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초 4' 피아니스트 '호흡'에 감동받은 사연 전한 이유는

유동주 기자 2024. 4. 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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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립단체 청년 교육단원 통합 발대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4.04.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고통의 연속이다. 무대 공간이라는 건 사실은 평소엔 죽어있는 공간인데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살리는 것이다. 무대는 제한된 공간이지만 무대에서의 한 걸음은 현실에서 천 걸음이랑 똑같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얼마나 공들일 것인가 생각해야한다.
끝없이 수행하고 고통을 받으며 자기가 깨달아야 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7개 국립공연단체 청년 교육단원 통합 발대식에서 이같이 말하며 격려했다.

이날 유 장관은 발대식 축사를 마친 뒤 객석에 앉아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고선웅 서울시극단장, 김용걸 한예종 무용원 교수 등이 참석한 '선배와의 대화'를 지켜보던 중, 국립극단 교육단원이 즉석 질문을 하자 무대 앞으로 나왔다. 예정에 없던 즉석 문답이었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 어떤 사명감을 갖고 해야 하는지 선배입장서 애기해 달라"는 해당 단원의 질문에 "당장 사명감을 찾는 것보단 무대 연기의 어려움과 고통을 먼저 깨닫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선배 예술가 입장에서 짧은 특강처럼 길게 답을 이어갔다.

[서울=뉴시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립단체 청년 교육단원 통합 발대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4.04.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유 장관은 "예술가들이 가장 가져야 하는게 질문이다. '왜?'라는 걸 항상 가져가야 한다. 음악·무용·연기 등 모든 예술은 하나로 만난다. 예전에 초등학교 4, 5학년 어린 친구와 함께 무대에 설 일이 있었다. 공연에 들어가자 어리광피우며 놀던 애가 순간 없어졌다. 그러더니 연주 시작하겠다고 하는 그 순간에 잠깐 손을 고르더니 호흡을 마시고 한번 머금은 뒤에 하더라. 너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이랑 관악기 연주자들은 호흡을 중요시해서 공연을 하기 전에 호흡을 정리하는데 (호흡이 필요한지 몰랐던) 피아니스트인 어린 친구가 그렇게 하는 걸 보고 '모든 예술의 시작은 똑같고 통한다'는 생각에 감동을 받았다. 어린 그 친구에게 감동을 많이 받았고 '아 난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강조하며 그만의 예술론에 대해 설명했다.

"천국과 지옥이 배우의 하나의 몸짓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 한 걸음 내딛으면 관객들이 천국으로 돌아로면 지옥이란 걸 인정해준다. 쉬운 거 같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무대에 대한 관객과 배우의 약속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배우 출신 유 장관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파우스트' 박사가 천국와 지옥을 오가는 연극 '파우스트' 무대에 섰다가 10월 말에 장관에 취임했다.

청년 단원의 짧은 질문에도 연극 무대와 드라마·영화 등 경험을 토대로 배우와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약 10분이나 강연하듯 쏟아냈다. 유 장관은 중앙대 연극학과 교수도로 오래 일한 바 있다.

무대와 연기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던 유 장관은 "연극을 TV나 영화로 가는 건널목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무대는 절대 그런 공간이 아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수없이 넓은 우주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무대에서 배우로 서고자 하면 자기 정신을 어떻게 확장시킬 건가하는 오랜 수련의 결과가 필요하다. TV나 영화는 아무나 데려다 주인공을 시킬수도 있지만 무대는 다르다. 오래 수련돼야 주연이 될 수 있다.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이고 그런 면에서 사명감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돈이나 명예를 얻기는 힘들다. 여러분이 이 속에서도 경쟁하고 끝없이 싸워 이겨야 한다"며 독려했다.

유 장관은 "여러분이 안주하고 있는 고인물 선배들과 틀을 깨줘야 한다. 국립극단은 시즌제로 운영된다. 그 안에서 출연을 하기위해 싸워야 한다. 아쉽기도 하고 힘들고 나쁜 마음도 들겠지만 그게 다 과정"이라며 "저도 대학·대학원 나왔고 따로 세익스피어도 공부했는데 중학교 밖에 안 나온 친구가 훨씬 잘 하는 모습을 보고 좌절을 느끼기도 했다. 굉장히 괴롭지만 여러분도 수없이 그런 걸 앞으로 당할 꺼다.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차고 넘치면 넘치는대로 여러분 몫이 다 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 발대식은 지난달 마무리된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극단, 서울예술단 등 7개 국립단체의 통합심사를 통과한 청년예술인 239명이 모인 자리다. 앞서 선발이 완료된 90명을 포함한 청년 교육단원 329명은 '통합선발 1기'로 각 국립단체에서 실무 교육을 받으며 무대에 서게 된다.

[서울=뉴시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립단체 청년 교육단원 통합 발대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4.04.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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