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육아 병행 힘든데…” 저출산 예산중 3.6%뿐
전문가 “1.7조원서 4배로 늘려야”
그는 또 “어떻게 취직하고 육아휴직을 쓴다고 해도 육아휴직 급여 월 150만 원 받아선 1년간 쉴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이를 낳고 죄책감 없이 유치원에 보낼 때까지 3년 정도는 마음 놓고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 제도가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이선우 씨(34·여)는 5년 전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독일에 와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 씨는 “한국에선 결혼 후 커리어를 유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다”며 “그런데 독일은 과거부터 저출산이 이슈가 된 덕분인지 양질의 파트타임 정규직 일자리가 많이 있고, 출산 후 근로조건을 바꿔서 주 3일만 나오면서 계속 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지금 만나는 남성과 결혼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결혼 후 임신이 안 되면 입양을 통해서라도 양육 가정을 꾸릴 생각”이라고 했다.
“月150만원 육아휴직 급여, 日의 절반… 1년 쉬기엔 너무 빠듯”
2부 새로 쓰는 저출산 예산
〈2〉 아직 부족한 일-가정 양립 지원
獨 244만-스웨덴 410만원과 격차… “月10만원 인상땐 휴직 2.3%P 증가”
“최저임금도 月200만원” 기업들 한숨… 대체고용 정부 지원 80만원 태부족
내년에 출산을 계획 중인 이모 씨(37·여)는 아이를 낳은 후에도 육아휴직을 6개월만 쓸 생각이다. 이 씨는 “남편과 맞벌이하며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육아휴직 급여가 낮다 보니 육아휴직 1년을 다 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월 150만 원 육아휴직 급여 늘려야
현재 육아휴직 근로자는 휴직 기간 월 통상임금의 80%를 최대 15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월급이 150만 원으로 줄어드는 것과 같아 경제적 부담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육아휴직 급여 상한은 스웨덴(약 410만 원), 일본(약 317만 원), 독일(약 244만 원) 등 주요국과 격차가 크다.
육아휴직 급여가 오르면 육아휴직을 쓰는 근로자가 늘고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급여가 월 10만 원 인상되면 출산 근로자의 육아휴직 이용률이 2.3%포인트 오르고, 희망 이용 기간이 12.5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육아휴직 등을 쓸 수 없는 플랫폼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도 동등한 수준으로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 대체인력 지원금 월 80만 원 불과
전문가들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실효성이 높은 정책으로 절반 이상이 ‘돌봄 시간 보장을 위한 근로시간 유연화’(55.0%)를 꼽았다.
일부 선제적으로 유연근무를 확대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도 있다. 인천 부평구의 임기제 공무원 박진영 씨(40)는 지난해 1월 아내가 쌍둥이 딸을 낳은 뒤 4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맞벌이인 그는 복직 후 하루 2시간씩 근무시간을 줄이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박 씨는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아내가 육아휴직을 해도 혼자 돌보기 어려웠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아빠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동료들이 전혀 눈치 주지 않고, 오히려 아이 돌보는 데 시간을 더 쓰라고 해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는 지방자치단체 중 5년 연속 가족친화인증기관 인증을 받은 드문 사례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장에선 유연근무를 확대하고 싶어도 부담 때문에 주저하는 상황이다.
고용부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에 주는 장려금을 근로자 1인당 연간 최대 360만 원에서 올해 최대 480만 원으로 늘렸다. 또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를 도입하며 대체인력을 고용해 30일 이상 유지하는 경우 월 80만 원을 주고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취재한 청년들과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출산휴가를 사용한 근로자 대체인력을 30일 동안 고용할 경우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더라도 월 200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아휴직과 유연근무를 활용한 직원이 승진 등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는 현실도 여전하다. 10년 차 직장인 김모 씨(40)는 “육아휴직을 1년 동안 쓴 후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어졌다”며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의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2022년)에 따르면 육아휴직 전체 기간을 승진 소요 기간에 포함하는 사업체는 30.7%뿐이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아이를 키우는 젊은 세대는 일과 육아에 시간을 유연하게 쓰고 싶어 하는데 우리의 근로 환경은 여전히 경직적”이라며 “기업 노력만으론 부족하고 정부가 정책을 통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연근무제를 잘 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나치게 활용하지 않는 기업에 페널티를 주는 것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본은 이르면 내년 4월부터 모든 기업이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단시간 근무 중 최소 2개 이상의 제도를 채택하는 법 개정안을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尹에 “가족 의혹 정리해달라…채상병 특검 수용을”
- ‘이재명의 민주당’부터 ‘이재명의 국회’까지 [김지현의 정치언락]
- 여야 원내대표, 5월 본회의 일정 합의 실패
- “만져보니 아직 죽진 않아”…탈북자가 촬영한 北참상
- “임신 원하는 여성이라면 ‘이것’ 반드시 끊어야”
- 선방위, ‘김건희 디올백’ 보도 MBC 스트레이트에 관계자 징계 의결
- 얼마 전부터 구강 안쪽이나 목에 혹이 만져 진다.
- 3%대 고물가에…5월 가스요금 인상 ‘보류’ 기류
- “일본인 목덜미는 선정적”…박찬욱 ‘동조자’ 어떻게 달라졌나 [선넘는 콘텐츠]
- 정부 “의사들과 일대일 대화할 의지 있어…회피 말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