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새로운 시작' 유소연의 LPGA투어 은퇴

방민준 2024. 4.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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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현역 은퇴한 유소연 프로가 2라운드 때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LPGA투어에서 활동하다 은퇴한 한국 선수는 많지만 유소연(33)만큼 화제가 된 경우는 드물다.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더 셰브론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가 열린 22일 텍사스주 우들랜드의 더 클럽 칼턴우즈의 18번 홀 주위에서 벌어진 풍경은 골프 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이 대회를 끝으로 LPGA투어에서 은퇴하는 유소연이 18번 홀로 걸어오자 이미 경기를 끝낸 선수들과 갤러리들이 홀 주변에 몰려나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넬리 코다(25)의 5연승이 빅 뉴스였지만 유소연을 떠나보내는 선수와 갤러리들의 따뜻한 환송 인사는 감동적이었다.



 



LPGA투어 홈페이지는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선수들이 두 팔을 벌리고 그에게 격려와 존중, 감사의 마음을 쏟았다고 표현했다. 홈페이지는 또 유소연 선수가 그녀 특유의 우아한 모습으로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롤 모델이 되었다고 밝혔다. 리디아 고는 "내가 프로이기 이전에 그녀의 이름을 알고 숭배했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많은 선수들이 그녀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LPGA투어에서 놀라운 업적을 남기고 은퇴한 한국 선수는 많다.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오른 박세리에서부터 김미현 최나연 등 많은 선수들이 은퇴했지만 현장에서 선수와 갤러리들이 한 마음으로 격려와 감사, 아쉬움을 나타낸 경우는 없었다.



 



그녀는 2015년 9월 프랑스 에비앙 르벵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다섯 번째 메이저인 에비앙 챔피언십 대회기간 중 각국의 취재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우아한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이 대회 서브 스폰서인 유기농화장품 업체 리에락(LIERAC)이 각국에서 온 60여명의 골프 전문 취재기자들에게 설문지를 돌렸는데 설문은 단 하나 'LPGA투어에서 가장 우아한(elegant) 선수는 누구인가?'였다.



 



절반 이상이 프랑스 기자들이고 미국, 일본, 중국 기자가 많았고 한국 기자는 4명이었다고 한다. 설문조사 결과 유소연이 1위에 뽑혔고 미셸 위가 2위, 렉시 톰슨이 3위로 집계됐다.



 



대회의 대미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불꽃 같은 플레이로 메이저대회 최연소 우승(18세4개월20일, 종전 모건 프레슬의 18세10개월9일)을 거둔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가 장식했지만 유소연은 비록 성적은 공동 46위에 그쳤지만 '가장 우아한 선수'로 골프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9세 때 초등학교 특별활동으로 골프를 시작한 그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에도 재능을 발휘해 부모의 권유로 골프에 매달린 대부분의 한국 선수와는 차별화된다. 



 



KLPGA투어에서 10승을 거둔 뒤 LPGA투어에 도전, 2011년 US여자오픈에서 LPGA투어 데뷔 첫 승을 한 뒤 통산 6승(메이저 2승)을 거두었다. 그는 2017년 셰브론 챔피언십의 전신이었던 ANA 인스퍼레이션을 제패했었다.



 



아니카 소렌스탐으로부터 "LPGA투어에서 가장 일관성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은 그는 동양적인 미모를 자랑한다. 골프 자체에 대한 진지한 자세는 물론 동반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 라운드 중에 보여주는 갤러리에 대한 답례는 인상적이다. 얼굴에서는 늘 미소가 노닌다. 특히 낮은 코를 손대지 않은 자연미인인 탓인지 서양인들은 그녀의 동양적 외모에 반했다.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과 폭넓은 교양,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능력 등도 골프 팬들의 사랑이 쏠리는 이유가 아닐까. 한마디로 유소연은 '골프밖에 모르는 선수'가 아닌 '골프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깊고 넓은 교양과 감성을 지닌 우아한 골퍼'인 것이다.



 



"그동안 LPGA투어에서 활동하면서 장거리 이동에 지쳤다. 언젠가부터 경쟁이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나를 최우선으로 삼고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힌 유소연은 '골프장을 설계할 기회가 있다면 멋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니어 선수들을 돕는 일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고가 되고 싶다면 100%를 쏟아부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든, 실패하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그의 조언은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이 깊이 새겨야 할 것 같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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