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댓국과 ‘돼지 오마카세’… 오래된 것은 무해하다[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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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심리를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 게 적당할지는 모르나 사람에게는 오래된 것을 신뢰하는 본능 같은 게 있다.
항구성 또는 영원성 같은 것에 대한 동경이 반영된 결과일 텐데, 좀 더 쉽게 말하면 오래 살아남은 것에 대한 애틋한 연민 같은 것일 테다.
그러므로 노포는 곧 사람들에게 무해한 공간이라는 말도 성립이 가능하다.
왜 참치나 민어 같은 몸체가 큰 생선 같은 경우도 맛과 식감이 다른 것을 부위별로 내놓아 사람들의 미각을 다채롭게 자극하는 경우가 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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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순댓국 말고 꼭 소개하고 싶은 특기할 만한 메뉴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돼지 한 마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수육 한 접시다. 말 그대로 돼지 한 마리의 부위별 고기를 한 접시에 서너 점씩 골고루 다 담아내는 것이다. 왜 참치나 민어 같은 몸체가 큰 생선 같은 경우도 맛과 식감이 다른 것을 부위별로 내놓아 사람들의 미각을 다채롭게 자극하는 경우가 있잖은가. 모래내순대의 ‘돼지 한 마리’라는 메뉴가 바로 그런 셈이다. 이 한 접시를 먹고서 돼지 한 마리를 다 먹었다고 과장을 해도 큰 흉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그때그때 준비된 재료를 내어준다는 일본식 메뉴 오마카세가 인기라는데 그렇다면 모래내순대는 돼지 오마카세인 셈이다.
여기 단골손님들은 시장 사람들, 시장을 찾은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음식을 파는 사람이나 사 먹는 사람이나 형편과 사정을 속속들이 안다. 서로 형편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쉬운 게 있을 리 없다. 서로의 곤궁과 피로를 알고, 슬픔과 상처를 아는데 다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앞서서 노포는 사람들에게 해롭지 않은, 무해한 공간이 아닐까라는 말을 했지만, 이쯤 되면 노포는 무해한 곳을 넘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곳이란 생각에 이른다. 그러니까 퍼블릭 에어리어인 것. 언제든 갈 때마다 내게 필요한 것을 내주는 곳이 곧 노포인데, 거기가 바로 안식처고 예배소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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