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탈취 모의” “실컷 빨아먹고...” 하이브 내분, 막장 대결로
하이브(의장 방시혁)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집안싸움이 결국 법정으로 향할 전망이다. 하이브는 25일 오전 “(민희진) 어도어 대표 주도로 경영권 탈취를 계획한 물증”이라며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2인이 지난 4일 나눈 카카오톡 채팅 대화록 일부를 공개했다. 하이브는 “이를 근거로 민 대표와 관련자에 대한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민희진 대표는 약 2시간 넘게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상황이 희대의 촌극이다. 경영권 찬탈을 계획도, 시도한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이브 측 법률 대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민 대표 측은 세종이 맡고 있다.
◇감사 결과 발표에 반박 기자회견 폭로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하이브가 이날 공개한 대화록 시점은 어도어 경영진과 뉴진스 멤버들의 법률대리인이 ‘아일릿이 뉴진스를 모사했다’며 박지원 하이브 대표, 김태호 빌리프랩(아일릿 소속사) 대표 등에게 항의 메일을 보낸 이튿날이었다. 대화록에서 어도어 부대표 A씨는 “이런 방법도 있다”며 ‘2025년 1월 2일까지 풋옵션 행사 엑시트(Exit·빠져나간다는 뜻)’ ‘권리침해 소송 진행’ ‘재무적 투자자 구함’ ‘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등을 보고하고, 한 인물이 “대박”이라고 답한다. 대답한 인물이 민희진 대표라는 게 하이브의 주장이다. 이 대화록이 어도어 지분 가치를 계획적으로 떨어트린 뒤 재무 투자자와 함께 지분을 확보하고, 뉴진스와 새 전속 계약을 체결하려던 증거란 것이다.
하이브는 또 “민 대표의 심각한 ‘주술 경영’ 정황을 발견했다”며 “여성 무속인에게 직원 채용부터 일정, 경영 사항을 코치받고, 방탄소년단이 군대 가야 본인에게 유리하다며 무속 행위로 군대 보낼 것을 의뢰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며 “오히려 내가 배신당했다. 써먹을 만큼, 약을 빨 만큼 빨고 이제 제가 필요 없어지니, 말 안 듣는다고 찍어 누른다”고 반박했다. 자신이 “하이브 정신 차리라는 의도로 여러 내부 고발을 한 바람에 보복성 마타도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굿해서 군대 안 가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굿을 할 것”이라며 “제 지인인데 그저 무속인이었을 뿐이고, 명백한 개인 (대화) 사찰이다.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민 대표는 또 어도어 부대표 A씨가 ‘1945 프로젝트’ ‘하이브의 죄악’ 등 제목을 달아 작성한 문건들을 경영권 탈취 계획이 담긴 것으로 보고 하이브가 감사 중인 것에 대해 “회사와의 갈등에 답답함을 담은, 전혀 진지하지 않은 메모를 갖고 날 죽이려 한다”고 했다. 외부 투자자를 만나고 다녔다는 의혹에 대해선 “비밀 유지 의무로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작년 맺은 주주 간 계약으로 제가 가진 18% 어도어 지분을 사용할 수 없는 올무에 걸려 있다”며 “이에 대해 올 초부터 재협상을 하며 지인에게 상담받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함께 동석한 세종의 이숙미 변호사는 “(하이브가 문제 삼은 대화록에) 회사 가치를 훼손시키는 행위가 없을뿐더러, 애초 배임은 예비죄가 없어 모의만으로 성립될 수도 없다”고 했다.
민 대표는 이날 “바깥에선 (방)시혁님 지원으로 제가 떵떵거리며 어도어를 운영한 줄 아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하이브가 당초 뉴진스에게 ‘자사 첫 걸그룹’ 타이틀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르세라핌을 먼저 데뷔시키고, ‘민희진 걸그룹’ 수식어를 르세라핌에게 쓰는 동안 뉴진스 홍보는 전혀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을 방치한다는 뉴진스 부모들의 항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너희 같은 양아치랑 일 못 하겠다며 퇴사하려 했다”는 민 대표는 “하이브 입사 초기부터 갈수록 (방)시혁님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주장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에스파(경쟁 기획사 SM 소속 인기 걸그룹) 밟을 수 있죠?”라고 말한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이밖에도 현장에서 “와 정말 치사하고 야비한 놈들”이라며 하이브 측을 욕하는 뉴진스 멤버 부모와의 대화 문자를 공개하고, “혜인(뉴진스 멤버)이 포닝(뉴진스 팬 소통 앱)을 켜 자기가 (사정을) 다 이야기하겠다는 걸 말렸다. 멤버 부모님들은 제가 극단적 선택을 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하이브로부터 팽당해서 뉴진스를 만든 것” “그간 하이브의 비상식적인 요구가 이어졌다” “(하이브의 포토카드 끼워 팔기가) 시장을 교란시키고 음반 시장을 망쳤다” “(하이브에) xx새끼들이 많다” “(뉴진스 베낀 아일릿 보고) 뉴진스 (특색을 빼앗아) 죽이려고 하는 줄 알았다” 등 격앙된 폭로를 쏟아냈다.
◇30일 이사회 무산 되면 법원으로
이들의 폭로전 분수령은 하이브가 소집한 어도어 이사회가 개최되는 오는 30일이 될 전망이다. 민희진 대표와 측근들로 구성된 어도어 이사진이 출석을 거부하면 이사회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하이브는 법원 허가를 받아 임시 주총을 열어 해임안을 재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임시 주총 개최까지 약 두 달여가 소요된다. 이날 민희진 대표는 “주총 참석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하이브와 함께하고 싶지 않지만 뉴진스와는 함께하고 싶고, (방시혁 의장이 제안하면) 뉴진스를 위해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분쟁이 하이브 멀티레이블 체제 시험대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희윤 평론가는 “유니버설 뮤직 등 해외 대형 음반사 대다수가 멀티레이블 체제지만, 대부분 다장르로 구성돼 겹치는 영역이 거의 없다”며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논란도 하이브 산하 레이블들이 전부 K팝 장르에 데뷔나 활동 시기도 겹쳐 차별성을 꾀하기 쉽지 않은 한계점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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