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밑 접촉, 일본 직접 접촉"…각국은 트럼프 대비 중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을 포함한 미 동맹국들이 도널드 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대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이 전 총리를 직접 미국으로 보내 접촉한 반면, 한국은 물밑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에 따르면 한국 측 관심사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무역, 통상 정책들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IRA는 온실가스 감축과 청정에너지 전환, 보건, 조세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뉘는데, 청정에너지 정책 중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부분이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 조립됐거나 북미에서 추출, 처리 또는 재활용된 핵심광물을 이용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해 최대 7500달러의 세제 혜택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공장을 올해 10월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완공으로 예정됐던 건축 일정을 앞당겨 올해 4분기부터 생산에 들어가기로 한 것.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조치다.
IRA는 '우려 대상 국가 관계처'(FEOC)에서 조달한 부품 또는 광물을 사용한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전기차 시장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법이다. FEOC는 중국 정부 통제를 받는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 지분율이 25% 이상인 외국 합작회사도 포함된다.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내년까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광물 공급망을 변경해야 한다. 중국 자본과 설립한 합작사 지분 비율도 바꿔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IRA를 폐지하고 화석연료 투자를 늘리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다. 그러나 IRA 덕에 전기차 등 첨단산업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어 정책을 한 번에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국 내 공장 유치는 계속해야 한다는 데 바이든 행정부와 의견을 같이 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전기차 세제 혜택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북한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있다는 의견도 계속해서 제기된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 1월 열린 세미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핵을 용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보도를 언급하면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경우 전 총리이기도 한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나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를 주도하고 있다. 아소 부총재는 지난 23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1시간 회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소 부총재는 지난 1월 방미 때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담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최측근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 골프 라운딩 등에 동행한 인연이 있다.
미하일 링크 독일 외무부 범대서양협력조정관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올 11월 대선 접전지로 꼽히는 7개 주 중에서도 독일 기업들이 거액투자를 발표한 지역 관계자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BMW, 아우디가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을 발표한 사우스캐롤라이나가 대표적이다. 링크 조정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유럽연합(EU)에 대한 징벌적 관세 계획을 취소하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클라호마, 아칸소, 앨러바마, 인디애나 주지사와 회담했으며 독일 덕에 미국이 86만명 고용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호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실리 챙기기에 바쁘다.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케빈 러드 주미 호주대사를 겨냥해 "(나에 대해) 계속 적대적이라면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드 대사는 과거 싱크탱크에서 활동할 당시 "파괴적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한 바 있다. 이에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이 "러드는 매우 유능한 대사"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러드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호주 간 방위산업 협약을 무산시킬 수 없도록 물밑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버지니아급 공격용 잠수함 3~5척을 호주에 판매하는 안을 승인했다. 이는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초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민간단체 호주전략분석의 마이클 쇼브릿지는 로이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다면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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