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홍콩·마카오 관광지 가면서 '선진지 시찰'?

남효정 2024. 4. 2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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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서울시 구의회 의장 여러 명이 지난주 수천만 원의 세금을 들여서 홍콩과 마카오에 다녀왔습니다.

선진 지역을 시찰한다는 명목 이었는데, 대부분의 일정이 관광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불 분명한 이유로 돈을 쓴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는데요.

남효정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9일 저녁, 인천국제공항.

양손에 여행가방과 쇼핑봉투를 든 남성이 입국장을 걸어 나옵니다.

서울 동대문구의회 이태인 의장으로, 다른 구 의장 18명과 함께 해외 연수를 다녀오는 길입니다.

다가가 이태인 의장이 맞는지 물었습니다.

[이태인/동대문구의회 의장] "아닌데요. <이태인 의장님 아니세요?> 아니 왜 그러시는데요? <홍콩 연수 갔다 오신 거 관련해서 질의 좀 하려고.> 아 질의 필요 없는데요. 안 할 건데요."

그 사이 나머지 의장들은 대부분 다른 입국장을 통해 빠져나갔습니다.

[오천진/용산구의회 의장] "듀티프리(면세점)가 A쪽에 있었거든요. 와이프 립스틱 이렇게 사느라고 시간이 걸렸어요. 통화 하면서 사느라고."

서울시 자치구 중 19개 구의회 의장들은 지난 16일부터 3박 4일 동안 '선진 지역 시찰'을 한다며 홍콩과 마카오를 다녀왔습니다.

'구의회의 공통 관심사와 관련해 해외 국가 추진 사례를 보고 의정역량을 강화한다'는 모호한 이유였습니다.

세부 일정을 보면 홍콩에서는 야경 감상, 헐리우드 로드, 스타의 거리 방문.

마카오에서는 분수쇼 감상, 전망대 탐방 등 관광이 대부분이었고, 관광이 아닌 일정은 노인복지센터와 도시 홍보관 방문 정도였습니다.

연수 경위를 묻기 위해 서울시 구의장협의회 회장인 최동철 강서구의회 의장을 찾아갔습니다.

[수행비서 (음성변조)] "의장님께서 인터뷰를 꼭 하셔야 되거나 그런 의무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요. <의무가 없다고도 할 수 없죠. 세금을 써서 갔다 오셨으면 여기에 당연히 답변하셔야죠.>"

인터뷰를 거듭 거절한 최 의장은 그 이유로 지난해 MBC 보도를 들었습니다.

서울시 구의장 협의회는 지난해에도 무료인 구민회관을 두고 매달 수백만 원을 들여 4성급 호텔 등에서 회의를 연 사실이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최동철/서울시 구의회 의장협의회장 (2023년 3월 31일, MBC뉴스데스크)] "지역사회 경제도 살려주고‥<호텔에서 하는 게 세금 낭비라는 지적은 문제없다는 말씀이신 것 같네요.> 그렇게 얘기하면 대화가 안 되고‥"

당시 보도를 수긍할 수 없다는 최 의장.

[최동철/서울시 구의회 의장협의회장] "의장들 전체 모이면 스테이크도 먹을 수 있잖아요. 뭐 비싼 거 먹니 어쩌니 이런 걸."

이번 해외 연수도 외유성 출장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최동철/서울시 구의회 의장협의회장] "호텔 지어서 외국인 유치하는 거랄지 이런 것들을 다양한‥ 또 의료시설, 복지시설이랄지 이런 데 가서 다 공부하고 왔어요."

가르쳐 준 사람은 가이드였다고 합니다.

[최동철/서울시 구의회 의장협의회장] "30년 된 가이드가 너무나 잘 알더라고. 복지도 잘 알고 있고 경제도 잘 알고 있고. <가이드분이요? 그냥 인터넷 검색해도 나오는 정도 아닌가요?> 글쎄 그거는 모르겠고요."

하지만, 함께 다녀온 한 의장은 내실 있는 출장이 아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서울시 A구의회 의장 (음성변조)] "유익한 그런 거는 좀 아닌 것 같기는 해요. 벤치마킹할 만한 데가 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걸 아쉬움도 좀 있었고요."

이번 연수에 든 예산은 4천2백만 원가량.

출장 심사는 받지 않았습니다.

'공무국외출장규칙'에 따르면, 의장도 구의원인 만큼 해외연수를 가려면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대상에 의장 협의회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설사 심사를 한다 해도, 심사주체가 당사자인 구의장이 구성하는 위원회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 김희건·강종수 / 영상편집 : 조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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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희건·강종수 / 영상편집 : 조민우

남효정 기자(hjhj@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92695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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