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접근금지가처분과 건조물침입죄

경기일보 2024. 4. 2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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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갑보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최근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에 대응하기 위해 피해자가 법원에 가해자의 접근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이 늘고 있다.

피해자 A는 가해자 B의 괴롭힘 등에 대응해 법원에 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B에 대해 “A에게 100m 이내로 접근해서는 아니 되고 A에게 면담을 요구해서도 아니 되며, 전화를 걸거나 편지, 핸드폰 문자메시지,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 A의 평온한 생활 및 업무를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는 결정과 “이를 위반할 때마다 1회에 10만원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A는 고객에 대한 상담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었다. 이에 B는 마치 상담받을 것처럼 말하며 직원의 안내를 받아 A가 근무하는 상담실로 들어가 A를 기다렸다. 이러한 B의 행위는 법원의 접근금지가처분 결정에 위반한 것이니 간접강제결정에 따라 1회당 10만원만 지급하면 그걸로 끝나는 것일까. 아니면 상담을 받으러 사무실에 들어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가 형법상 건조물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이 사건 사무실은 상담하러 오는 고객이 관리자의 승낙 아래 자유롭게 드나드는 건조물이고, B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상담실에 들어가 A를 기다렸던 것으로, 이 사건 사무실 출입행위가 A의 의사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B는 출입 과정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평온·공연하게 이 사건 사무실에 들어간 것이므로 사실상의 평온이 해쳐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2024년 2월8일 선고 2023도16595 판결)은 2심 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B에 대해 건조물침입죄를 인정하는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주거 또는 건조물 침입죄는 사실상 주거 또는 건조물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데, 여기서 침입이란 주거 또는 건조물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며,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의 경우 B는 법원의 접근금지가처분 결정에서 정한 부작위의무(100m 이내 접근금지)를 위반하는 형태로 이 사건 사무실에 들어갔고 B가 위 결정에 반해 A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출입하는 것은 A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로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실상 A의 평온상태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의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이처럼 결국 B는 가처분에서 결정한 1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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