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장관석]“尹의 격노” 2년… 경청이 변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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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근무 시절 한 법조인에게 "○○○이 따로 찾아와 자세히 설명하면 달리 안 들어줄 방도가 없다"며 거론했다고 칼럼에 썼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 의중을 읽은 듯 '한동훈 배신자' 프레임을 더 강화했고, 한 전 위원장이 "배신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라 응수해 윤-한 간극이 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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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김건희 여사 디올백 문제 해법,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임명, 의대 정원 확대 2000명 연설 과정서 일방 통행 논란은 이어졌다. 총선은 여당 참패로 끝났다. 윤-한 관계는 이제 “밥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침몰시키는 파부침주(破釜沈舟) 직전”이라는 말을 듣는다.
윤 대통령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16일 4시간 넘게 저녁 식사를 했다. 여권 관계자는 “밥 자리에서 한 전 위원장 얘기가 나왔다”며 “차기를 꿈꾸는 홍 시장은 대통령이 차기를 보장해주지는 못하더라도,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암묵적 비토권을 행사하기엔 충분한 자리임을 모를 리 없다”고 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 의중을 읽은 듯 ‘한동훈 배신자’ 프레임을 더 강화했고, 한 전 위원장이 “배신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라 응수해 윤-한 간극이 더 벌어졌다.
여의도 출신이 아닌 윤 대통령 취임으로 정계 개편 가능성까지 한때 거론됐던 가능성이 쪼그라든 2막 얘기다. 여권 인사는 “취임 초와 달리 여러 사람이 윤 대통령 곁을 떠나갔다”고 했다. 이준석, 안철수, 나경원, 김기현과 갈등한 데 이어 한동훈도 뺄셈 대상에 이른 듯하다. ‘협치형’ 인선으로 거론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초기 인맥에 불과할 뿐 외연 확장의 결과는 아니다.
윤 대통령이 불통 논란에 갇히는 원인을 여러 맥락에서 짚어볼 일이다. 신분이 법으로 보장되는 직업 공무원, 그것도 권한이 강한 검사들은 팩트와 법리 적용을 근거로 ‘검사 윤석열’의 판단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반면 언제 옷을 벗을지 모르는 어공들이 ‘대통령 윤석열’을 설득하기에는 양측 인연의 깊이가 얕을뿐더러, 직업 안정성도 그들에 비할 바 못 된다. 판사만 집요하게 설득하면 되는 일도 아니고, 정답도 중요하지만 답을 찾는 과정과 방식은 더 중요하다.
다변에 강한 성품의 윤 대통령이 조금만 발언 어조나 수위를 높이면 격노(激怒) 여부와 무관하게 상대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경험자들의 평가다. 대통령의 의중을 살필 수밖에 없고, 의견 제시와 토론은 일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인연이 오래지 않은 참모나 관료들은 더더욱 그렇다. 그렇게 2년간 ‘대통령 격노’ 기사가 숱하게 나왔다. “격노 소식만 덜 들려도 불통 이미지에 따른 부정평가가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후 “정치하겠다”고 했다. 그의 2년을 두고 “정치하듯이 수사를 하고, 수사하듯이 정치를 한다”는 일부의 조롱에서 자유로워지는 길도 격노보다는 경청에 있을 것이다. 말 잘 듣는 참모, 입맛대로 쓰고 말하는 일부와 소통하며 국민 물음에 답하지 않는 것은 공화국 지도자의 덕성(德性)과 거리가 있다. 최근 하루에만 두 차례 언론을 만났듯 신뢰를 강화해 국정과제를 실천하는 길도 소통의 성패에 달려 있다.
장관석 정치부 차장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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