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생의 이면…삶은 의지대로 흐르는가"

박주연 기자 2024. 4. 2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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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프레스콜.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이곳이 내 소설 속이면 어떡하죠?"

1927년 영국 런던. 갑작스러운 빚더미와 해고 통보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조슈아'가 강가에 쓰러진 '애들린'을 만난다. 애들린은 자신이 존재하는 곳이 자신 쓴 소설 속이라는 것을 깨닫고, 죠슈아는 애들린을 만나 인생을 바꿀 기회를 꿈꾼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를 조명하는 2인극 창작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의 이면에 '소설 속 세상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상상력을 더한 창작 뮤지컬이다.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모티브로 창작됐다. 허구와 실존 인물이 만나는 이야기 구조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프레스콜. (사진=할리퀸크리에이션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버지니아 울프'의 홍승희 연출은 25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최고의 결말은 아니라도 내가 선택한 결말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이 의지대로 흘러가고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돌들이 쌓여 있고, 물이 넘나드는 듯한 무대, 책이 열리는 듯한 장면 전환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홍승희 연출은 "극본을 보고 떠올랐던 것이 '물'과 '책'이었다"며 "세트가 물가에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다락방이자 런던의 도시. 책속의 장소인 세트가 열리며 하나의 페이지가 열리고 닫히는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세트 디자인의 끝이 뾰족하고 울퉁불퉁한데 조명을 받으면 강 같기도 하고, 절벽을 형상화할 수도 있어요. 돌들을 배치해 강가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영상을 절적히 활용했어요."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프레스콜. (사진=할리퀸크리에이션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곡가 권승연이 초연 대본과 음악 작곡, 편곡을 맡았다. 권승연은 "이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의 전기나 인생의 일부분이 아닌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 이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버지니아 울프의 선택을 '삶의 도피'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그녀의 작품에서 누구보다 강한 삶에 대한 열망, 생명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권승연은 "'버지니아 울프'를 처음 접한 것은 학창시절 때였는데 특유의 분위기와 그녀의 세계가 매력적이었다"며 "이 극을 통해 그녀에게 받은 영감과 느낌을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 자체는 갖자기 떠오른 것이지만 배경은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어요."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프레스콜.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글이 완성될수록 옥죄어 오는 과거의 기억과 악몽에 시달리며 정신이 피폐해지는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은 박란주·주다온·전혜주가 연기한다. 소설 속 인물로, 애들린에게 자신의 인생을 바꿀 새로운 소설 집필할 것을 요구하는 조슈아 워렌 스미스역은 윤은오·김리현·황순종이 맡는다.

박란주는 "실존인물을 캐릭터로 표현하는 상황이 조심스럽다"며 "실제 죽음을 맞이했던 나이, 조슈아와의 관계성에 신경을 쓰며 그녀를 저만의 색깔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주다온은 "조슈아와의 관계에서 설렘 포인트를 느끼는 분들이 있는데, 남녀간의 사랑도 있지만 사람간의 사랑,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는 사랑도 있다"고 말했다. 전혜주는 "홍승희 연출과 친구처럼 소통하며 행복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윤은오는 "저희 작품 속에서 조슈아가 애들린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동경이 크다"며 "애들린은 조슈아의 꿈인 성공한 작가이자 내 세상을 만든 사람이고, 조슈아를 도와주고 위로해주고, 감싸주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김리현은 "쉬는 시간 없는 연습을 많이 했다"며 "배고플 때 은오형이 공연하고 올라오는 길에 빵을 한아름 사와서 먹으며 즐겁게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황순종은 "'우리는 같은 페이지에 머물렀다. 다른 페이지를 넘겨라'는 대사가 있는데 우리는 싫든, 좋든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대사 곳곳에 이런 메시지들이 있다. 이 공연을 통해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는 7월14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프레스콜. (사진=할리퀸크리에이션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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