의 원천이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사우디가 국가적 절실함으로 엑스포 유치에 접근한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 ‘엑스포 만능론’과 ‘엑스포 무용론’이 혼재한 상황에서 관광 증대 및 사회·경제적 인프라 정비에 기초한 도시 단위의 경제 효과 분석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글로벌 무대에 데뷔시킬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짚었다.

여기에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국가들과 사우디의 오랜 유대 관계를 한국이 넘어서지 못했고, 각국의 독자적 외교 추세가 심화하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도 패인으로 꼽혔다. 서 대표는 “사우디는 공식적인 외교 관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각국 정치 엘리트들과 개인적으로 깊은 친분을 유지했다. 짧은 시간에 한국과 부산이 이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다.

▮ 재도전, 거시적 관점의 검토 필요

서 대표는 부산이 2035엑스포 유치에 재도전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35엑스포 유치전의 잠재적 경쟁 도시로 독일 베를린, 이집트 신행정수도, 중국 베이징 또는 홍콩 등을 꼽으면서 “잠재적 경쟁 도시들은 사우디의 리야드 만큼 압도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은 아니지만 저마다 엑스포 유치에 대한 국가적 절실함과 필요성이 있다”며 “이들 도시와 차별화 할 수 있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등을 해소하기 위한 ‘필요성’을 부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남부권에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권을 구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엑스포를 하나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대한민국의 난제 해결을 위한 설루션으로서의 부산의 가치, 부산의 글로벌 허브도시 데뷔를 위한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가적 과제와 도시의 생존·부흥을 위한 전략 옵션으로서 엑스포 유치에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재도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교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전통적 우방국과 일본, 중국 등 인접 국가 중심이 아닌, 글로벌 사우스 국가 전반으로 외교의 폭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특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엑스포 유치를 위한 선심성 제안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국가별 비전을 반영한 방안을 제시하고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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