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체르노빌 원전사고 38주년

허행윤 기자 2024. 4.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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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금은 우크라이나 영토인 키이우 북쪽 원자력발전소. 이곳에서 가공할 사고가 났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참사다. 1986년 4월26일 오전 1시24분이었다. 필자는 그때 새내기 직장인이었다.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에 누출되면서 20만명 이상이 피폭됐다. 2만5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비공식적인 집계다.

사고를 복기해보자. 원자로 지붕이 파괴되고 화재도 발생했다. 고온·고방사능 핵연료와 흑연 파편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열흘 정도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됐다. 발전소와 가까운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이 심하게 오염됐다.

당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모두 4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었다. 사고가 난 4호기는 1983년 완공된 RBMK형 원자로였다. RBMK는 옛 소련이 개발한 원자로로 흑연을 감속재로, 경수를 냉각재로 사용한다.

운전 중 핵연료 재장전이 가능하고 출력이 큰 게 장점이다. 하지만 제어가 어렵고 낮은 출력에서 불안정해진다. 이게 사고 요인이었다.

사고는 전력 공급 상실 시 비상 전원 공급 전까지 터빈이 얼마나 오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고 전날 시험 준비 중 운전 미숙으로 열출력이 30㎿ 정도로 떨어졌다. 출력을 올리기 위해 많은 제어봉이 인출됐고 노심에는 기준치 이하의 제어봉만 남게 됐다.

그로부터 38년이 지났다. 체르노빌 발전소 주변 출입제한구역은 유럽에서 야생 동식물이 가장 번성하는 지역으로 바뀌었다. 반전이다. 휴전선 비무장지대처럼 말이다. 지난 2016년 기준 주민 180여명이 돌아와 거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관광객들에게 개방했다.

지구 반대쪽에서 발생했던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 그 무거운 의미를 허투루 받아들이면 우리 산하에서도 재발될 수 있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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