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14년 만의 일조량 부족…“충북 농작물 피해 축구장 203개”
[KBS 청주] [앵커]
아직 4월이지만 한낮에는 벌써 초여름 날씨입니다.
지난 13일, 단양의 낮 최고 기온이 무려 29.9도까지 올랐는데요.
불과 한 달 전에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벚꽃 축제에 벚꽃이 피지 않아 모두가 당황했는데요.
지난겨울에 햇볕의 양, 즉 일조량이 부족했고 비가 많이 왔던 탓입니다.
날씨 통계를 살펴봤습니다.
최근 3년간 충북에서 해가 뜬 시간, 즉 평균 일조 시간입니다.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석 달 치 겨울 상황인데요.
2021년에는 201.6시간, 이듬해에는 177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겨울인 작년 12월부터 석 달 동안은 126.9시간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일조량이 부족해 농가 피해가 컸던 2010년보다 36시간 이상 적습니다.
지난겨울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월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133.3시간이었다가 다음 달엔 151.8시간으로 반짝 늘었지만, 2월엔 두 자릿수로 급감했습니다.
최근 10년간 2월 평균치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됩니다.
일조 시간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흐리고 궂은 날이 잦았다는 얘기입니다.
지난겨울에 비가 내린 날, 즉 강수일수는 32.6일로 평년보다 열흘 가까이 더 많았습니다.
누적 강수량은 224.3mm로 평년보다 2.9배나 많습니다.
비가 온 날도, 비가 내린 양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기록적인 겨울이었습니다.
지난겨울 날씨를 이렇게 되짚어보는 건, 그 영향과 피해가 이제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서입니다.
특히, 우리 밥상에 올라올 농작물 피해가 극심한데요.
그 현장을 이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청주의 한 애호박 재배 농가입니다.
볕이 적은 곳은 줄기와 이파리가 듬성듬성 자랐습니다.
알이 작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작물도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지난해 12월부터 비가 자주 내리더니, 두 달 전부터 상황이 더 심각해졌습니다.
꽃도, 열매도 제대로 맺히지 않았고, 그나마 건진 것은 상품성이 떨어졌습니다.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절반 넘게 줄었습니다.
[서한검/청주시 옥산면 : "(최근) 뜨거운 것에 탄력을 받아서 이 정도 키운 거지, 그 전에는 크지도 못했어요. 평상시에 비해서 열흘에서 15일 정도 늦게 수확하기 시작했어요."]
상황이 이렇자 시설 재배 농가 등을 중심으로 생육 부진과 병해 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간, 충북 370여 농가의 피해 면적이 145만여 ㎡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축구장 203개 크기와 맞먹습니다.
작목별로는 딸기가 44만 3천여 ㎡로 피해가 가장 큽니다.
이어 애호박 41만 5천여 ㎡, 방울토마토 19만 5천여 ㎡, 상추 10만여 ㎡ 등으로 종류를 가리지 않고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겨울과 봄 사이, 일조량 부족으로 농가가 큰 피해를 본 것은 2010년 이후, 14년만입니다.
[전승규/충청북도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 : "일출 전 한두 시간, 일몰 후 한두 시간 보광하시는 게 좋고요. 질소질 비료가 많고 수분도 많으면 작물이 웃자라고 수세가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수분 관리도 (해야 합니다)."]
농가의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는 복구 계획을 세우고 오는 6월부터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충북에는 우선, 농가 200여 곳에 3억 4천만 원이 지원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변덕스런 날씨 등 기후 위기가 현실화한 가운데 농민들은 이제 '수해'와 '냉해'에 '일조량 부족'이라는 위험 부담까지 떠안게 됐습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김현기/영상편집:조의성/그래픽:김선영·최윤우
이유진 기자 (reasontr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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