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 쿠팡선 1만원, 알리 2천원인 이유 이것 때문이었나”…中은 ‘무풍’ 韓은 ‘태풍’
국내 제조·공식 수입 제품
중국직구와 가격경쟁 안돼
유통시장 패권 中에 넘어가면
韓중기 제조 생태계 붕괴 우려
20년 째 부산에서 신발 제조·수입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최근 중국 E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국내 사용자가 각각 800만명을 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온라인 유통시장을 잠식하면서,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 신발 업체들의 매출이 20~30% 이상 줄었다”면서 “신발업에 뛰어든 지 20년 만에 최대 위기”라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알리·테무 등 C커머스 이용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패션·잡화·가전·공산품 등 초저가 상품을 팔아온 국내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알리나 테무가 판매하는 제품 대부분은 1천원부터 1만원 이하의 저가 상품들이다. 품목당 가격이 5000원 이하로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납품하거나 쿠팡·네이버 등 온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1만원대 전후 물건을 팔아온 셀러들은 생존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중국 등 해외에서 수입을 하는 소상공인들은 통관비용·관세·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제품 가격이 중국 직구에 비해 2~3배 이상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의 높은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 1만~2만원대 저가 품목에서는 알리와 비슷한 품질의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장난감 RC카의 경우 동일 제품이 한국의 네이버 스토어에선 배송료 포함 3만9900원이지만, 테무에선 3분의 1 수준인 1만2750원에 판매중이다. 더블헤드 스탠드 조명은 알리에선 9730원이지만, 유사 제품이 G마켓에선 3만5780원에 판매되고 있다. 휴대폰 젤리 케이스와 자동차 방석도 마찬가지다. 층간소음 방지용 실내 슬리퍼의 경우 동일 제품이 알리에선 1800원, 쿠팡에선 9950원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처럼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는 세금과 인증·부담금 등 복잡한 규제 때문이다. 국내 판매자들은 중국에서 똑같은 물건을 수입할 때 통상 8% 안팎의 관세와 부가세 10%를 내고, 화장품이나 유아용품 등은 품질을 보증하는 ‘KC(Korea Certification)’ 인증을 받는 데 비용이 최소 100만원 이상 든다. 전자 제품은 전자파 인증, 플라스틱을 포함하는 제품의 경우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도 납부해야 한다. 이런 비용들을 합하면 품목당 비용이 최대 500만원 가량 들어간다. 해당 품목의 판매 물량이 1000개일 경우 개당 5000원의 비용 증가 요인이 되는 셈이다.
이밖에도 국내 제조·유통사들은 △상품 품질 및 안전(식품의약품안전처·국가기술표준원·한국소비자원), △불공정거래(공정거래위원회),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보호(중소벤처기업부) 등 사안별로 다양한 정부 기관에서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해외직구 업체들은 이런 규제에서 비켜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제조하는 물건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경우에도 중국에서 직접 날아오는 직구와는 가격 경쟁이 도저히 안된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문제”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중국 앱이 한국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 한국 정부의 발빠른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직구에 대한 동등한 규제가 어렵다면 국내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도 완화해달라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플라스틱 수입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규제가 대표적이다. 신발업체 대표 A씨는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든 슬리퍼 100족을 수입할 경우 연간 200만~300만원을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면서 “이런 조건으로 중국 직구와 경쟁하라면 문 닫으라는 얘기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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