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 사태가 만든 ELS 양극화…안전하거나 더 위험하거나

최성준 2024. 4. 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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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우려에 ELS 수요 줄었지만, 위험·수익 높인 상품은 인기
안정적 투자자는 원금보장형 ELB로…ELS 수준으로 발행 급증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ELS 시장 전반의 발행량이 줄어들었다. 발행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수형 상품의 인기가 떨어지면서다.

반면 '지수형 ELS'보다 손실 위험은 크지만 더 높은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주식형 ELS' 발행은 늘고 있다. 아울러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들은 원금을 보장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주목하면서 ELB 발행대금도 이례적으로 급등했다. 

H지수 사태 이후 파생결합상품 시장에서 더 위험하거나, 더 안정적인 상품을 선호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공격적인 투자자 늘어나는 ELS 시장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LS 발행금액은 4조53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57% 줄어든 수치다.

발행량이 급감한 이유는 H지수 ELS 원금손실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기초자산별 발행현황을 살펴보면 지수형 ELS의 발행금액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일반적으로 지수형 ELS는 은행 신탁을 통해 판매한다. H지수 손실 사태로 은행 투자수요가 줄어들자 발행량도 감소한 것이다.

ELS 발행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수형 ELS는 줄었으나 주식형, 혼합형(지수+주식) ELS의 발행금액은 오히려 늘었다.

올해 1분기 국내주식형 ELS는 537억원 규모로 발행돼 전년 동기 대비 약 5배 늘어났다. 해외주식형 ELS도 2241억원에서 4147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혼합형 ELS 발행금액은 1932억원에서 3652억원으로 늘었다.

기초자산 유형별 ELS 발행현황

증권업계에서는 은행을 통한 ELS 판매가 줄어들자 증권사들이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주식형 ELS를 만들어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의 ELS 판매 감소에 대응해 위험과 수익을 높인 상품으로 증권사 계좌를 보유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H지수 사태로 ELS 투자심리가 꺾이자 증권사에서 고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주식형 상품을 만들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스텝다운형 외에도 다양한 구조로 ELS를 만들면서 발행대금 감소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LS 시장에서는 변동성이 곧 수익률이다.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높을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따라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코스피200 등 시장대표지수보다 삼성전자, 테슬라 등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았을 때 더 높은 수익률을 약속할 수 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ELS를 만든 만큼 손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올해 1분기 발행한 ELS를 살펴보면 코스피200, S&P500, 유로스톡스(EUROSTOXX)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품이 제공하는 수익률은 연 7.1%수준이다. 반면 S&P500, LG화학, 아모레퍼시픽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ELS는 연 15.6%의 수익률을 제시했다. 테슬라, 엔비디아 해외주식 2종목으로만 구성한 ELS는 연 21% 수익률을 약속했다.

지금까지 '지수형 ELS'에서 홍콩H지수가 자주 등장한 이유도 변동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H지수를 편입할 때 코스피200 등 다른 지수형 ELS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낙인 우려 반복에도…H지수 ELS 발행 꾸준한 이유

증권사, 주식형 ELB 발행…안정적 투자자 수요 흡수

홍콩H지수 ELS 손실 사태 이후 파생결합시장에서 나타난 또다른 특징은 ELB의 발행량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ELB 발행대금은 4조364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9578억원보다 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ELS 발행대금과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통상 연말 퇴직연금 수요로 ELB 발행이 급증하는 4분기를 제외한 1~3분기 평균 2조9000억원 가량 발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소보다 발행량이 약 1조원 늘어난 셈이다.

기초자산 유형별 ELB 발행현황

원금 손실을 우려한 ELS 투자자들이 안전한 ELB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ELB는 ELS처럼 일정 조건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지만 조건을 달성하지 못해도 원금을 보장해준다.

일반적인 채권처럼 발행사(증권사) 신용으로 원금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증권사가 부도가 나지 않는 한 투자자는 원금을 잃지 않는다.

최근 증권사들은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ELB를 만들어 지수형 ELS의 수익률과 유사한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실제 지난 1분기 교보증권은 NAVER,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연 6%대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ELB를 발행한 바 있다.

투자자의 수요와 증권사의 공급이 맞물린 영향으로 개별 주식형 ELB의 발행금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 1분기 주식형(국내+해외) ELB는 2조9639억원 발행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 늘어난 수준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ELB는 퇴직연금 수요가 늘어나는 4분기를 제외하면 ELS보다 인기가 없는데 올해 1분기에는 투자수요가 상당히 높았다"며 "ELS 투자자들이 안전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주는 주식형 ELB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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