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 바구니에 다 담은 듯”... ‘반도체 공화국’ 대만의 생존 전략은?

채제우 기자 2024. 4. 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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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대만중화경제硏 류다녠 소장 “중국 의존도 줄이고, 반도체 일변도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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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 꼽혔던 대만과 한국은 닮은 점이 많다. 비교적 작은 땅덩어리, 부족한 천연자원 등과 같은 한계를 뛰어넘어 우수한 인적자원과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반도체 공화국’이란 단어는 한국뿐 아니라 대만에도 딱 어울리는 수식어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 자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한다. TSMC를 주축으로 하는 대만 반도체 기업은 미·중 갈등 속 ‘실리콘 실드(Silicon Shield·반도체 방패)’라 불린다. 대만 반도체 덕택에 중국 등 외부 위협에서 대만이 안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럼에도 대만은 ‘지나친 반도체 쏠림’ ‘높은 대중(對中) 무역 의존도’ 등 한국이 직면한 것과 똑같은 문제도 적잖다. WEEKLY BIZ는 최근 대만의 대표 싱크탱크인 중화경제연구원의 류다녠(劉大年) 지역발전연구소장을 화상으로 만나 대만 경제의 현주소와 ‘생존 전략’을 들었다. 소장은 “대만은 각 영역에서 ‘다변화’라는 과제를 추진 중”이라며 “반도체 일변도에서 벗어나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지 못하면 향후 대만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에 난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대만 중화경제연구원의 류다녠(劉大年) 지역발전연구소장은 "반도체 의존도가 큰 대만의 산업 구조는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둔 격'"이라며 "경제 다각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화경제연구원 제공

◇반도체 호경기에 웃고 있지만

-최근 대만 경제는 반도체로 잘나가고 있지 않나.

“대만이 반도체 산업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만의 전체 산업 구조를 놓고 보면 마치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다 넣은 것’ 같은 불안정한 상황이라 문제다. 반도체 산업이 대만 경제에서 워낙 큰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반도체 업황에 따라 대만 경제의 진폭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더 나은 AI를 구현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이는 당분간 대만 경제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전성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언젠가는 대만의 ‘최고 무기’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할 순간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대만의 ‘반도체 의존’ 대안은 뭔가.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이다. ‘반도체 일변도’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만은 반도체 외에도 정보 통신 기술(ICT), 화학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 이런 분야에서 제2의 TSMC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현재 대만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붐’이 끝난 뒤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넥스트 반도체(다음 먹거리)’를 찾는 게 필수다. 쉽지는 않겠지만 대만 정부와 산업계는 모두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동감하고 고민하고 있다.”

TSMC 로고 일러스트. /연합뉴스

◇중국이란 ‘적과의 동침’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은 대만의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에 양안 관계에 따라 대만 경제는 휘청일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대만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민진당(현 집권 여당)을 압박하기 위해 그동안 각종 경제적 위압책을 써왔다. 대표적인 것이 수입 통제다. 대만의 전체 수출 가운데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까지만 해도 43.9%에 달했는데 지난해 35.2%까지 떨어졌다. 물론 중국의 내수 경제가 부진한 영향도 있었지만, 중국이 대만을 옥죄려고 대만산 수입을 줄인 영향도 반영된 결과다.”

-올 1월 총통(대통령) 선거에서도 민진당이 승리했다. 어떤 영향이 있을까.

“중국은 이번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산 화학 제품 12종(種)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등 민진당에 대한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냈다. 그런데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향후 4년간 중국과의 관계는 먹구름이 끼게 됐다. 중국이 대만과의 관계에서 관세를 조정하고, 교역을 줄이는 식으로 압박 카드를 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양안 관계와 별개로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들이 나오는 것도 문제다. 이에 대만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시장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지난 13일 승리한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앞줄 왼쪽) 당선인이 타이베이 민진당 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차이잉원 총통의 반중(反中)·친미(親美) 노선을 계승하고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의 당선으로 양안(중국·대만)과 미·중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PA 연합뉴스

◇낮은 청년 임금 등 내부 문제도

-대만 경제의 내부적 문제를 꼽자면.

“낮은 청년 임금과 저출산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대만 대졸자의 첫 월급(2022년도 초임 인원 임금 통계)은 3만1000대만달러(약 135만원)로, 한국(2022년 대졸자 초임 평균 284만7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해 대만의 합계출산율도 0.89명을 기록하는 등 한국(0.78명)과 비슷한 처지다. 대만 청년들은 임금은 낮은데, 집값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점점 결혼과 출산을 외면하고 있다. 대만 내에서는 청년들의 낮은 임금이 저출산 현상을 더 악화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 다각화, 중국 의존도 탈피 같은 문제도 중요하지만, 대만의 미래 생산력과 직결된 저출산은 훨씬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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