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他人能解 <타인능해>

박영서 2024. 4. 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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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타, 사람 인, 능할 능, 풀 해.

다른 사람이라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뒤주 앞면 아랫부분 마개에는 '타인능해'라는 한자가 쓰여 있다.

타인능해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들불처럼 확산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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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타, 사람 인, 능할 능, 풀 해. 다른 사람이라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구라도 뒤주를 열어 쌀을 가져갈 수 있다는 '나눔과 배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실천했던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동에 '운조루'(雲鳥樓)라는 택호를 가진 고택이 있다. 운조루는 '구름 위를 나는 새가 사는 집' 또는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란 뜻이다. 영조 때 낙안군수와 삼수부사를 지낸 유아주(柳爾胄, 1726~1799)가 지은 55칸 규모의 가옥이다. 운조루에는 이야기 거리가 많다. 풍수지리적으로 운조루는 명당에 자리잡고 있다. 하늘에서 옥녀가 금가락지를 떨어뜨리는 형상이다. 이를 금환낙지(金環落地)라고 부른다. 고택은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연상시킬 만큼 멋스럽고 시적인 운치를 가지고 있다.

더 유명한 것은 쌀뒤주다. 높이 약 1m, 지름 약 50cm 크기의 원통형 나무 뒤주다. 뒤주는 쌀 두 가마니 반이 들어갈 수 있는 용량이다. 뒤주 앞면 아랫부분 마개에는 '타인능해'라는 한자가 쓰여 있다. 뒷면에는 '아무쪼록 굶주린 이가 없도록 하라'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뒤주는 고택내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놓아놨다. 안채와 곳간 사이의 자리다. 쌀을 가져가는 사람의 자존심과 미안함까지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갈수록 배려의 정신은 간데 없고 나와 가족만 잘살면 된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악을 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어려운 이웃들에 덕(德)을 베풀면서 함께 살았다. 경기는 어렵고 물가까지 올라 먹고 살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타인능해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들불처럼 확산됐으면 한다.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훨씬 큰 법이다. 나눔과 배려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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