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이재명의 그림자’, 민주당의 숙제는?

박성의 기자 2024. 4. 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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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승리 후 이재명 체제 공고화…원내대표도 친명
저조한 지지율은 숙제로…“승자의 오만 경계해야”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4‧10 총선의 '승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가가 연일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영수회담 제의를 받아들인데 이어, 원내 지도부 역시 최측근들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저격했던 비명(非이재명)계 의원 상당수가 낙천, 낙선하면서 민주당의 친명(親이재명)색은 더 짙어졌다.

다만 이 대표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야권 내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총선에서 거둔 성적표에 비해 민주당 지지율이 저조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이른바 '총선 허니문' 기간이 끝날 시 '이재명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최고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손을 맞잡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잦아든 비명 목소리, 강화된 이재명 체제

총선 기간 이재명 체제에는 계속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이른바 '사법리스크'를 우려하는 당 일각의 목소리가 이어지면서다. '이재명의 위기'가 '민주당의 위기'로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시각에, 일부 중진 의원들은 탈당을 결행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총선 막판 '김부겸‧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 카드'를 빼들었으나, '민주당 OB'들의 등판 효과를 장담하긴 어려웠다.

그럼에도 총선은 민주당의 압승, 국민의힘의 완패로 끝났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선대위는 성공했고, 코너에 몰렸던 이 대표도 기사회생했다. 한때 당 대표 사퇴설까지 휩싸였던 이 대표지만, 어느덧 유례없는 '당대표 연임'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모습이다.

이 대표와 '투톱'으로 당을 이끌 차기 원내대표 역시 친명계로 낙점됐다. 25일 박주민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전은 사실상 '강성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 단일 후보로 치러질 전망이다.

4·10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민생 과제와 미완의 개혁과제를 빠르게 추진할 최고의 적임자는 바로 박찬대"라며 "초선을 지내며 원내대변인을 했고, 재선 때는 정책위원회 수석부대표를 했고, 대선 때는 이 대표 캠프 수석대변인을 했다. 최고위원으로서 당 운영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고 노골적인 '이재명 마케팅'을 펼쳤다.

22대 전반기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 역시 친명계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자들은 "민주당의 다음 선거에서의 어떤 승리에 대해 보이지 않게 깔아줘야 할 것"(정성호 의원), "'명심'은 당연히 제가 아니겠나"(조정식 전 사무총장), "기계적 중립 기어를 놓고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된다"는 등 일제히 '명심'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자신을 지지하는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들의 당내 영향력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총선 승리 후 당내 입김이 세진 이 대표가 당원권 확대·강화를 추진하면서, 당헌·당규 개정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승리했지만 정체된 당 지지율

문제는 이 대표의 당내 인기와 대중의 지지가 비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 스코어'에 비해 민주당 지지율은 정체되어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22일 발표됐다.

에너지경제 의뢰로 리얼미터가 총선이 끝난 지난 18~19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35.8%, 더불어민주당이 35.0%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일주일 전 조사 대비 2.2%p 상승했고, 민주당은 2.0%p 하락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 응답률은 3.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에게 남은 또 다른 숙제는 진행 중인 '사법 리스크'다. 이 대표는 이른바 '대장동 재판' '대북 송금 제판' 등 여러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사법부의 결론에 따라 이 대표의 입지는 한순간에 뒤흔들릴 수 있다.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가장 강력한 대선 라이벌로 떠오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존재도 이 대표의 입지를 위협하는 변수로 꼽힌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당선자는 "이 대표의 경쟁력과 지도력은 이번 총선으로 충분히 입증됐다"면서도 "국민은 오만해지는 순간 심판한다는 게 이번 총선의 교훈이다.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으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민생을 살피는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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