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미래 위험요소로 찍었다, 탈원전이 부른 전기값 인상

김신영 국제부장 2024. 4. 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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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Weekly Biz 밑줄 쫙] 보고서 “오르는 전기료는 큰 부담, 中은 여전히 중요 고객”
TSMC “AI 반도체 비율, 전체 매출의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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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신주시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 TSMC 본사. TSMC는 전체 매출에서 초고속·대용량 반도체 분야 매출의 비율이 점점 오르고 있다. /조선DB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지난 18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TSMC가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10% 이상’에서 ‘약 10%’로 하향 조정한다고 이날 밝힌 후 반도체 관련주가 하락하는 등 시장에 충격이 발생했다. 반도체 시장에서 TSMC가 갖는 존재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TSMC 주식은 대만과 미국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TSMC는 이날 미 증시에 상장한 해외 기업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무적으로 매년 제출해야 하는 ‘20-F’ 보고서도 함께 공개했다. 기업의 사업 현황과 전망을 담은 248쪽짜리 이 보고서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구도 및 위험이 잘 정리돼 있다. WEEKLY BIZ가 TSMC의 2023년 ‘20-F’ 보고서, 1분기 실적 자료 및 투자자 간담회 녹취록을 분석했다.

1. 전기료가 흔드는 파운드리 실적

전기를 많이 쓰는 인공지능용 고성능 컴퓨터가 늘어나며 전기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기 요금은 계속 오르고 있다. TSMC는 이처럼 오르는 전기료가 반도체 공장의 운영 비용을 증가하게 만들어 실적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미래의 위험 요소 중 하나로 ‘전기료 상승’을 꼽은 것이다.

특히 TSMC 공장 12개(지난해 말 기준) 중 9개가 있는 대만은 탈원전 기조로 전기료가 다른 나라들보다 더 오르고 있다. TSMC는 간담회에서 “대만의 전기료는 지난해 17% 인상된 데 이어 올해 4월 1일 다시 25% 올랐다”며 “전기료 인상이 올해 매출 총이익률(전체에서 원가를 제외한 매출의 비율)을 0.6~0.7%포인트 정도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2. 스마트폰 누르고 대세가 된 ‘AI 반도체’

20-F 보고서에 따르면 TSMC가 2022년 말부터 양산해온 3나노(㎚·10억분의 1m, 숫자가 낮을수록 첨단) 반도체의 전체 매출에서 비율은 6%다. ‘첨단 반도체’로 꼽히는 3·5·6나노 반도체가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했다. 2021년(50%), 2022년(53%)에 비해 계속 늘고 있다. AI(인공지능) 등 구동을 위해 성능 좋은 반도체가 들어가는 컴퓨터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첨단 반도체를 TSMC에 의뢰하는 기업이 증가한 결과다.

반도체 용처별 매출 비율을 보아도 이런 흐름이 보인다. TSMC는 AI에 주로 쓰이는 초고속·대용량 반도체를 ‘고성능 컴퓨팅(high performance computing)’을 뜻하는 ‘HPC’라고 분류한다. 지난해 매출 중 HPC의 비율은 43%로 가장 컸다. 스마트폰(38%), 사물인터넷(8%), 자동차(6%), 디지털 가전(2%) 등이 뒤를 이었다. TSMC가 HPC라는 용어를 보고서에 쓰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당시 매출 중 절반 이상(52%)을 스마트폰이 차지했고 HPC 비율은 27%에 그쳤는데, 2022년 HPC가 스마트폰을 앞지르고 나서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1분기 HPC 매출 비율은 전체의 46%로 더 올라갔다.

그래픽=김의균

3. AI 반도체, 당분간 수익성엔 부담이다

매출 총이익률은 사업의 수익성을 뜻하는 지표다. TSMC는 보고서에 매출 총이익률이 지난해 54.4%로 전년(59.7%)보다 악화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1분기는 53.1%로 더 낮아졌다. TSMC는 올해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역설적이게도 현존하는 가장 성능 좋은 반도체인 3나노 반도체의 매출 증가를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첨단 반도체가 수익성엔 왜 안 좋을까.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가 간담회에서 밝힌 이유는 이렇다. “5나노·7나노 반도체에 비해 3나노 반도체의 공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아울러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하기 수년 전에 우리가 일찌감치 가격을 책정한 것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입니다. 가격 책정 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진행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을 TSMC가 가격에 아직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TSMC는 3나노 반도체의 판매량 증가로 인해 올해 매출 총이익률이 추가로 3~4%포인트 정도 하락해 50%를 밑돌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비싼 첨단 반도체의 수요 증가는 TSMC엔 기본적으로 호재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실적에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TSMC는 1분기 실적 발표 문답에서 양산 시작(2022년 12월) 후 3년 정도 지난 내년 말쯤이면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3나노 반도체 가격 책정이 가능해지고 비용도 절감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TSMC는 아울러 “3나노 출시 때의 경험을 살려, 내년 하반기쯤 생산 예정인 2나노 반도체를 판매할 때는 시장 상황을 더 잘 반영한 더 정확한 가격 책정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의균

4.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

TSMC는 미·중 분쟁 격화를 사업의 중요한 불확실성 중 하나로 꼽았다. 예를 들어 미 상무부는 (미국이 독보적인)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할 경우 1년 단위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TSMC는 중국 상하이·난징에 이 장비들이 필요한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매년 정부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동맹국에도 중국에 반도체를 팔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TSMC의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TSMC 반도체의 중요한 구매국 중 하나다. 지난해 TSMC 매출 중 중국의 비율은 12%로 북미(68%) 다음으로 높았다. 2021년 10%, 2022년 11%에 비해서도 올라간 수치다. 아시아·태평양(중국·일본 제외) 지역의 비율은 8%, 유럽·아프리카와 일본이 각각 6%였다. TSMC의 지난해 매출은 2조1617억대만달러로 2022년보다 다소 줄었는데, 일본을 제외하고 매출이 증가한 지역은 중국뿐이었다. 다만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국 매출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1분기 매출 중 중국 비율은 9%로 내려갔다.

5. 사외이사진, 최고 전문가로 채웠다

TSMC는 6월 이사회부터 참가할 새 이사진 명단을 지난 12일 발표했다. 경영진을 포함해 총 10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중 7명이 사외이사다. 이는 원래 6명이던 사외이사 수를 한 명 늘린 것이다.

사외이사의 면면을 보면 대만 재무부 장관을 지낸 린취안과 교수 출신 한 명을 제외하고 다섯 명이 다른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자일링스 등 반도체 회사, 브리티시텔레콤·제록스 등 기타 정보기술(IT) 기업, 에너지 회사(수노코) CEO 출신 등을 사외이사로 두고 회사 경영을 감시하게 하고 있다. ‘교수 출신’ 한 명은 세계 최고 공대인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 출신이자 전 MIT 전자공학·컴퓨터공학부 학장인 라파엘 레이프다. 사외이사진 대부분을 TSMC 관련 업종의 최고 전문가들로 채운 셈이다.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비(非)대만 출신 외국인인 점도 눈에 띈다. 한국 글로벌 기업의 사외이사진 중 전문경영인보다는 교수·관료 출신이 많고 외국인이 매우 드문 것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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