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O 우체통]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무게

이정민 2024. 4. 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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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주체인 선생님과 학생이
마음껏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간절한 요즘…

‘편지도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강원도민일보 편집부가 독자들에게 띄우는 ‘KADO 우체통’을 운영합니다. 딱딱한 기사체에서 벗어나 신문에서 만나는 보드랍고 따스한 편지 한 줄. 기사라는 것은 결국 기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다는 생각으로 편집부 기자들이 다양한 수신인에게 편지를 전합니다. 수신인은 미담 기사 속 작은 영웅일 수도, 사건 기사 속 피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즐겨보는 드라마의 작은 조연, 아니면 당신이 즐겨찾는 카페의 커피 한 잔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신인에는 경중이 없습니다. 그저 위로와 응원만이 있을 뿐. KADO우체통에서는 미니엽서 두장 ‘시인하는 기자-부인하는 기자’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시인하는 기자’는 등단시인으로 활동하는 박희준 편집기자가 전하는 서정의 시편지입니다. ‘부인하는 기자’는 편집부 유부녀 기자 3명이 세상의 모든 부인(婦人)에게 보내는 공감의 편지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잠자고 있던 당신의 우편함을 확인하세요.

최근 현장 체험학습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학생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인솔 교사들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현장 체험학습을 취소하는 강원도 내 초교가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동료 교사들은 학생과 교사가 안전하게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근본적 문제 해결에 대한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동료 교사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교사라 칭해지는 ‘선생님’의 존재는 학생들의 성장 과정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우리 반에서 학생 중에 신기할 정도로 항상 웃고 있어서 닮고 싶은 친구가 있어.” 초등학생시절, 교탁에 선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이 한마디에 친구들은 교실을 두리번거리며 칭찬의 주인공을 찾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주인공은 저였습니다. 존경하는 어른에게 닮고 싶다는 말을 들은 날. 아직도 그 선생님의 성함, 얼굴, 그때의 분위기가 생생하리만큼 짜릿한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또래 집단과 사회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선생님의 행동과 말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한창 예민한 시절 학생들의 고민을 먼저 알아차리고 공감하며 들어주던 선생님, 매일 아침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 앞 횡단보도를 지키며 반갑게 인사하던 선생님, 졸업 후에도 안부를 물으며 뜨겁게 응원해 주던 선생님….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무게감이 있습니다. 이면에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체벌을 일삼아 두려움의 존재로 다가왔던 선생님도 있었지만, 폭력을 내세운 권력이 사라진 자리에 학생 인권이 피어났습니다.

요즘 우리사회에는 교권침해, 교권 회복이 화두로 떠오릅니다.

“실제 교권침해 양상 은 정말 다양하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교사들은 의욕을 상실하고 이는 결국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 교사가 학생 행동을 제지하면 정신적, 신체적 학대로 신고된다. 학부모에 의한 악성 민원도 문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요즘은 학교 홈페이지에 가면 선생님 이름이 익명으로 나와 있다. 교사가 자기 신분을 학부모에게 노출할 수 없는 세상이다. 오죽하면 안심번호를 쓰겠는가.” 작년 말 열린 교권 회복을 위한 더 나은 강원교육 토크콘서트에서 신경호 교육감을 통해 알게 된 교육 현장의 현실입니다.

지난달 충남도의회는 학생 권리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책임과 의무는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은 상충하는 문제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부당한 폭력이 사라지는 진보를 걸어온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또 다른 순간에 놓여있습니다. 교사의 과도한 행정업무, 기간제로 채워지는 정교사 채용 감소 등 새로운 형태의 문제들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새로운 진보로 나가야 합니다. 선생님들이 수업과 생활지도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권리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제적 장치, 더불어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간절한 요즘입니다. 이정민 ljm110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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