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청호동 갯배의 운명

이수영 2024. 4. 2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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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 청호동 '아바이 마을'은 함경도 출신 실향민 집단촌이다.

마을을 조성했던 1세대 실향민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다.

아바이 마을을 속초 시내와 연결하는 갯배에도 실향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그동안 실향민의 후손인 청호동 주민들로 구성된 단체에서 위탁 운영을 해왔지만, 매년 이용자 수가 줄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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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 청호동 ‘아바이 마을’은 함경도 출신 실향민 집단촌이다. 마을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함께 한다. 6·25 전쟁 발발 이듬해인 1951년 1·4 후퇴 당시 함경도에 있던 원주민 일부가 퇴각하는 국군을 따라 남진해 이곳에 도착했다. 실향민들은 고향에 빨리 돌아가기 위해 가까운 속초에 정착했다. 금방이라도 통일이 돼 귀향할 날을 기다렸지만, 헛된 소망에 그치고 있다. 마을을 조성했던 1세대 실향민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다. 어업 활동이 줄어들면서 인구도 감소하는 추세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도 이름난 이곳엔, 속초의 대표 관광지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함흥냉면과 오징어순대, 순대국밥, 가자미식해 등 맛집도 즐비하다.

아바이 마을을 속초 시내와 연결하는 갯배에도 실향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승선원이 아닌 승객들의 힘으로 운행하는 국내 유일의 무동력선이다. 수로에 쇠줄을 설치하고 갈고리로 끌어당겨 배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운행한다. 겨우 50m 남짓한 물길을 두고 한참을 돌아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실향민들에겐 없어선 안될 교통수단이었다. 지금은 여행객들이 체험을 하는 관광 명물이다. 그동안 실향민의 후손인 청호동 주민들로 구성된 단체에서 위탁 운영을 해왔지만, 매년 이용자 수가 줄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1년 새 손님은 12.7%가 줄었고, 이용료도 11.37%나 감소해 수지를 맞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올해 1월 시에 갯배 위탁관리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이러다가 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갯배가 없는 속초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시민들에겐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속초시가 운영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내달부터 운영권을 민간에서 속초시 시설관리공단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시는 갯배의 원활한 운영·관리를 위해 시설관리공단과 대행 위탁협약을 조속히 체결하고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수많은 사연과 시민들의 정이 실려 있는 청호동 갯배가 멈추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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