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김무열만 보면 간담이 서늘할걸[인터뷰]

강주일 기자 2024. 4.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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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무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른 편 빌런과는 차별성이 있죠. 백창기는 사람을 해치는걸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고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이에요. 사선을 드나드는 경험을 하며 살아남은 인물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배운’ 사람 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 김무열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을 만나 ‘범죄도시’ 시리즈의 4대 빌런, 백창기를 연기한 소감을 들려줬다.

보통 상식이 풍부하고 배려가 넘치는 사람들을 만나면 “배운 사람은 다르다”고 말한다. 김무열의 ‘배운 사람’이라는 표현 대로 특수부대 용병출신 빌런 백창기는 살상을 ‘배운 티’가 나는 수준 높은 살인병기 액션으로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그가 선사하는 넘치는 공포심은 오히려 절제된 연기에서 나왔다.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액션은 정확하게 한동작으로 빠르고 간결하게 표현하려 했습니다. 또 표정변화를 주지 않으려고 했죠.”

특히 영화 초반 그가 등장과 함께 선보이는 단검 액션은 영화 말미 마석도와 선보이는 라스트 액션신 보다 더 뇌리에 남는다.

“단검 액션에선 칼날의 면이 단면인지 양면인지, 벨 것인지 찌를 것인지 선택이 중요해요. 20대에 단검 쓰는 운동을 배워서 도움이 많이 됐죠. 백창기는 칼리 아르니스라는 필리핀 무술을 쓰는데요, 40~50cm 길이의 2개의 검을 이용해 ‘써는’ 기술이에요. 웨슬리스나입스의 ‘블레이드’라는 영화에서 그 기술을 원형에 가깝게 사용합니다.”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계의 아이돌’ ‘광명의 셰익스피어’ ‘로맨티스트’ ‘패셔니스타 잉꼬부부’ ‘믿고 보는 배우’ ‘올라운더’···배우 김무열을 스쳐지나간 말들은 여러가지이지만 ‘범죄도시4’를 본 뒤라면 ‘액션 잘하는 배우’라는 말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무열이 액션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던 터. 이번 영화에서 그는 아크로바틱을 곁들인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능력치를 입증한다.

그의 신들린 액션 연기의 기원은 알고보니 대한민국 사교육 이었다.

“어릴 적 첫 사교육이 태권도 잖아요. 그렇게 태권도를 시작했는데, 당시 우리 동네에 쿵푸 열풍이 불어 쿵푸도 배웠어요. 배우 준비를 하면서 뭐 하나라도 익히면 캐스팅에 도움이 될까해서 발레, 재즈댄스, 한국무용, 택견도 배웠는데, 나중엔 작품 오디션을 볼 때 심사위원 눈을 사로잡기 위해 공중돌기 같은 화려한 무술을 선보여야 겠다 싶어서 아크로바틱까지 배웠죠. 하하”

배우 김무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김무열이 배우가 되기 전부터 그의 액션 연기 자질을 알아본 이가 있었다. 바로 그가 다니던 카포에라 무술 도장 관장이다. 당시 김무열이 살던 동네에는 카포에라 무술 도장이 있었는데 대한민국에 단 두개 있는 도장 중 하나였다.

“호기심에 들어갔는데 비디오를 틀어주시더라고요, 뭔가에 홀린 듯 등록을 했죠. 카포에라에 아크로바틱 동작이 많이 들어가요. 주로 거꾸로 서 있는 동작이 많아요. 운동 좀 한다하는 사람들도 처음엔 엄청 헤매죠. 주짓수도 그 도장에서 배우고 칼리 아르니스도 배웠어요.”

당시 ‘옹박’ 영화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고, 도장 관장은 김무열에게 “너도 배우가 꿈이니까 카포에라를 장착한 액션 배우가 되자!”고 했다. 당시 김무열은 “난 연기파 배우가 되고 싶다”며 단칼에 거절했다고.

“관장님은 제게 은사님이세요. 수강료가 없어 6개월이 밀렸는데 회비 안내도 되니까 나와서 운동하라고 먼저 말씀해주셨던 분이죠. 당시 제가 돈벌이가 없었는데 대학 축제 등에 카포에라 공연도 잡아주셨어요. 그때 그런 몸쓰는 훈련들이 무대 위나 카메라 앞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배우 김무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 시리즈는 빌런의 역할이 중요한 영화다. 윤계상의 장첸, 손석구의 강해상, 이준혁의 주성철에 이어 ‘범죄도시4’의 빌런을 맡는다는 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터. 그럼에도 그는 핵주먹 마석도를 쩔쩔매게 만드는 빌런 백창기의 역할을 당연스럽다는 듯 해낸다.

그는 “마석도와 붙는다고해서 무조건적으로 덩치를 키울 생각 하지 않았고, 너무 잔근육으로 몸을 만들지도 않았다. 몸을 가꿔서 백창기가 되고 싶단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빌런 백창기의 모습이 한 컷으로 표현된 상의탈의 장면도 사실은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고.

“처음엔 상의탈의가 대본에 있었는데 ‘이게 만약 상의탈의를 위한 장면이라면 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안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는데, 필리핀 격투 장면을 찍을 때 피가 튀고 옷이 찢기며 자연스럽게 찍게 된거에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액션 영화의 특성상 스토리나 캐릭터들의 전사가 자세히 표현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백창기의 등장에선 그의 전사가 자연스레 상상이 된다. 그러나 그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떠올린 백창기는 결과물에서 표현된 백창기와 180도 달랐다고.

“시나리오를 보고 떠올렸던 이미지는 마초적이고 강렬한 인물이었어요. 옷도 용병의 잔재들 같은 그런 의상을 떠올렸는데 감독님은 그냥 평범한 스타일을 요구하시는거에요. 처음엔 괴리감이 너무 커서 당황스러웠지만 오히려 그게 잘 맞아떨어졌어요. 백창기가 필리핀에선 평범한 셔츠를 입고, 서울에 와선 피코트를 입고 비니를 써요. 테스트 촬영 때 의상을 입고 내 얼굴을 봤는데 딱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이상한 사람’이란 느낌이 딱 들더라고요. 그때 ‘아 정말 잘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사실 처음 백창기 역을 맡았을 땐 ‘이 사람 쉽지 않겠다’ 싶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낼 수 있었던건 ‘범죄도시4’ 팀원들에 대한 믿음이었다”고 했다.

“내가 좀 못해도 재밌는 영화 나올 수 있겠다 했죠. 내 고민을 1부터 10까지 나눌 수 있는 형들이 있는 현장이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내가 하는 일은 어떤 인물을 만드는 일이 아닌, 같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일’이란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외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내가 없는 곳에서 각자가 모두 외로웠겠구나, 우리가 다 함께 했구나.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에게 다음편 ‘범죄도시’ 빌런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제가 무언가 보여드린게 있다면 마음껏 가져가 주세요. 제가 그런 밑거름이 되면 영광이겠습니다. 저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책이나 드라마 시리즈를 보면 정말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놀던 동네 고향 어딘가를 가는 포근함···익숙함에서 나오는 따뜻함 그런게 느껴지잖아요. ’범죄도시‘를 보면서 그런 마음이 드는 분들이 계실거라고 생각해요. 동석이형이 건강하셔서 시리즈가 장수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배우 김무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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