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 성장’ 고무적…부진한 체감경기와 괴리 ‘지속 가능성’ 의문
소비 0.8%·건설투자 2.7%P↑
성장률 2%대 초중반 기대감
중동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
금리 인하 시점 후퇴도 변수
대기업·수출기업에만 ‘온기’
전문가 “상고하저 성장 전망”
올 1분기 한국 경제가 2년 만에 1%대 성장을 기록한 것은 좋은 수출 실적에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호조가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고물가·고환율이 지속되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뒤로 밀리는 상황에서 내수 회복세가 2분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표상의 개선과는 달리 민생의 체감경기는 좋지 않아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고무적인 지표는 0.8% 증가한 민간소비다. 민간소비는 2022년 4분기(-0.5%)부터 계속 지지부진하다 2022년 3분기(1.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간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0.4%포인트로 지난해 4분기(0.1%포인트)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일단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올 들어 대외활동이 늘고 삼성 갤럭시 S24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소비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CSI)에서 올해 1~4월 낙관적이라는 전망이 더 많았다.
건설투자도 2.7% 증가해 성장률 상승에 기여했다. 지난해 4분기(-4.5%) 크게 감소한 뒤 반등한 기저효과가 있지만, 연초 온화한 날씨로 대규모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면서 2019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1월 휴대폰 신제품이 출시되고 건설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간 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1%로 예상했지만 다음달 수정 전망에서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성장경로에 선명한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재정에 의존한 성장이 아닌 민간주도 성장으로, 교과서적인 성장경로로의 복귀”라면서 “(연간으로) 당초 2%대 초반의 성장을 예상했다면, 조심스럽지만 이제는 2%대 초중반으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이 같은 회복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 여부다. 체감경기와 지표경기가 차이 난다는 점도 문제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모두 1년 전과 비교하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 수준에 그쳤고,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0.6%를 기록했다.
이란·이스라엘 전쟁 가능성 등 불확실한 변수가 많아 하반기로 갈수록 위험 요인에 흔들릴 수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밀리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신 국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고, 수주나 착공 면적 등의 지표가 부진했던 게 가시화될 수 있다”며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도 하방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수출기업 위주로만 온기가 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 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한 71로 집계됐다. 업황지수가 100 이하라는 것은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다는 뜻이다. 특히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업황지수는 각각 3포인트, 5포인트 상승했지만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은 각 1포인트씩 내렸다. 대기업(80)과 중소기업(64), 수출기업(80)과 내수기업(69)의 체감경기 차이는 더 벌어진 셈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시점 후퇴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효과가 투자 회복을 제한할 것”이라며 “수출 호조는 반도체·기계 등 특정 산업에 집중되고 있고, 주변국과 기타 산업으로의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올해는 ‘상고하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지선·이호준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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