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 100SV→김도영 10-10→양현종 170승→1113일 만의 스윕! KIA, 키움 3연전서 모든 걸 챙겼다 [고척 현장]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는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1만 3287명)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3-2로 승리했다.
무려 2021년 4월 6일~ 4월 8일 고척 원정 3연전 이후 1113일 만에 나온 키움전 스윕승이었다. 이로써 KIA는 올 시즌 KBO 리그 10개 팀 중 가장 먼저 20승(7패)을 채우고 선두 자리를 지켰다. 27경기 KIA는 27경기 만에 20승으로 1993년 해태 시절 20승 8패, 2017년 20승 8패로 28경기 만에 20승에 도달했던 구단 기록을 한 경기 더 앞당겼다.
과정도 완벽에 가까웠다. 마운드에서는 '대투수' 양현종(36)이 안정적인 피칭으로 대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양현종은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 시즌 2승(1패) 및 KBO 리그 역대 두 번째로 송진우(전 한화)에 이어 개인 170승(114패) 고지에 밟았다. 자연스레 본인이 보유 중이던 타이거즈 구단 최다승 기록도 새로이 경신했다.
170승을 달성하자 팀원들의 뜨거운 물세례가 이어졌다. 유니폼에 잔뜩 젖은 상황에서도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물론, 3루 관중석으로 올라가 한 팬에게 스파이크를 선물했다.
양현종은 "축하를 매번 받는다 해도 이런 건 항상 기분 좋은 것 같다. 그만큼 우리 팀이 하나가 됐다는 느낌이 든다"면서도 "솔직히 170승이 이렇게 축하받을 일인지는 나도 애매하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축하해 줘서 정말 고마웠고 내 최종 목표는 통산 KBO 리그 최다승인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 송진우 선배님의 기록이 너무 힘들고 어려운 기록이지만, 내가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반드시 넘어보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3연전 내내 '제2의 이종범' 김도영(21)의 활약이 눈부셨다. 고척스카이돔은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투수 친화 구장이건만, 김도영은 이번 3연전 동안 타율 0.461(13타수 6안타) 2홈런 4타점 1도루 맹타를 휘둘렀다.
홈런 하나하나가 임팩트가 컸다. 23일 첫 경기서 김도영은 시작부터 벼락같은 홈런포로 축제의 서막을 올렸다. 1회 초 2사에서 김도영은 눈높이로 들어오는 하영민의 시속 145㎞ 직구를 고척돔 좌측 외벽을 직격하는 대형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TVING 중계에 따르면 타구 속도 169㎞, 발사각도 38.2도, 비거리 130m로 카메라도 쫓아가기 어려운 타구였다. 이 타구에 최형우도 "오늘 홈런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후배의 남다른 재능에 찬사를 보냈다.
24일 경기에서는 몇 ㎝ 차이로 홈런에 실패했다. 김도영은 1-1로 팽팽히 맞선 6회 초 2사 2루서 키움 선발 엔마누엘 헤이수스의 슬라이더를 통타해 우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적시 3루타를 때려냈다. 이 적시타가 결승타가 되면서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25일 경기에서는 KBO 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크게 새겼다. KIA가 3-0으로 앞선 5회 초 김선기를 상대로 비거리 130m의 중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이 홈런으로 개인 커리어 첫 두 자릿수 홈런에 성공한 김도영은 42년 KBO 리그 역사에서 처음으로 월간 10홈런-10도루에 성공했다. 또한 자신의 방망이로 직접 홈을 밟으면서 지난 12일부터 12경기 연속 득점 기록을 이어갔다. 이는 2018년 9월 11일부터 9월 25일까지 김선빈이 성공한 타이거즈 구단 최다 기록과 타이이며, KBO 역대 4위 기록이다.
김도영은 3연전을 마친 후 "(10홈런-10도루 기록에) 최고의 한 달을 보낼 수 있게 돼 너무 큰 영광이고 행복했다. 선배들이 앞으로 몇 년은 안 깨질 기록이라 말씀하셨는데 내가 또 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뜨거운 활약에 시리즈 내내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한 김도영이다. 하지만 그는 "부담보단 좋은 마음이 더 크다. 요즘은 솔직히 하루하루 정말 행복하다. 야구도 내 뜻대로 되는 것 같아서 초반에 안 좋았던 마음들이 조금씩 다 사라지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타이거즈 마무리 정해영(23)의 대기록도 있었다. 정해영은 24일 경기서 9회 올라와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0세이브를 달성, KIA의 6-4 승리를 매조지었다. 덕분에 앞서 등판한 곽도규(20)는 개인 커리어 첫 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때의 세이브로 정해영은 만 22세 8개월 1일 만에 KBO 역대 22번째 100세이브를 해냈다. 종전 기록인 임창용의 23세 10개월 10일을 24년 만에 앞당겼다. 아울러 4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 기록도 달성했다. 이는 KBO 리그 19번째로 4년 모두 KIA에서만 활약한 투수로서 최초로 달성한 기록이다. 정해영은 "24년 만의 기록인지는 오늘(24일) 처음 알았다. 최연소라는 기록이 흔치 않고 쉽지 않으니까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남긴 바 있다.
뛰어난 용병술로 3년 만의 키움 시리즈 스윕을 해낸 숨은 공신은 이범호 감독이다. 이범호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상대의 수를 정확히 예측하며 대승을 이끌었다.
키움은 이날 올해 1군 등판 경험이 없는 좌완 이종민(23)을 선발 투수로 내보냈다. 좌완인 만큼 선발 라인업에 우타자를 적극적으로 배치할 법도 했지만, 4회 이후 불펜 공세가 시작될 것을 예측해 과감하게 본래 라인업대로 타선을 구성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던 이종민은 4회 초 주자가 쌓이기 시작하자 계속해서 흔들렸고 순식간에 3실점 했다. 이후 불펜들이 올라와 계속해 불을 지르면서 키움은 3년 만의 스윕패를 맞이하고 말았다.
3연승을 완성한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의 호투와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양현종이 효과적인 투구로 올 시즌 최다인 7이닝을 책임지면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불펜진 소모가 많았는데 주말 시리즈에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양현종의 역대 두 번째 통산 170승 대기록 달성을 축하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타선에서는 4회 초 2사 후의 집중력을 칭찬해주고 싶다. 이우성의 몸에 맞는 볼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2사 만루 상황에서 김태군이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이며 결승 2타점을 올려줬다. 계속된 찬스에서 박찬호의 적시타가 이어졌고 분위기를 확실히 가져올 수 있었다"며 "4회 초와 8회 초 빅이닝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보기 좋았다. 김도영의 KBO리그 최초 월간 10홈런 10도루 대기록 달성도 축하한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있었기에 20승에 선착할 수 있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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