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장난’ 인니 신태용 감독, 황선홍호와 격돌 “함께 올림픽 나가고 싶었는데…스포츠는 스포츠 최선 다할 것”

인도네시아 U-23(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마냥 기쁠 수 없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26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카타르 아시안컵 8강을 앞두고 있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를 이끈 뒤 휴식기를 가졌던 신태용 감독은 지난 2020년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와 4년 계약을 맺었다. A대표팀을 비롯해 연령별 대표팀까지 맡으며 인도네시아 축구 성장에 힘썼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개최가 1월로 연기되면서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축구협회와 6개월 계약을 연장했고, 당시 예상과 달리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16강 진출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상 최초 아시안컵 무대에서 16강행을 확정한 신태용 감독은 승리의 기쁨을 누렸지만, 16강에서는 호주에게 0-4로 대패하며 여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후 약 두 달 뒤 열린 이번 대회에서도 조별리그 1차전 카타르에게 0-2로 패했지만 2차전 호주, 3차전 요르단을 차례로 꺾고 2승 1패를 기록하며 인도네시아 U-23 연령별 대표팀 최초 토너먼트를 무대를 밟게됐다.

이번 대회는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전을 겸한다. 1~3위까지 본선에 직행, 4위 팀은 아프리카 4위팀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남은 본선 티켓 한 장을 가린다. 만약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가 올림픽 진출에 성공한다면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68년 만에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여준 신태용 감독을 향한 인도네시아 팬들의 지지는 하늘을 찔렀고,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장은 직접 카타르로 날아가 신태용 감독과 함께 한 한식당에서 악수를 하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며 “신태용 감독과 2027년까지 함께 일하기로 했다”며 계약 연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에게는 이번 경기는 ‘운명의 장난’이다. 고국과 함께 올림픽 진출의 꿈을 꾼 그는 이제 고국을 쓰러뜨려야만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됐다. 경기 하루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은 “이번 8강에서 한국은 꼭 피하고 싶었다. 힘들더라도 일본과 맞대결을 펼치고 싶었다. 선수 시절부터 감독 시절까지 일본과 많이 맞붙은 바 있었기에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를 앞두며 황선홍 감독님과 제 조국인 한국을 피하고 함께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운명의 장난인 듯 만나게 됐다”고 아쉬워한 뒤 “그래도 스포츠는 스포츠다.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A대표팀 코치와 U-20, U-23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은 조국 한국을 처음 상대한다. 신태용 감독은 “솔직히 힘들다. 제가 한국 대표팀을 맡은 적이 없었다면 덜 그랬을 텐데 감독을 하면서 팀을 이끌어 봤기에 더 그렇다. 한국을 이끌 때는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마음으로 애국가도 크게 부르며 경기에 임했는데 심적으로 힘들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신태용 감독은 황선홍호에 대해 “한국은 신체적으로 뛰어나다. 수비라인 또한 견고하고 강하다. 우리에게는 힘든 부분이다.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한국의 장점을 깨뜨려야만 한다”라며, 경계 대상으로는 이영준(김천상무), 엄지성(광주FC),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를 꼽으며 “이영준 선수는 상당히 잘하고 있고, 측면에 엄지성과 정상빈 선수 또한 경계된다. 워낙 신체조건들이 좋기 때문에 우리가 조심할 부분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