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두통 불면증 날리려 찬 공, 평생 건강 지킴이 됐죠”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2024. 4. 2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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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용 대표가 경기 고양시 충장근린체육공원 축구장에서 오른발로 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사업 등으로 운동을 소홀히 하다 망가진 몸을 되살리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축구를 시작해 주말마다 그라운드를 뛰고 있다. 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초등학교 때 잠깐 축구 선수로 뛰었다. 중고교, 대학, 군대 시절까지 축구는 친구 동료들과 어울려 즐기는 스포츠였다. 이후 사업 등으로 30년 넘게 잊고 지냈던 축구가 50대 중반부터는 그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태용 지티엘 대표(66)는 40대 중반부터 악화된 건강을 되찾기 위해 50대 중반부터 축구를 시작해 10년 넘게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며 주말엔 신앙 생활을 하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었죠. 40대 중반을 넘기자 두통, 고혈압 등 증세가 나타나며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더군요. 폐렴이 걸리는 등 잔병도 많았죠. 무엇보다 불면증에 시달렸어요. 병원을 자주 찾았죠. 그래도 운동할 생각은 못 했는데 딱 55세 때 경기 양평의 토목공사 현장에서 마을 사람들이 축구 하는 것을 보는데 저한테 함께 하자고 하는 겁니다. 옛날 생각이 나기도 했죠. 그래서 함께 했죠. 오랜만에 하니 힘들었는데 그날 밤 정말 푹 잔 겁니다. 거짓말 같았죠.”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그때부터 토요일은 축구 하는 날이 됐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처음엔 공 차는 게 힘들었다. 뛰다 발이 엉켜 넘어지는 일도 잦았다. 그래서 집에 고정식 자전거를 사다 놓고 탔다. 스트레칭 체조와 자전거 타기를 병행하며 7개월쯤 몸을 만들자 ‘과거 실력’이 나왔다. 드리블과 트래핑이 자유롭게 됐고, 스피드도 나왔다. 학창 시절 미드필더와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었던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골도 많이 넣었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축구 하러 못 갈 수 있잖아요. 그럼 몸이 바로 반응해요. 찌뿌드드하고 컨디션이 엉망이 되죠. 그래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토요일엔 축구장으로 갑니다. 몸 풀고 공 차며 땀을 쫙 빼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해집니다.”

이 대표는 유나이티드원과 서울 용산60대상비군축구팀, 두 팀에서 뛰고 있다. 2022년 창단한 유나이티드원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도 포함된 동호회다. 이 대표가 단장을 맡고 있다. 박경훈 K리그2(2부 리그) 수원 삼성 단장과 이상윤 축구 해설위원, 김삼수 등 국가대표 출신들도 있다. 용산60대상비군은 구별로 축구대회에 출전할 때 용산구를 대표할 수 있는 팀이다.

유나이티드원은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용산60대상비군은 토요일에 경기를 한다. 이 대표는 박 단장과 두 팀에서 함께 뛰고 있다. 이 대표는 용산60대상비군은 매주 나가지만 유나이티드원은 한 달에 2회 이상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상 평일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제가 언제 국가대표 출신들하고 함께 뛰어 보겠어요. 실력은 안 되지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유나이티드원이 60대 팀이지만 연습 경기를 할 땐 40, 50대 팀하고 붙죠. 한 경기 하고 나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축구 실력은 예순 후반임에도 늘고 있습니다.”

박 단장은 “이 대표님은 실력도 좋지만 열정이 대단하다. 토요일엔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온다”고 했다. 이 대표는 60대 후반에도 25분 경기를 3회 이상 소화할 정도로 탄탄한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팀에선 공격형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이영무(전 고양 Hi FC 감독), 조광래(대구 FC 사장) 등 기술과 체력이 좋은 선수들을 최고의 선수로 꼽듯 활기차게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현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하는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을 좋아한다. 그는 “제가 60대 후반 나이대에선 체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웃었다.

이 대표는 축구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부상 방지다. 그는 “축구는 자칫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 태클과 몸싸움 등 거친 동작이 많다. 그래서 웬만하면 거친 동작이 나올 상황이면 미리 피한다. 승부욕도 좋지만 안 다쳐야 축구를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축구를 10년 이상 해오면서 건강을 완전히 되찾았다. “축구를 하기 전에는 여름엔 더위, 겨울엔 추위에 약했는데 이젠 잘 버틴다. 온갖 스트레스도 공 차면 날아간다”고 했다. 여러 약을 먹다 이젠 가족력이 있는 고혈압 약만 복용한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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