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오리초 행복한 교육... 아이들 꿈·끼 ‘무럭무럭’ [꿈꾸는 경기교육]

김경희 기자 2024. 4. 2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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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중심 교육활동 통한 미래시민 역량 신장’
학교자율과제로 선정... 경기미래교육 앞장
전체학년이 함께하는 ‘오리6남매’ 프로그램
인성교육·독서마라톤·창의놀이·합주 등 다채

2024 학교 현장을 가다 성남 ‘오리초등학교’

나를 사랑하고, 새롭고 바르게 생각하며, 아름답게 행동하는 ‘참사람을 키우는 행복한 배움터’를 비전으로 한 오리초등학교는 1995년 문을 열었다. 성남시에서도 분당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오리초는 지리적 인프라가 뛰어난 것에 비해 소규모 학교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함께 성장하는 교육이 가능한 곳이다. ‘새롭고 바르고 아름답게’를 교훈으로 둔 오리초는 ‘오동나무’라는 오리초만의 경영목표를 두고 있다. 오동나무는 오색 꿈으로 즐거운 학교, 동행으로 신나는 학교, 나눔으로 따뜻한 학교, 무한도전으로 활기찬 학교를 만들겠다는 목표의 앞글자를 따 만든 말이다. 오리초는 풍부한 지리적 인프라와 소규모 학교라는 인적 우수성을 기반으로 학교자율과제로 ‘체험 중심 교육활동을 통한 미래 시민 역량 신장’을 선정해둔 상태다. 다양한 특색 교육 속에서 체험 중심의 교육활동을 실천 중인 오리초를 찾았다.

성남 오리초등학교 제공

■ ‘오동나무’ 교육으로 커가는 아이들... 미래 인재 자란다

오리초만의 다양한 특색 교육 중 오동나무 교육은 학생들이 미래 인재로 성장해갈 수 있는 밑바탕을 다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과정을 담고 있다. 오색꿈으로 즐거운 학교는 ‘꿈·끼 교육’을 중점으로 둔다. 교과활동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특색교육, 중점과제 등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찾아내는 것, 나에게 너와 우리 모두가 특장점을 찾아 말해 주는 기회를 늘리는 게 주된 내용이다.

동행으로 신나는 학교는 학부모 참여와 성장을 위한 동행 내용을 담고 있다. 학부모회를 활성화하는 것부터 학부모 학습지원단이나 마을교육 공동체를 운영하는 내용은 물론 교사 성장을 위한 동행에 수업성찰과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나눔으로 따뜻한 학교는 ‘나 너 우리 나눔’이라는 주제 속에 고운 말 사용하기와 담임교사부터 교장, 지킴이까지 각자가 정해진 위치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며 학생들의 인성이 자라는 걸 돕는다. 또 ‘나 자연 나눔’을 주제로 생태전환교육과 기후변화교육을 통한 실천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교내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탄천 생태계를 관찰하고 분리수거를 실천하는 것까지 다양한 활동을 한다.

끝으로 무한도전으로 활기찬 학교에서는 오리갓탤런트, 예술강사 협력 수업, 보고 느끼고 표현하고 나누는 문화예술 향유부터 오리뛰장, 해바라기 아침운동, 오리 씽씽시간 등의 기초체력 향상 활동, 택견 등을 통한 심신의 건강 도전을 주제로 한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는 교육을 중점 내용으로 담고 있다.

오리초는 꿈과 끼를 키우고, 미래역량을 갖추며, 나누고 배려하는 행복한 학생, 언제나 학생들과 함께하며 즐겁게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사, 평생교육에 참여하면서 함께 교육하고 협력하는 학부모, 안전하고 즐거운 생활이 가능하고 경청하며 소통하는 청렴하고 공정한 학교를 이상향으로 특색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성남 오리초등학교 제공

■ 경기미래교육 체제 전환 앞장서는 학교자율과제 실천

오리초는 사회적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는 경기미래교육 체제를 적용하기 위해 학교자율과제의 도입을 검토했다. 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구성원 간의 숙의와 성찰은 물론 중장기 계획을 세워 대응하는 것이 미래교육을 완성하는 첫걸음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이에 오리초는 기존 교육활동을 경기미래교육과 개정된 교육과정의 방향에 맞게 재구조화하고 교육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기반조성 등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학교자율과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오리초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주도성과 포용성 등 기본 가치와 행동, 태도와 함께 디지털 시민역량을 키우기 위해 ‘체험 중심 교육활동을 통한 미래 시민 역량 신장’을 학교자율과제로 선정했다.

세부적으로 1~2학년은 디지털 정체성이나 의사소통 및 협력 등의 자존을 핵심 가치로 설정했고 3~4학년은 정보판별 및 디지털 회복탄력성을 위한 공존을, 5~6학년은 책임과 존중 및 사회 참여 등을 중심으로 한 참여 및 기여를 핵심 가치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뮤지컬이나 국악, 기타 연주, 작가와 함께하는 수업 등의 문화예술 교육과 무학년제, 독서교육, 자치회 등의 교과 융합 프로그램, 전문적학습 공동체 및 교과 교육 연구회 등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학교자율과제는 세부적인 검토와 내부 숙의 과정을 거쳐 설정됐다. 교육활동 진단·운영평가를 위해 교육공동체가 학교 비전을 공유했고, 학기별 교육공동체 나눔과 성찰 주간도 운영했다. 또 교육활동 운영 진단 및 평가를 위한 학교 평가를 끝낸 뒤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학교 안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학점화 연수를 15시간씩 운영하고, 교내 자율장학 제도도 운영했다.

교육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학생생활규정을 활용하면서 학생자치회를 활성화했고, 가정과 연계한 교육이나 학생 발달 단계에 따른 안전 습관 교육을 강화했다. 두드림 학교 운영 및 독서교육 강화, 평가 및 피드백 활성화 등에도 함께 노력했다.

미래교육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미래교육협력지구와 연계한 다양한 지역자원 활용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년별로 교육과정에 AI나 SW교육 계획을 세워 실천했고,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보급하는 한편 무선인터넷 환경도 구축하며 디지털 교육환경을 강화해 나갔다. 또 사고력이나 미래 역량 관련 평가와 피드백, AI 활용 학업 맞춤형 서비스를 활용해 미래형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성남 오리초등학교 제공

■ ‘오리6남매’ 통해 협력 강화한 오리초, 효과 ‘톡톡’

오리초에는 이러한 다양한 특색 교육 중 하나인 ‘오리6남매’도 있다. 오리6남매는 1~6학년생들이 하나의 가족처럼 생활하고, 서로를 돕고 서로에게 배우며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전 학년을 그룹화한 오리초만의 교육이다.

오리6남매는 육남매자치회를 통해 14회, 육남매 꿈프로젝트를 통해 28회 등 1년간 총 32회에 걸쳐 활동한다. 육남매 자치회는 처음에는 부서별로 주어진 주제에 대해 연구해보고 이후에는 강당에 모여 전체 학생들이 의견을 나누는 다모임 형태로 진행된다. 육남매자치회는 학교폭력예방주간부터 장애이해 교육, 가정의 달, 환경교육 주간, 정보통신 윤리 주간, 학교폭력 예방 주간, 언어문화 개선 등 학생들이 가져야 할 다양한 인성 교육을 겸한 교육들이 진행된다. 학교폭력을 예방해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식목일이나 스승의 날처럼 특별한 날에는 그에 맞는 인성교육이 진행된다. 고학년이 저학년의 선생님이자 형제 자매가 되고, 고학년은 저학년 학생들을 위해 스스로 봉사하는 마음을 키워가며 활동하는 일종의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

육남매 꿈프로젝트에서는 독서마라톤부터 창의놀이부, 디카시, 캘리그래피, 합주부, 토털공예부, 활동놀이부 등의 부서를 통해 그에 맞는 교육을 받는다.

이러한 오리6남매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하는 만족도 조사에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들 활동에 대해 학생들이 6점 만점에 6점을 줄 정도로 지속적인 활동을 희망했기 때문이다.

오리초 관계자는 “전체 학년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며 “단순히 앉아서 배우는 교육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지속해서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 ‘오리초등학교’ 인터뷰 줌-in

■ “다양한 활동… 친구들과 더 친해져”

성남 오리초등학교 홍가은(왼쪽). 신채혁 학생

“후배들에게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행복해졌습니다.”

‘체험 중심 교육활동을 통한 미래 시민 역량 신장’을 학교자율과제로 추진 중인 오리초에서는 학생들이 정적으로 머물기보다는 스스로 발전 방향을 찾아나가며 성장하고 있었다. 굳이 좋은 말들을 붙여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스스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성장 과정에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미래 인재로 나아가고 있는 것.

오리초 학생자치회에서 도서부로 활동 중인 홍가은양은 최근 후배들에게 ‘무민의 잊지 못할 여행’이라는 책을 읽어줬다. 이 활동은 오리초 자치회 학생들이 직접 후배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뜻을 담아 적합한 도서를 고르고, 이를 읽어주는 시간을 마련해 진행된 일이었다. 홍양은 “무민이라는 친구가 아빠와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면서 바람에 나침반을 놓치고, 이걸 해결하는 그런 책이었는데 저학년 친구들이 들으면 흥미로워할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해 이 책을 선정했다”며 “전교생이 별로 없다 보니 다함께 모여 함께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홍양은 앞으로도 후배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으로 각종 모험 관련 도서를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면서도 서로 이야기 나눌 부분이 많다는 생각 때문이다.

신채혁군은 놀이부에서 활동하면서 친구들과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고, 학교에 올 때면 즐거운 기분이 든다고 했다. 신군은 “교실에서 컬링을 했던 거나 체육관에서 팀을 나눠 음악줄넘기를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그냥 체육수업을 하는 것과 달리 친구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설명했다.

홍양과 신군은 전교생이 모여 진행했던 규율정하기 활동도 기억에 남는 활동 중 하나로 꼽았다. ‘5행2무’라는 이름으로 해야 할 일 다섯가지와 하지 말아야 할 일 두 가지를 정해 친구들이 서로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것. 두 사람은 “아무래도 함께 정한 규칙이다 보니 지키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친구들끼리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며 “오리초에 전학와 느낀 건 전교생이 적다 보니 다 함께 하는 활동이 많고, 이런저런 체험이 많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신군은 학교 화단에서 직접 식물들을 가꿔 보는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직접 키우고 싶은 식물을 반에서 정해 심었는데, 지나다닐 때마다 친구들끼리 잘 있나 관찰하기도 하고 열매도 따먹었던 기억이 있다”며 “나중에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마라톤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 “직접 체험하며 배우는 교육… 학생들 몸·마음 쑥쑥”

성남 오리초등학교 김기범 교장

“다양한 체험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몸과 마음 모두를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공모교장으로 오리초에 오게 된 김기범 교장은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교육을 보다 체계화하고 경기미래교육과 동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학교자율과제로 ‘체험 중심 교육활동을 통한 미래시민 역량 신장’을 설정하게 됐다. 오리초가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과 함께 디지털시민역량 실천학교의 정체성도 잃지 않고 갈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하겠다는 의지였다.

유치원과 특수학급까지 총 9개 학급의 소규모 학교인 오리초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장을 곳곳에 마련했다. 서로가 얼굴을 보면서 목표를 만드는 과정을 학교자율과제 설정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적용한 것. 커다란 목표를 교육공동체가 만들었다면, 안에 들어갈 세밀한 목표는 학생들이 직접 설정했다. 김 교장은 “2~6학년생들이 체육관에 모여 수업시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가 어떤 약속을 지킬지 등에 대한 규칙을 정하는 작업을 했다”며 “이러한 과정이 수업에서 배운 부분을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협력적으로 해결해야 할지를 익히게 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성남 오리초등학교 임미화 교사

미래교육 연구부장으로 학교자율과제의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는 임미화 교사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지난해 문화예술교육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면, 올해 학교자율과제로 폭이 넓어지면서 체험 중심으로 범위를 넓혀 갔다”며 “학교 안에 풀장을 만들어 물놀이를 경험하기도 했고, 직접 반찬을 만들며 요리도 해보고 이를 집으로 가져가기도 하면서 학생들이 교과서 안에서만 배우는 수업보다는 직접 체험하면서 배우는 교육으로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김 교장은 이러한 학교자율과제의 안착 과정에서 성과를 보인 게 ‘오리6남매’라고 설명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9명의 전담 선생님과 조를 이뤄 예술 활동부터 체육 활동까지 다양한 활동을 공유하면서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김 교장은 “6남매라는 제도가 생각보다 끈끈하게 자리 잡았다”며 “여러 활동을 공유하고 10월이면 오리갓탤런트라는 발표회를 하게 되는데, 수업부터 결과를 공유하는 것까지 서로 협력하면서 진행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임 교사 역시 오리6남매의 우수성에 공감했다. 임 교사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일주일에 2시간씩을 매년 함께 활동하다 보니 선배들은 후배들을 챙길 줄 알게 되고, 후배들은 또 그런 선배들을 보면서 ‘내가 고학년이 되면 저런 걸 해주면 좋겠다’는 그림을 그리게 됐다”며 “서로가 서로의 선생님이 되면서 함께하는 생활 속에서 교육적인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교장은 앞으로도 학교자율과제를 통해 학생들이 주도성과 포용성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사회적으로 서로 품어주지 못해 생기는 어려움이 많아지고 있는데, 아이들이 지금부터 서로 포용해주는 관계성을 형성하고 갈등이 생기더라도 이를 해소해 가는 과정으로 문제를 스스로 푸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우리 학교에 학교폭력이라는 자체가 생기지 않는 것도 작은 갈등 사안을 서로 이해하고 해소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사는 앞으로 디지털 시민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소양 교육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의 흐름에 발맞추면서도 학생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관련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려 한다”며 “지금처럼 계속 체험 위주의 교육을 하면서 디지털 교육에서도 체험을 강조한 과정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교장은 이러한 교사들의 의지를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교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선생님들이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켜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직접 들으면서 그를 실현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아이들의 삶의 방향을 잡고,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성장해갈 수 있게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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