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총장의 예산 비위와 검찰의 '방탄' 비공개

임선응 2024. 4. 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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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취재로 현직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이 확인된 가운데, 검찰이 추가적인 사실 규명에 필수적인 이원석 총장의 특수활동비 자료를 전면 비공개하고 있다.

검찰은 이원석 총장이 쓴 특수활동비의 지출증빙 자료를 공개해달라는 뉴스타파의 청구에, ‘2023년 4월’의 자료는 공개 결정을 내린 반면 검찰총장의 세금 비위 의혹이 제기된 ‘2023년 6월’ 자료는 한 장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뉴스타파가 정보공개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 시민단체와 함께 검찰의 비공개 사유를 분석한 결과, 검찰이 ▲특수활동비 지출증빙 자료의 공개를 확정한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정보공개법상의 자료 비공개 사유를 임의로 확대 해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총장의 예산 비위를 감추기 위해 법과 원칙을 뛰어넘어 ‘방탄 비공개’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전직 검찰 공무원의 증언 “현직 검찰총장도 특수활동비를 ‘통치 자금’으로 부정 사용”

올해 2월 뉴스타파는 한 전직 검찰 공무원을 만났다. 32년 동안 검찰에 몸담았던 최영주 전 대전지방검찰청(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검찰 6급)이다. 그는 검찰 재직 시절 자신이 직접 겪은 이원석 총장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 사례를 폭로했다. 

최영주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범죄 정보 수집과 수사 등 말 그대로 ‘특수한 활동’에 쓰도록 돼 있는 예산이다. 그런데 이원석 총장은 기밀 수사 등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검찰청 민원실 근무자, 즉 최영주 전 민원실장에게 특수활동비 100만 원을 지급했다. 

명백한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이다. 최영주 전 실장은 증언과 함께, 이원석 총장의 예산 비위 사례를 뒷받침하는 각종 증거를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제시했다. (관련 기사: [최초 증언] “검찰총장님이 내리신 특활비를 받았습니다” / https://www.newstapa.org/article/lm8An)

증언과 증거가 가리키는 사실은 하나였다. 이원석 총장도 특수활동비를, 검찰 조직을 ‘통치’하는 ‘자금’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의) 리더십이라고 하는 것이 돈으로, 돈이 있어야 리더십이 더 있고 이건 무슨 보스의 세계, 전두환처럼 말이죠. 
- 최영주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

윤석열 대통령 역시 검찰총장 시절, 이른바 ‘추-윤 갈등’ 등 자신이 처했던 위기 상황에서, 검찰 내부의 지지와 결속을 다지기 위해 특수활동비를 뿌렸다는 의혹이 드러난 바 있다. (관련 기사: 위기 때마다 ‘살포된’ 현금 특활비… 총장 윤석열의 ‘세금 사유화’ 의혹 / https://www.newstapa.org/article/LXmJT)

검찰총장의 ‘대국회 거짓말’과 대검찰청의 ‘대국민 거짓말’

지난해 10월 이원석 총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제가 검찰총장으로 온 이후에는 (특수활동비를) 단 한 푼도 잘못 쓰지 않도록 지휘를 하고 있다”고 국회의원들에게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공언과는 정반대로, 특수활동비를 특수활동이 아닌 용도로 부정 사용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국회에서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원석 총장의 예산 비위를 폭로하는 뉴스타파의 보도가 나가자 대검찰청은 곧바로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냈다.

범죄수사와 관련된 사건관계인의 고소·고발, 진정·탄원, 수사의뢰, 제보 접수 및 상담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민원부서는 검찰수사관이 근무하면서 수사·정보수집 활동과 직접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므로 필요에 따라 검찰 특수활동비를 집행할 수 있습니다. 
- 대검찰청 입장문 (2024.2.22.)

‘검찰이 하면, 일반적인 민원 업무마저도 특수활동이 된다’는 취지의 주장인데, 역시 거짓말이다. 최영주 전 민원실장은 “검찰 민원실도 그냥 여느 공공기관의 민원실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민원실이 수사를 하나요?)

거기서 웬 수사를 해요? 수사를 하는 법은 없죠. 민원실은 민원인에게 민원서비스 하는 겁니다.
- 최영주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

검찰,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오남용에 지속적으로 ‘자체 면죄부’

이원석 총장과 대검찰청의 거짓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또 있다.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집행하는 특수활동의 범위를 매우 자의적이고 광범위하게 확대 해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신들의 예산 부정 사용과 오남용에 매우 관대하다는 사실이다. (관련 기사: 허술한 검찰 특활비 ‘자체 지침’… 예산 유용 ‘면죄부’ 의혹/ https://www.newstapa.org/article/eOTUd)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이원석 총장도 검찰 특수활동비의 부정 사용과 오남용의 범위를 너무 빡빡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저희들은 물론 수사와 정보 기밀성에 유지되는 비용에 사용합니다마는 그러나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경비, 어느 정부에서나 사용해 왔던 국정수행경비로 조금은 열어놓고 보시면…
- 이원석 검찰총장 (대검찰청 국회 국정감사, 2023.10.23.)

검찰의 ‘방탄’① 2023년 4월 자료는 공개, 6월 자료는 비공개

이원석 총장이 이 같은 ‘자체 면죄부’ 아래에서, 특수활동비를 광범위하게 부정 사용했을 가능성도 포착됐다. 지난해 6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이 전국 검찰청에 보낸 문자 메시지다.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각급 청 내부에서 민원 응대하는 담당자들께 드립니다. 검찰직원이라면 누구나, 감정노동을 하는 민원업무의 어려움과 고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금일 총장님께서 민원 담당자들을 격려하고자 수사활동지원비를 지급하셨습니다. 민원 담당자들을 위해 사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검찰 내부 통신망 문자 메시지 (2023.6.)

핵심은 ‘전국 각급 청’과 민원 담당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원석 총장이 특수활동비를 지급했다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2023년 6월 21일, 이원석 총장의 통치 자금이 지급된 민원실은 대전지검 천안지청 한 곳이 아닌, 전국 다수의 검찰청이었다.

뉴스타파는 추가 취재에 들어갔다. 

일단 이원석 총장이 2023년 6월 21일,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정확히 얼마의 특수활동비를 뿌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023년 6월 1일부터 2023년 6월 30일까지 대검찰청에서 지출한 특수활동비의 지출증빙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보공개청구서에는 검찰 특수활동비 지출증빙 자료를 주권자에게 공개하도록 확정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의 1, 2, 3심 확정 판결문도 첨부했다.

이원석 총장의 특수활동비 지출증빙 자료에 대한 뉴스타파의 정보공개청구서 (2024.1.31.)

자료를 청구한 날로부터 약 한 달 뒤, 검찰은 ‘정보의 비공개 결정’을 뉴스타파에 통지했다.

의아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에도 검찰에 이원석 총장이 쓴 특수활동비의 지출증빙 자료에 대한 공개를 청구한 적이 있다. 이 중에는 ‘2023년 4월’의 자료도 포함됐는데, 당시 검찰은 대법원의 확정 판례에 따라 자료의 공개를 결정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차이인 ‘2023년 6월’의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23년 ‘6월’의 자료와 ‘4월’ 자료가 갖는 차이점은 한 가지뿐이다. 6월 자료가 바로 현직 검찰총장의 세금 비위 의혹이 제기된 달의 자료라는 점이다.

검찰은 이원석 총장이 쓴 특수활동비의 지출증빙 자료를 공개해달라는 뉴스타파의 청구에, ‘2023년 4월’ 자료는 공개 결정을 내린 반면 검찰총장의 세금 비위 의혹이 제기된 ‘2023년 6월’의 자료는 한 장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의 오락가락 행태를 두고, “검찰이 이원석 총장의 예산 비위를 감추려는 ‘방탄 비공개’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3년 6월 같은 경우는 이원석 총장이 각급 검찰청 민원실에 격려금을 자의적으로 뿌렸다는 의혹이 이미 구체적으로 제기된 상황이라서 사실은 그런 위법 의혹, 불법 의혹을 숨기기 위해서 비공개로 한다라고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현직 검찰총장의 어떤 불법 의혹, 비위 의혹을 은폐하기 위한 ‘방탄’ 비공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 하승수 변호사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검찰의 ‘방탄’② 법원의 확정 판례 무시

더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은 검찰이 내세운 정보 비공개의 사유다.

검찰은 정보공개법 9조 1항 4호와 5호, 이렇게 두 가지를 비공개 사유로 들었다. 먼저 4호는 다음과 같다.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 정보공개법 9조 1항 4호

문제는 이 비공개 사유가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의 공개 여부를 다툰 행정소송 결과, 법원이 기각하고 폐기한 사유라는 것이다.

특수활동비의 집행일자(현금수령일), 집행금액(수령한 현금액수)은 공개되더라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행정소송 2심 판결문 (2022.12.15.)

검찰은 다름 아닌 사법부의 확정 판례마저도 무시하고 있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라고 스스로를 인식하고 있다. 그렇게밖에 이해할 수가 없는 게 사법부의 판결을 통해서 이미 명확하게 기준이 나온 것이고, 9조 1항 4호 같은 경우는 어쨌든 특수활동비의 집행 일자와 집행 금액, 그리고 지출 증빙 서류에서도 집행 명목이나 수령인 성명만 가리고 나머지는 공개하라고 이미 대법원 판결에서 그 조항에 대한 판단 기준이 나와 있는 거죠. 사법부조차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하승수 변호사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검찰의 ‘방탄’③ 정보공개법 무력화

검찰이 내세운 또 다른 비공개 사유는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다.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

그러니까 특수활동비 지출증빙 자료가 검찰 내부 사무감사의 대상이기 때문에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정진임 소장은 검찰의 비공개 사유가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일축했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공공기관이 주권자에게 공개할 수 있는 자료는 단 한 장도 없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라면 매년 사무감사를 진행하고,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모든 자료가 사무감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냥 갖다 붙일 게 없으니까 5호로 비공개를 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들이 공표가 되면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알 권리라고 하는 기준을 무너뜨리고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 정진임 소장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국 검찰청이 ‘조직적으로’ 대법원 확정 판례 무시, 정보공개법 무력화

뉴스타파는 올해 2월 검찰의 내부 정보를 제보받았다. “2024년 들어 전국 검찰청의 기관장들이 지역 명소 탐방 등에 검찰 예산을 오남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뉴스타파는 즉시 대검찰청을 포함해 전국 67개 모든 검찰청에서 집행한 특수활동비의 월별 총액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지난해에는 이와 동일한 내용의 청구를 했을 때 전국 모든 검찰청이 자료를 공개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전국의 검찰청이 일제히 비공개하고 있다.

전국 모든 검찰청에서 집행한 특수활동비의 월별 총액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결과

비공개 사유를 보니 정보공개법 9조 1항 4호와 5호다. 대검찰청이 이원석 총장의 특수활동비 자료를 비공개하며 내놓은 사유와 같다.

대한민국 검찰이 조직적으로 대법원 확정 판례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정보공개법까지 무력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령이 떨어진 거라고 봐야죠. 이건 조직적으로 이렇게 답을 내리기로 하자라고 결정하고 지시한 것이라고 봅니다.
- 정진임 소장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22대 국회는 검찰 특수활동비 둘러싼 각종 비리·비위 의혹 규명에 나설까

지난달 뉴스타파는 검찰의 상급 기관인 법무부의 특수활동비 자료 비공개 실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법무부가 법원의 확정 판례나 정보공개법보다 고위 검사들의 이해관계를 앞세운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부 증언을 확보해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법무부 내부 증언… 역대 장관의 특활비를 감추는 '진짜 이유' / https://www.newstapa.org/article/ofk8O)

검찰이 법과 원칙, 그리고 주권자의 상식을 뛰어넘어 이원석 총장의 특수활동비 자료를 비공개하는 것 역시, 총장의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이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근거다.

이원석 총장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을 포함해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비리·비위 의혹이 차고 넘치는데도, 검찰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진상 규명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관은 국회뿐이다.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 이번 총선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 도입에 찬성한 정당들이 얻은 의석은 188석이다.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한 달 뒤 시작된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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