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책’이 좋은 책일까?…흥미진진 ‘금서의 세계’로 떠나자[책과 삶]

최민지 기자 2024. 4. 2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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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책
김유태 지음
글항아리 | 404쪽 | 1만9800원

최근 공개된 박찬욱 감독 연출의 미 HBO 시리즈 <동조자>는 비엣 타인 응우옌이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베트남·프랑스 혼혈이면서 남북 베트남의 이중 스파이인 주인공이 두 개 문명과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분투하는 이야기다.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인 응우옌은 데뷔작인 이 장편 소설로 2016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최고 권위의 상 수상에 TV 시리즈화까지. 작가의 고국 베트남이 떠들썩해질 법하다. 그러나 정작 베트남은 조용하다. <동조자>는 베트남에서 출간조차 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공산당과 공산주의 활동에 대한 소설 속 묘사 때문으로 추정된다.

<나쁜 책>은 <동조자>를 비롯한 금서의 세계로 떠나는 책이다. 정치 권력, 종교 등에 의해 ‘나쁘다’고 규정된 책들이다. 시인이자 매일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인 김유태가 썼다. 매주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신간 100여권 중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 10여권을 골라내는 일을 오랜 시간 해왔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오늘날 출판계가 ‘안전한 책’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세상과 불화할 가능성을 애초에 제로로 가정하고 집필된 책은 독자의 정신에 아무런 생채기도 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있어 금서, 즉 ‘나쁜 책’은 곧 ‘좋은 책’이다.

금서이거나 금서였던 책 30권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옌렌커, 켄 리우, 이문열, 비엣 타인 응우옌, 팡팡 등 살아 있는 작가들과 나눈 대화도 담았다.

멀게는 70년 전에 출간된 책부터 불과 몇년 전 세상에 나온 책들도 있다. 금서라고 할 때 흔히 고서를 떠올리기 쉽지만, 금서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문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중일전쟁 당시 일본이 저지른 범죄를 다룬 <난징의 강간>은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금서다. 731부대를 소재로 한 켄 리우의 단편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와 함께 금서기행을 마치고 나면 도서관으로, 서점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책 속의 ‘나쁜 책’들로부터 상처받을 마음도 먹게 된다. 저자가 이 글을 쓰며 가장 바라던 바이기도 하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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