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SK하이닉스도 '깜짝 실적'…'AI 거품론' 걷히나

김지성 기자 2024. 4. 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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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밝힌 1분기 매출액은 12조 4,296억 원, 영업이익은 2조 8,860억 원입니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44% 증가한 수치이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3조 4,023억 원에서 흑자 전환한 것입니다. 매출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이며, 영업이익은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 734% 늘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앞선 지난 5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71조 원, 영업이익은 6조 6,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삼성전자의 부문별 실적을 포함한 자세한 1분기 실적은 오는 30일 공개되는데, 4분기 연속 적자였던 반도체 부문이 5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됩니다.
 

SK하이닉스, 1분기 사상 최대 수준 실적…"본격적 성장세"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40% 가까이 웃도는 수준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수요가 늘어난 데다, 그동안 부진했던 낸드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실적을 키웠습니다. D램과 낸드의 판매 단가가 상승한 것도 큰 보탬이 됐습니다. SK하이닉스는 장기간 지속돼 온 다운턴(하강 국면)에서 벗어나 완연한 실적 반등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봤습니다. SK하이닉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모리 시장은 이제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며 "당사의 실적은 본격적인 성장세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CFO는 이어 "우선적으로 HBM 등 프리미엄 제품의 생산을 확대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일반 D램 제품의 생산이 제한돼 업계 전반으로 재고 소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지속돼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과거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투자를 연초 계획보다 늘리기로 했습니다. 충북 청주시에 건설할 신규 팹(반도체 생산 공장) M15X를 차세대 D램 생산 기지로 결정하고 총 20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이 팹은 당초 낸드 생산 기지로 구상돼 15조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었지만, AI 시대 차세대 D램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 용도를 바꾸고 투자 규모를 늘리기로 한 것입니다. SK하이닉스는 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미국 인디애나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등에 대한 투자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 신규 팹 M15X 조감도

'AI 거품론' 촉발시킨 엔비디아 주가 급락 이후 혼조세

앞서 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300조 원 가까이 증발하면서 'AI 거품론'이 불거졌습니다. 지난 19일 엔비디아 주가가 10% 급락했는데, 이는 회사 역사상 가장 큰 낙폭이었습니다. 시가총액 2조 달러가 붕괴됐고 미국 시가총액 3위 자리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에 내줬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이란의 충돌에 따른 중동 긴장감 고조, 미국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 우려, 장기간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AI 반도체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도체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의 1분기 신규 수주액이 시장 전망치를 33% 넘게 하회한 데 이어, 전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타이완 TSMC가 올해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10%대로 내린 것입니다. 여기에 엔비디아로부터 GPU를 공급받아 서버를 만드는 고성능 컴퓨팅 업체, SMCI마저 1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자 AI 열풍에 엔비디아 주식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후 일각에선 'AI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엔비디아 GPU의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GPU의 막대한 전력 소모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파운드리 설비가 부족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AI 산업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 'AI 반도체 관련 주가가 실적에 비해 너무 올랐다' 등의 내용입니다.

10% 급락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틀 연속 4.35%, 3.65% 상승하며 급락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는가 싶더니 24일 다시 3.33% 떨어졌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 "HBM 수요 더 큰 폭으로 증가…성장 지속"

반도체 업계와 증권사들은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는 있지만 결국 우상향으로 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5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CSP(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AI 서버 투자 확대, AI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추가 수요 등으로 HBM 수요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불과 반년 전에 비해 HBM 수요 가시성이 더 명확해지는 모습"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이후 HBM 시장은 여전히 AI 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 증가,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엔드 유저 확대 등 다양한 요인으로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메모리 재고 조정이 끝나는 올해 2분기 이후 AI 관련 메모리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SK하이닉스 HBM3E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518억 달러였던 D램 업계 매출이 올해 842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 기간 HBM 매출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4%에서 올해 20.1%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테슬라의 CEO 머스크는 올해 연말까지 엔비디아의 주력 상품인 H100 GPU가 8만 5,000개 추가로 더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AI 거품이 아닌 'AI 거품론'이 걷힐 수도 있습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연합뉴스)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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