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만원에 미술·요리·책 읽기·체육까지… 초등생 방과후 책임져요
[아이 낳게 하는 도시]
김포시 우리아이행복돌봄센터
지난 22일 오후 3시 경기 김포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우리아이행복돌봄센터 선수점. 초등학교 1·2학년 10여 명이 색연필로 ‘나의 감정 그리기’를 하고 있었다. 한 어린이가 앞으로 나와 자신이 그린 우는 얼굴을 보여주며 “엄청 재밌을 때는 눈물이 나기도 해요”라고 말하자, 나머지 어린이들이 박수를 쳤다. 아이들은 눈·코·입이 각각 그려진 나무 블록으로 표정을 만드는 보드 게임도 했다. 다양한 놀잇감들에 책장은 그림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얼핏 유치원처럼 보이는 이곳은 김포시가 운영하는 방과 후 초등학생 돌봄 센터다.
센터에선 체육, 미술, 그림책 읽기, 요리, 꽃 심기, 숲 체험 등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 달 간식비 3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매년 초 선발할 때마다 ‘추첨’으로 뽑을 정도로 인근 맞벌이 가정에 입소문이 났다. 1순위가 맞벌이 가정, 2순위 저학년, 3순위 다자녀 순으로 뽑는다. 현재 20명 정원이 꽉 찼고 20여 명이 대기 중이다.
이런 센터는 김포시에 총 17곳으로, 초등학생 357명이 방과 후에 돌봄을 받고 있다. 시는 맞벌이 가구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19년 센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의 남는 공간, 주민센터 등을 활용했다. 매년 3~5개씩 늘렸다. 시 예산에 경기도 예산을 보태 센터당 평균 1억4600여 만원을 지원한다.
센터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는 대부분 맞벌이다. 선수 센터에 초1 아이를 보내는 직장인 박모씨는 “일찍 하교하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하던 중 아파트 안에 센터를 발견하고 너무 반가웠다”며 “오후 8시까지도 아이를 봐주는 데다 선생님들이 일하는 엄마의 어려움을 공감해 주셔서 늘 감사하다”고 했다. 센터는 평소 오후 2시부터 7시까지만 운영하지만, 학부모에게 야근·회식 등 부득이한 사정이 생겼을 땐 그 이후에도 아이를 돌봐주고 있다. 지난해 이 센터 학부모 만족도 설문 조사 결과, 88.9%의 학부모가 매우 만족하거나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방학에는 점심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김포시가 급식비 7000원 중 절반(3500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하루 3500원만 내면 된다.
동네 어르신들도 아이들 돌봄에 동참하고 있다. 선수 센터는 동네 어르신 3명을 ‘시니어 돌봄 교사’로 채용했다. 어르신들은 아이들과 함께 놀이 활동도 하고, 간식을 챙겨주고 숙제도 봐준다. 시니어 교사 이성순(73)씨는 “여섯 살 손자가 있는데 돌봄 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며 “매일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아동 심리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다른 시니어 교사 조모(76)씨는 “일을 하기 전에는 늘 집에 혼자 있었는데 출근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받고 돌아갈 수 있어 만족한다”며 “무리한 일도 없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김포시는 저출생 완화를 위해 ‘돌봄’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김포시 인구 중 7~12세 비율은 7.5%로, 전국(5.2%), 경기도(5.7%) 평균보다 높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83명으로, 경기도 전체 평균(0.77명)보다 높았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본지 통화에서 “사교육비나 보육에 드는 비용 때문에 둘째 낳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은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다른 분야에서 절감해서라도 돌봄 사업에 더 투자하겠다”고 했다. 김포시는 올해도 센터를 5곳 정도 늘릴 예정이다.
김포시는 돌봄센터를 포함해 다양한 저출생 정책을 펼치고 있다. 김포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여성이 임신을 하면 임신 축하금 50만원을 준다. 둘째 아이 이상을 낳으면 출생 축하금 100만원을 준다. 김포에 사는 모든 부부에게 인공 수정 5회·체외 수정 20회까지 난임 시술비(본인 부담금의 90%)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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