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헌→위헌’ 11년 만에 바뀐 헌재 ‘유류분’ 판단…“가족관계 바뀌었다”

김지은 기자 2024. 4. 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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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규정은 2010년과 2013년 두차례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지만, 헌재는 "유족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며 모두 합헌 결정했다.

가족관계의 변화로 재산 형성 기여도가 달라졌고(형제자매),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까지 법으로 보장하는 것은 국민의 법 상식에 반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가족 간의 연대를 유지하고 유족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류분 제도의 헌법적 정당성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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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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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민법은 숨진 피상속인이 누군가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지 않더라도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최소한의 몫’을 가져갈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른바 ‘유류분’으로 민법 제1112조에 규정돼 있다. 유류분 규정은 2010년과 2013년 두차례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지만, 헌재는 “유족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며 모두 합헌 결정했다.

합헌 결정 11년 만인 25일 헌재는 기존 판단을 뒤집고 해당 조항들이 “위헌과 헌법불합치”라고 밝혔다. 가족관계의 변화로 재산 형성 기여도가 달라졌고(형제자매),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까지 법으로 보장하는 것은 국민의 법 상식에 반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우선 헌재는 형제자매에게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보장한 민법 제1112조 4호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단순위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즉시 법적 효력을 잃었다. 해당 조항 위헌 결정에는 형제자매 간의 느슨해진 연대 등 가족관계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헌재는 “형제자매는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가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유류분을 보장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처음 제도가 도입된 1977년은 인구 40%가 농민으로 가족이 함께 농사를 짓다 보니 ‘가족재산’ 개념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 재산의 의미가 달라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녀·배우자·부모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1~3호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가족 간의 연대를 유지하고 유족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류분 제도의 헌법적 정당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패륜적 상속인’에게까지 재산을 나눠 줄 필요는 없다고 봤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건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해당 조항들이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아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했다. 2025년 12월 31일까지 입법자가 법을 개정해 상실 사유를 추가하면 해당 조항은 유효하다.

이는 가출한 친모가 사망 뒤 유산의 40%를 상속받았던 가수 고 구하라씨 사례 이후 사회 분위기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속전문 법무법인 율샘의 김도윤 변호사는 “구하라법 등이 발의는 됐지만 통과가 안 된 상황에서 헌재가 힘을 실어줬다고 본다. 사회적 상황이 많이 변한 부분에 헌재가 민감하게 반응해서 내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고인이 생전 증여한 재산을 유류분 배분 시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민법 제1118조 역시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1118조에 따라) 증여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돼, 비기여상속인이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할 경우 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부양, 재산 형성에 기여한 사람과 기여하지 않은 사람이 동일하게 재산을 나눠 가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이다.

김지은 오연서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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