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유류분 관련법 개정땐 기업 경영권에도 영향… 재계 촉각

김자현 기자 2024. 4. 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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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유류분’ 제도 위헌]
민법에 패륜-부양가족 규정 포함돼
유불리 따져 적극 소송 여지 생겨
규모 큰 재계 소송, 후계구도 변수
헌법재판소의 25일 결정에 따라 유류분 제도가 수술대에 오르면서 상속제도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상속 관련 소송에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민법 개정 내용에 맞춰 유류분 상실 사유 및 기여분을 다퉈야 하는 만큼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에서 현재보다 더 치열한 증거·법리 다툼이 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속 재산 규모가 크고 기업의 지분 등이 포함된 경우가 많은 재계의 경영권 분쟁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유류분 상실·기여 입증 치열해질 듯

재계와 법조계에선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재벌 총수 사망 등으로 증가하고 있는 유류분 분쟁이 줄어들진 않을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 인정 조항이 즉시 무효화돼 사라지긴 했지만, 기존 유류분 소송에선 형제자매보다는 자녀 및 배우자의 유류분 다툼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은 2010년 452건에서 2022년 1872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2025년 12월 31일까지 마련하게 될 개정안에 ‘유류분을 받지 못할 사유’(패륜 가족)와 ‘기여가 있는 상속인’(부양가족)에 대한 규정이 담기게 되는 만큼, 이 같은 사유가 있다고 느끼는 기업 오너 가족 등의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이 이어질 거란 전망도 많다. 김현정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유류분 상실 사유나 기여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서 오히려 다툼의 여지가 없었지만, 그런 규정이 구체화되면 적극적으로 소송에 나설 여지가 생긴다” 며 “어떤 상실 사유가 있는지, 어떤 기여를 했는지 입증할 증거와 법리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법 개정 시한을 기점으로 유류분 소송 당사자들의 셈법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여분이나 유류분 상실 사유를 주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엔 입법이 이뤄진 뒤 소송을 제기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류분 상실 사유가 우려되는 당사자라면 법 개정 및 시행이 이뤄지기 이전에 빠르게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재계 경영권 등에도 변수

대기업이나 재벌그룹의 경우 상속 재산의 규모가 크고, 기업 지분 등이 포함될 수 있는 만큼 유류분 제도의 변화가 경영권 상속·분쟁 등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기업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자녀나 배우자의 경우라면 상속 과정에서 상속 기여분 등을 주장할 여지가 커진다”며 “당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향후 후계자들의 경영권 다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현재도 유류분을 둘러싼 다수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BYC 창업주 고 한영대 전 회장을 둘러싼 1300억 원대 소송이 대표적이다. 한 전 회장의 배우자 김모 씨는 딸 한지형 BYC 이사와 함께 2022년 12월 한석범 BYC 회장과 한기성 한흥물산 대표 등 두 아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서울중앙지법이 심리 중이다. 2022년 1월 별세한 한 전 회장의 유산 상속 과정에서 유류분을 한 회장에게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는 게 김 씨와 한 이사의 주장이다.

2009년 고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은 녹십자홀딩스 주식 56만 주 등 재산 일부를 탈북자를 위한 사회복지재단과 연구소 등에 기부한다는 유언장을 남겼다. 이에 장남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은 지분을 상속받은 재단 등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녹십자홀딩스 주식 23만여 주, 녹십자 주식 2만여 주를 돌려받았다.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 이모 씨는 2015년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4명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냈으나 2017년 패소한 바 있다.

재계에선 향후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친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을 상대로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별세한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남긴 7000억 원 이상의 효성그룹 상장 계열사 지분에 대해 유류분 권리를 요구하며 균등 분배를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에선 조 명예회장이 유언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을 상속에서 제외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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